"................."


"이, 잇키.....?"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멍해져 있던 스텔라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올라타 앉아 있는
잇키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스텔라의 눈에 비친 잇키는.... 그녀의 눈보다도, 더 새빨간 얼굴이 되어 있었다.
───부끄러웠다.
자신이 지금부터 할 말을 생각하면, 얼굴에서 불이 뿜어져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슴에서 벅차오르는 이 감정에, 다시금 뚜껑을 덮는 일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러니 잇키는, 죄여 들어가는 목을 억지로 움직여 말을 꺼냈다.
"저기... 스텔라. 학생회 분들과 같이 오쿠타마에 갔을 때, 내가 산장에서 했던 말, 기억해?
스텔라의 부모님과 인사하기 전엔, 스텔라랑.... 그.... 야한 건, 할 수 없다고.."
"으, 응... 기억하고 있어. .....엄청, 기뻤으니까."
엄청 기뻤다.
그 말에, 잇키는 다시금 작게 신음했다.
정말 엄청난 말을 했구나, 하고.
아니, 그 시점에서 말한 건 자신의 거짓 없는 본심이었고, 그럴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 무리다.
그러니.
"그렇게 폼 잡고 말한 뒤라서 엄청나게 하기 미안한 말인데.. 말야."
잇키는, 스텔라를 향해 사과하듯 말했다.
"그거, 없었던 걸로 해 줘!"
"──────에?"
그 말의 의미를, 스텔라는 바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잇키에게 밀려 넘어진 이 상황이.
귀까지 새빨개진 잇키의 얼굴이.
뇌내에서 반향하고 있는, 방금 그 말과 이어졌고.
이윽고,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 순간, 잇키의 열병이 스텔라에게도 전염.
뺨이 열을 띠고, 거기서 귀까지 퍼져나간 뒤, 목소리가 반 옥타브 정도 높아졌다.
"그건.. 그, 그거... 그건..... 호호호호호호혹시....~~~~~~~!?"
"뭐, 그.... 그런 거야."
"으읏~~~~~~~~!! 조, 조조조조금만 기다려 봐! 잠깐만! 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잇키!? 진심이야!? 것보다, 너 진짜 맞아!? 내 그 거의 나체 상태의 몸을 보고도 유혹에 지지
않았던 강한 잇키는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죽었어."
"죽었어!?"
엄청나게 억지스런 말투였지만, 잇키는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지금의 그에겐, 이렇게나 매력적인 연인 앞에서,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서 그
상황을 자제해낼 수 있었는지, 당시의 자신의 기분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오늘, 스텔라와 싸우고, 자신의 한계에 도달했을 때, 생각했어. 여기서 나아가는 발을
멈춘다면, 스텔라는 혼자서 위로 올라가 버릴 거라고. 그리고.... 나 이외의 '최강'을 찾아내고,
그와 경쟁할 걸 말야. 하지만.... 그걸 상상했을 때, 난 정말로 싫다고 생각했어. 머리가
어떻게 돼 버릴 정도로, 그 '누군가'가 미웠어. 네 무엇 하나도 다른 누구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아. 네 모든 걸 독점하고 싶어. 그 때 날 움직이게 해 준 원동력은, 그런 마음 하나였어. 그
마음이...... 텅 빈 내 마음에 불을 지펴준 거야. 그리고, 그 불이, 지금도 아직 꺼지질 않아."


