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껏 감으로 이 정도에서 끊어야겠다하고 짤랐는데 보니 갈수록 짧게 짤라지는 것 같더라. 그래서 원성을 듣고 앞으로는 워드로 단어수를 조회해서 정확한 분량을 유지하기로 했음.





기준은 가장 길었던 시리즈였던 5편 칸나이 전투 정도 수준이 되지 않을까한다. 그 편의 단어수가 2200자였는데 워드로 조사해서 정확히 그 단어 수 정도를 유지할 생각임. 단 이것보다 길게 쓰는 걸 원한다면 알려줘라.





그리고 내 시리즈 대신 로마인 이야기를 추천하는 경우가 있던데 나도 그 책을 읽은 일게이라서 어떻게 쓰여졌는지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책에서는 한니발이 치룬 전쟁에서 생략된 내용이 굉장히 많아. 즉 내 시리즈에서 소개된 이벤트 중 몇몇 이벤트만 빼놓고는 거의 다 생략된 것이 그 책이다. 사실 이 시리즈를 쓰기 시작한 것도 

"그 전쟁에서 로마인 이야기에서 알려진 것 말고 이런 일들이 있었다"

라는 정보를 주기 위한 부분이 많다. 즉 그 전쟁에 있어서 한국에서 전혀 안 알려진 내용들을 이곳에서 최초로 접할 수 있다는거지.





이건 내가 영미권 대학에서 비 전공이지만 로마사를 3학년까지 정식으로 공부했었고 영어로 된 사료들을 직접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이렇게 소개할 수가 있는 것 같은데 때문에 로마인 이야기를 읽는다고 해도 이 시리즈에 나오는 많은 사료 내용이 나오지는 않는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내 시리즈는 로마인 이야기를 읽은 뒤에 읽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애초에 내가 그 책을 의식해서 쓰고 있고 또한 그 책에서 생략된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책을 읽고 이 시리즈를 읽으면 완전한 그림이 그려지는거지.





그리고 내 글이 전보다 재미없어 질 수도 있겠는데 그건 한니발이 칸나이 전투까지 갔을 때까진 이라크 전쟁 초반부처럼 신나게 때려부수면서 진격하는 상황이고, 칸나이 이후 부터는 베트남 전쟁처럼 사방에서 국지전을 벌이면서 교착상태의 일진 일퇴를 거듭하는 전투가 사방에서 벌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야. 그러므로 글 읽을때 재미가 떨어지더라도 이 점을 고려하면 좋겠음.





어쨌던 서두는 이 만큼만 하고 이제 시리즈를 이어서 연재한다. 줄친 밑부분부터 2200자 분량의 글이 되겠음.



==================================================================================================================================






전 편에서 스페인에 머물던 하스두르발은 자기 형 한니발을 돕기위해 이탈리아로 출발했는데 스키피오가 친카르타고 부족을 공격, 하스두르발은 군대를 회군해 스키피오 군과 만난 것까지 썼을꺼야. 때문에 이 글의 시작은 스페인이 되겠다.


== 스페인 ==


1.jpg



하스두르발군과 스키피오의 로마군은 서로 만났고 두 군대는 결전을 벌이게 되었지. 그리고 이 전투의 경우 그다지 유명하지는 않지만 전략적인 중요도에 있어서는 칸나이 전투에 못지 않을 정도로 중대한 것이었음. 그 이유는 이 전투에서 카르타고가 승리하면 스페인에서의 로마 세력은 소멸됨과 동시에 한니발은 스페인으로 부터 무한 보급을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지. 이때 로마가 처한 상황을 보면 스페인의 보급을 한니발이 받게 되면 거의 멸망은 확정적임. 



그리고 이 전투의 중요성은 카르타고, 로마 양측 사령관이 모두 알고 있었다. 


a.jpg


b.jpg






이들은 이 전투에 심혈을 기울였지. 하스두르발은 이때 형이 칸나이에서 쓴 전투를 그대로 본뜨기로 결정했음. 즉 칸나이때처럼 하스두르발도 기병이 우월했고 보병이 후달렸는데 이것을 활용해 쌈싸먹기로 한거지.


로마 사령관 스키피오 형제들은 기병을 양익에 배치하고 보병을 중앙에 배치했어. 그리고 하스드루발 역시 똑같이 포진했지. 하스두르발은 양익의 기병으로 로마군 양익의 기병을 격파한 뒤 중앙의 로마 중보병을 포위 섬멸할 계획이었지. 그리고 둘은 맞붙게 되었다.


