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썼던글
ㅇㅂ에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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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제부터 말하는 건담은 퍼스트 건담에 한해서이다.
물론 퍼스트 건담에서 보여준 면들은 차세대 건담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지만 일단 퍼스트 건담에 대한
것만 말하겠다.
기동전사 건담이라는 작품은 일본 애니에서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이 작품 때문에 생겨난 뉴타입이라는 잡지는 아직까지도 출판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내가 알고 있기로는 이 잡지에서
소개된 것 자체가 바로 해당 애니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을 정도라는 사실이다.
애니 평론가들은 퍼스트 건담이라는 작품을 전후로 해서 일본 애니의 1기와 2기를 나눈다는 말도 있고 아직까지도
건담의 인기는 식지 않아 끊임없이 새로운 건담들이 나오고 있다.
퍼스트 건담은 방영 당시에는 시청자들에게 그리 큰 관심을 받지 못했고 진짜 인기를 얻게 된 계기는 극장판 방영 후의
제타 건담 방영인데 세계관 자체가 너무 복잡하고 애니 치고는 너무 주제가 무겁고 어두워서 그랬다.
어렸을 때 건담을 시청하고 꿈을 키워 우주여행 중 샤아 아즈나블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 엄청난 액수의 돈을 투자한 벤쳐
사업가의 기사도 올라왔었는데 여기서 부터 시작을 하는 것이 좋겠다.
<무엇이 건담 매니아들을 그토록 오래토록 열광하게 하는 것일까?>
일단 매니아라면 해당 작품에 대한 모든 정보와 작품의 인물, 대사, 설정 등을 외우거나 관련 상품들을 모으는게 어느 정도
당연하겠지만 어른이 되어서 그렇게 큰 액수를 쓰면서까지 건담이라는 작품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에 답하기 위해서는 일단 다음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건담이란 무엇일까?>
여기서 플라토니즘을 적용한 본질적인 정의를 나타내는 답변보다는 그 쓰임새와 역할을 답하는 편이 정답이 된다.
건담은 단순히 만화에서 나오는 로봇이라는 답도 슈퍼 로봇물에서 탈피한 로봇이라는 답도 작품에서 표출되는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한 도구라는 답도 시원치 않다.
(퍼스트) 건담이라는 기체를 잘 살펴보면 그 외양이 다른 로봇물과는 틀리게 일부러 혹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지거나
조립된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바지 주머니와 같은 부분의 네모난 사각형들이나 코아 파이터의 모양
혹은 날개가 접혀서 다른 부분들과 합체해서 건담이 되는 장면들이나 무릎 관절 부분 양 옆쪽에 있는 나사 박아 놓은
듯한 부분 등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자세하게 이해되기 위해 좀 끌었는데 쉽게 말해서 건담은,
장 난 감 이다.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으나 사실이다. (퍼스트) 건담의 모습은 장난감의 모습이다.
이 기체처럼 영상에서의 이미지와 조립식의 이미지가 유사하고 무언가 '똑같다' 혹은 '대단히 유사하다' 는 느낌이 들게
되는 로봇물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지구연방군과 지온군의 대립, 또는 지구에서 사는 인간들과 우주에서 사는 인간들과의 대립을 그린 이 작품은 얼핏 보면
스타워즈의 세계관에서 대단히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분명히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단순히 영향만 받아 똑같이 '그려' 놓은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스타워즈가 광선검을 들고 싸우거나 우주 비행선을 타고 싸우는 것에 비해 지구군과 지온군은
인간형의 모빌 슈츠라는 로봇들을 타고 싸운다. 작품 분위기는 여타 애니들에 비해 대단히 무겁고 어둡지만 위에 (퍼스트)
건담이 무언지 생각해 볼 때 의외로 그 본질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어린애들이 자신들의 장난감을 가지고 '내 거가 더 쎄~'
하면서 노는 것을 그려 놓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 점이다. (퍼스트) 건담은 분명 어린이 용이 아니다.
애들이 볼 수도 있고 좋아할 수도 있지만 결코 그들이 어른이 되어서 기억 속에서 지워버릴 만한 여지를 남겨 두지 않는다.
건담은 어른들까지도 다시 동심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어려서 손으로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실제로 타면서 거창하고
거대한 이데올로기를 위해 싸우는 듯한 이미지를 주며 위니콧 (http://mythosandlogos.com/Winnicott.html)이
주장했던 것과는 좀 달리 인간형 장난감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장난감으로서의 물질적 자아 를 권력의 도구로 포장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이다.
이것은 내가 아는 어떠한 작가도 표현하지 못하는 토미노 요시유키 자신만의 능력이다. 그는 위니콧의 잠재적 공간 하는
것을 넘어서 처음부터 그 공간들의 일체화를 시도했고 이것의 성공은 그토록 열광적인 매니아들을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자아의 회기적인 혁신>
이제까지의 글을 보고도 왜 혁신이냐는 말도 나올 수 있으니까 일부러 쓴다. 마징가와 같은 슈퍼 로봇물에서 외적인 면의
비중은 다른 아류작들이나 영향을 받은 작품들에도 우리편 기체가 얼마나 쎈가 하는 점이 제일 중요했다. 그래서 예를들어
마징가를 적이 훔쳐 가서 조종한다면 대책이 없다. 그러나 건담은 틀리다. 건담이라는 기체보다는 누가 건담을 조종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타면 건담은 건담이 아니게 된다. 마치 나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놀게 된다면
주인의 입장에서는 의미를 두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니까 주인공의 정신적 자아가 가장 중요하게 된다.
이것은 마징가 제트 이전의 작품들에서 보여준 것과 일맥 상통하는 면도 있으나 그 양상은 다분히 틀리다.
이유는 새로운 개념의 도입 때문이다.
뭔가 하면 뉴타입니다.
<뉴타입이 무얼까?>
작품 상에서는 뉴타입이 새로운 환경에 더 잘 적응하고 건담 같이 복잡한 기체를 남보다 더 빨리, 쉽게 조종하는 법을 아는
인물 혹은 작품에서 나오는 '지구의 중력에 영혼이 이끌린 자'들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영역 등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뉴타입이라는 존재는 위에서 설명한 것들을 종합하면 전혀 다른 인간상이다. 뭐냐 하면 윗세대, 그러니까 부모 세대로부터
권력을 빼앗기 위한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유아적 자아의 일련의 연속이다. 다시 말해 뉴타입이라는 개념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사람들에게 적합한, 어른이 되어도 어른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된다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정신적 자아에
비중을 가장 두는 건담이라는 작품은 물질적으로나 육체적으로는 어른이나 정신적으로는 언제나 어린이인 인간상을
구체적으로 확립한, 전과는 차별되는 혁신적인 자아의 모습을 회기적으로 보여주었다는 말을 할 수 있다. 정신이 어린이라고
해서 유치하다는 것이 아니라 꿈을 잃지 않는 면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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