잇키는 멈추지 않았다.
그 이상을 말하면, 자신들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진전되어버린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그 한마디를, 입밖으로 냈다.
폼 잡는 말 따윈, 내버린다.
조르듯, 애원하듯.
있는 그대로의 진심을, ───말로 표현했다.
"난 지금, 스텔라를 안고 싶어.....!"
"───────"
그 말에, 잇키를 비추던 비색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거기에 깃든 감정은, 놀람, 당혹, 동요, 그리고──────
"안... 되려나?"
"바보 잇키....."
흘러넘칠 정도의, 환희였다.
스텔라는 작게 미소지으며 잇키의 뺨을 향해 손을 뻗은 뒤, 아프지 않을 정도로 뺨을
꼬집었다.
"....그 말을,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알아..?"
그렇다.
계속해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부모님과 인사를 하기 전엔 그런 짓은 하지 않겠다는, 자신들의 관계를 소중히 여겨
준 것은, 확실히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여자로서 자신을 요구한다는 사실에 느끼는
감정에 비하면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잇키만 바란다면, 자신은 언제나───
쭉 그리 생각해 왔다.
그러니.
"그러니, 지금.... 난 정말 기뻐...."
비색의 눈동자에서 흘러내리는, 따스한 눈물.
자신의 모든 걸 긍정해 주는 그 눈물의 빛은, 잇키의 용기가 되어 그의 등을 떠밀었다.
"스텔라.....!"
"아, 그래도 좀만 기다려 봐!"
하지만 서두르는 잇키를, 스텔라는 힘으로 꾹 밀어냈다.
"스텔라?"
설마 이 타이밍, 이 흐름에 대기 지시를 내릴 줄은 몰라서, 잇키는 곤혹함에 빠졌다.
그런 잇키를 향해, 스텔라는 살짝 의심스러워하는 듯한 시선을 향한 뒤, 물었다.
"잇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제대로 '그거'는 준비해 뒀어?"
"'그거'라니.....?"
흉내내듯 되묻는 그 질문에, 스텔라는 "그, 그러니까 그거...!" 하고 입을 우물거리며, 조금씩
끊어지는 말투로 말을 꺼냈다.
"화, 확실히 나도 잇키가 그렇게 말해 줄 건.. 기다려 왔다구? 하지만, 우리들은 아직
학생이니까.. 서로 부모님하고 제대로 인사도 못 했고.... 난 내년에도 잇키와 싸울 거니까,


그... '생겨 버리면' 안 되잖아?"
"......아."
거기까지 듣고, 아무리 그 둔감한 잇키라도 알아챘다.
그리고, 당연히 그런 건 준비해 두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잇키는 자신의 경솔함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미, 미안! 나란 녀석은 정말... 마음만 앞서나가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잇키는 꽤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우우우....."
스텔라가 힐난하는 듯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걸 느끼고, 잇키는 미안하다는 듯 앓는 소리를
냈다.
스텔라가 화내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 건, 남자인 자신이 신경써야 할 것.
그 중요한 걸 신경쓰지 못하고, 욕망만으로 앞서 내달렸다는 것.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었다.
그게 없더라도, 파서 들어가버리고 싶었다.
자신의 한심함에,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준비도 되지 않은 채 강행할 수도 없었다.
"그, 그럼... 지금 당장 사 올 테니까..."
엄청나게 꼴사나운 이야기로 보이겠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잇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자, 잠깐!"
그런 잇키의 팔을, 스텔라가 잡았다.
"여, 여자애를 이런 마음이 들게 만들고 이제 와서 방치해 놓는다니, 감점 요소야! 그것도
아주 큰 감점! 딱히 지금 당장 사 오지 않아도 되니까!"
"아니, 그래도 그럴 수는.."
"됐대도! 조금만 기다려 봐."
어쩐지 부끄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리 말한 뒤, 스텔라는 침대 옆에 있던 서랍에,
갈아입을 옷과 함께 들어가 있던 화장품 파우치를 열었다. 그리고, 잠시 그 안을 뒤진 뒤
찾던 것을 잡은 뒤,
───마치 결의를 다진 것 같은 침묵 뒤, 모기가 기는 목소리로
"....이거, 써.."
그리 말한 뒤, 파우치에서 사각형 비닐에 밀봉된 물건을 꺼내들어, 잇키에게 건넸다.
"─────윽!?"
사용해본 적은 없었지만, 잇키도 지식은 있었다.
그리고, 그건 틀림없는, 지식으로서 알고 있는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게 지금 나온다는 건...
"스, 스텔라, 혹시.. 계속 준비해 뒀던 거야?"
"~~~~~~~~~윽!"
그 질문에, 스텔라는 불을 뿜을 정도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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