그런데 이 전투에선 칸나이 전투식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거야. 그 이유는 로마 기병이 수적으로 불리했었지만 카르타고 기병의 공격을 끝까지 버텼고 그 사이에 막강한 로마 군단병이 카르타고 보병을 돌파해 쪼개버렸기 때문이지. 하스두르발은 기병과 함께 달아나고 카르타고 보병은 대부분 죽고 포로로 잡혔다. 이걸로 인해 로마는 위기를 넘기게 됨.






==  로마에서 ==


2.jpg




한편 로마에선 로마 원로원이 세금의 양을 두배로 올린 뒤 즉시 시민들로부터 거둬들였다. 그 뒤 그 해의 집정관으로 전직 독재관을 지낸 그리고 앞서 등장한 바 있었던 퀸투스 파비우스와 티베리우스 그라쿠스가 선출됨.  그리고 이 집정관들은 각각 3-4만에 이르는 병력을 거느리고 한니발과 대결하러 떠난다.






== 카르타고에서 ==


3.jpg


이때 카르타고 본국에서는 스페인에서 카르타고군이 대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니발의 동생인 마고에게 군대를 주어 스페인으로 보내기로 결정했어. 그런데 이때 사르데냐섬 주민들이 로마군으로 부터 반란을 일으키기로한거야. 이들은 카르타고 본국에 도움을 요청함. 그 소식을 들은 카르타고 본국은 마고에게 준 병력과 같은 규모의 군대를 다시 편성한 뒤 사르데냐 섬으로 보냈음. 





== 한니발의 캠프 ==


4.jpg


이때 로마가 한니발에게 칸나이에서 대패했다는 소문은 다른 국가에도 퍼졌다. 마케도니아의 왕 필리포스는 기뻐하면서 한니발에게 사절을 보냄. 그런데 이 사절은 가다가 로마군에게 붙잡힌거야. 로마 법무관에게 끌려간 마케도니아 사절은 자신은 로마에게 동맹 제의하러 온 사절이라고 구라쳤다. 이 소식을 듣고 기뻐한 로마 법무관은 그를 로마로 정중하고 모셨음.


그런데 그 사절은 한니발의 캠프 근처에 이르자 로마인 일행들으로부터 야반도주해서 한니발에게로 간거야. 한니발과 만난 그는 마케도니아 왕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이탈리아로 와서 도울 것이라고 말했지. 그리고 로마가 멸망하면 한니발은 곧장 마케도니아로 건너와 그리스 정복에 힘을 빌려달라고 말했음. 이것은 한니발에게 매우 기쁜 소식이었지.


c.jpg
(필리포스 5세)



한니발은 답신을 보내기 위해 자신의 장교 세명을 필리포스에게 보내기로 했음. 그래서 그 세명의 장교와 마케도니아 사신은 마케도니아로 출발했지. 근데 이들은 배타고 바다를 건너다 순찰 중인 로마 군함에 의해 발견된거야. 곧 조사하기 시작한 로마측 사령관은 카르타고인이 있는 것을 알고 몸 수색을 명령했고 한니발의 서신이 발견하자 크게 놀라 즉시 로마로 압송했다.






==  사르데냐 ==


5.jpg



한편 사르데냐에 로마 법무관이 병력을 이끌고 지키고 있었는데 사르데냐인들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음. 그는 그들이 반란을 일으킬까봐 걱정했고 그렇게 된다면 자신의 병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지. 또한 그는 건강이 나빴기 때문에 로마 원로원에게 전령을 보내 추가 병력과 자신을 대신할 사령관을 보내달라고 했지. 원로원은 새 법무관의 지휘하에 1개 군단을 사르데냐로 파견했지. 




이때 카르타고를 떠나 사르데냐로 향하고 있었던 카르타고군은 폭풍을 만나 어느 섬에 좌초되버림.  이 때문에 카르타고 군의 상륙은 늦어졌고 이것이 뒤에 있을 사르데냐에서의 전투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 카푸아 ==

6.jpg

카푸아 인들은 로마가 한니발에게 박살난 지금에야말로 자신들이 이탈리아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있었음. 그 첫번째 단계로써 그들의 근처에 있었던 소도시인 쿠마에에게 로마를 배신하고 카푸아 밑으로 들어오라고 협박했는데 이들이 말을 안 듣는거야. 카푸아 인들은 쿠마에를 어르고 달래면서 카푸아 인들과 그들의 똘마니들이 참여하는 행사에 쿠마에 원로원 의원들을 초대했지. 이곳에서 만나 쿠마에 통치 세력을 어떻게든 설득시켜보려고 한거야.




근데 쿠마에 원로원들은 7시 이탈리아 스타일 뒤통수를 친거야. 이들은 근처에 군대와 함께 머물고 있었던 로마 집정관 그라쿠스에게 연락해서 자신들이 도울테니 축제때 몰래 기습하면 좋다고 말했지. 




이때 집정관 그라쿠스는 자신의 병사들이 노예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통솔하는데 애먹고 있었음. 병사들이 자격지심 때문에 도무지 당당하게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하는거야.  그라쿠스는 노예들에게 자유민처럼 여기라고 훈계함과 동시에 그들을 차별하는 병사가 있으면 엄벌을 내리겠다고 지시했지. 


d.jpg
(훈계하는 그라쿠스)

그리고 그라쿠스의 장교들도 노예 출신 병사들의 자격지심을 없애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이 와중에 쿠마에 원로원 의원들에게서 연락이 왔고 그라쿠스는 곧장 군대를 이끌고 그 축제가 열리는 도시를 향해 이동했지.




그 도시의 공격은 야밤에 이루어졌다. 그라쿠스는 그 도시를 지키는 1만 4천명의 카푸아 군의 주둔 캠프를 기습, 그곳에서 2천명의 병력을 죽이고 캠프에 있던 병사들의 짐을 모두 털었지. 그런데 근처에 한니발과 그의 병력이 머물고 있었던 거야. 그라쿠스는 한니발이 군대를 이끌고 오는게 두려웠으므로 얼른 철수했어.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벌써 한니발이 군대를 이끌고 그라쿠스를 뒤쫒고 있었음.  


e.jpg


한니발은 또다른 평야에서 벌이는 회전을 애타게 원하고 있었는데 그라쿠스군이 캠프에서 나왔다고 하니 절호의 기회였던거지. 한니발은 필사적으로 주변을 찾았지만 그라쿠스는 이미 범영되버렸음.




그리쿠스를 놓친 한니발은 이 일을 꾸민 주범인 도시 쿠마에를 공격하기로 결정하였고 그래서 일단 자신의 캠프로 되돌아가 공성무기를 챙기고 이동하였음. 다음날 쿠마에에 도착했더니 이미 집정관 그라쿠스와 그의 군대가 쿠마에에 들어가 있었던거야. 이어진 공성전에서 한니발의 군대는 로마군에게 격퇴되버렸음. 




이를 보면 한니발이 공성전을 벌일 때마다 좀 재미없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이것엔 이유가 있는데 공성전에선 한니발의 장기인 기병을 사용하지 못하고 순수 보병으로만 상대해야했기 때문이었음. 사실 한니발의 보병 전력에서 로마군을 이길 수 있는 것은 그와 함께 알프스를 넘은 정예병력 뿐이었고 이 병력은 함부로 투입할 수 없었지. 그래서 자신의 잉여 병력을 성벽에 투입하면 할때마다 강력한 로마 중보병에게 썰리는거야.




한니발은 성벽에서 자신의 병력을 포진한 뒤 그라쿠스가 승리감에 도취되 성벽을 나와 회전을 벌이기를 기대했음. 그런데 그라쿠스는 바보가 아니라서 성벽에서 꼼짝도 안한거야. 한니발은 결국 병력을 철수하였고 그래서 쿠마에 점령은 실패로 끝난다.




이때 그라쿠스에게 아까 붙잡힌 마케도니아 사절이 압송되어왔다. 그라쿠스는 그를 심문한 뒤 원로원에게 보냈고 로마 원로원은 마케도니아를 상대하기 위한 군자금을 마련한 뒤 해군 30척을 편성해 바다로 보냈다.




== 마케도니아 ==

7.jpg


마케도니아 왕 필리포스는 자신의 사절이 로마인에게 붙들린 것을 알게 됨. 그는 곧장 자신의 사절을 한니발에게 다시 파견했고 이들은 붙들리는 일 없이 한니발의 답변을 받아왔지. 그런데 이땐 이미 전쟁할 시기가 거의 지난데다 로마인들이 대비를 끝냈으므로 마케도니아 왕은 즉각적인 군사활동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시간을 벌은 것은 로마인에겐 큰 행운이었던거지.





== 사르데냐 ==


8.jpg


이때 로마의 증원군이 사르데냐에 도착했음. 사르데냐의 원주민들은 카르타고 군의 도착이 늦어지자 자기 멋대로 병력을 이끌고 나와 로마군과 전투를 벌였고 로마군은 이들을 가볍게 격파한다. 로마군은 원주민을 추격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본거지로 몰아넣었음.




근데 이때 마침 카르타고 군이 도착한거야. 카르타고 군은 원주민들과 합류한 다음 로마인들과 대결하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나왔지. 



f.jpg


뒤이은 벌판에서의 회전에서 로마군과 카르타고군은 치열하게 싸웠고 전투는 4시간 동안이나 지속되었지. 그런데 사르데냐 원주민들의 전투력이 약했던거야. 이들은 마침내 패주해 달아났고 그렇게 되자 카르타고군의 측면이 비게 되었지. 로마군은 이 비어있는 측면으로 전진한 다음 방향을 돌려 중앙의 카르타고군을 공격하자 카르타고군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로써 카르타고 군은 완전히 격파되고 로마는 사르데냐를 지켜내는데 성공하였지.



정박한 카르타고해군은 육군의 패배소식을 듣고 서둘러 귀국했는데 뒤쫒아온 로마 해군의 추격을 받았음. 이 틈을 타 카르타고 본국에선 한니발에게 4000 누미디아 기병, 30 코끼리병을 수송해주었지. 이것은 한니발이 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은 최초의 사례인거지.





== 한니발의 캠프 ==


9.jpg


한니발은 이때  카푸아 근처에 있었는데 그 이유는 로마 집정관들이 군대를 이 지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지. 한니발이 없는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한니발이 보낸 한노라는 장군이 계속 로마 법무관들과 싸우고 있었다.




이때 이탈리아 중부지역의 삼니움 족들이 한니발에게 사절을 보내 이들을 로마에게서 해방해달라고 요청했다. 삼니움족들은 산속에서 살고 있었는데 한니발은 산악지역으로 들어가서 싸우면 자신의 강력한 기병전력을 활용못하는 것이 맘에 안들었나봐. 그래서 한니발은 그 지역에 들어가 싸우는 대신 인근의 로마 도시를 공격해서 이들을 돕겠다고 답변했다.




그렇게 말한 뒤 한니발은 몇차례 공략한 바 있었던 놀라로 이동했음. 그곳을 지키는 장군은 또다시 마르켈루스였지. 마르켈루스는 시칠리아로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는데 전황이 안좋아지자 다시 눌라로 들어간 것이었지. 




한니발의 군대가 눌라를 향해 접근하자 마르켈루스는 성문에서 일제히 로마군단병을 출동시켜 두 군대가 맞붙었다. 두 군대는 굉장히 격렬하게 싸웠는데 마침 쏟아진 폭우로 인해 서 서로 군대를 물리게 됨. 


g.jpg


다음날 마르켈루스와 한니발은 군대를 이끌고 평지에서 맞붙었다. 그 뒤 두 군대는 맞붙었는데 여기서 놀랍게도 마르켈루스가 한니발 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둠. 그런데 이 전투에서 이상한 점은 한니발의 기병의 활약이 전무했던 것이고 또한 마르켈루스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로마측으로 넘어간 도시들이 없었다는 것이지. 때문에 이 승리가 과장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만 분명한 것은 전투 이후 한니발은 군대를 철수했고 따라서  마르켈루스는 어찌되었건간에 한니발을 상대로 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제 슬슬 겨울이 다가왔고 로마 원로원은 전비 마련에 고심했었지. 이때 로마는 이탈리아 전역과, 스페인, 시칠리아, 사르데냐, 그리고 지중해를 아우르는 해군을 운용하고 있을때였으니까 돈이 많이 필요한거야. 원로원은 국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하였고 이때 애국심에 불타는 로마 시민들은 부유층과 서민을 가리지 않고 국채를 사들여 원로원은 돈을 마련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때 스페인에서는 스키피오 형제가 이끄는 로마군이 스페인으로 진입, 카르타고 군을 또다시 크게 무찌르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드디어 겨울이 되었는데 이것으로 군사활동은 중단된다.




그리고 다음해 기원전 214년에 접어들었다.





이탈리아 남부에선 한니발이 그쪽을 다스리라고 임명한 한노가 아직 항복하지 않은 도시들을 돌아다니면서 점령하고 있었다. 도시들 대부분 민중들은 카르타고 편, 귀족들은 로마 편이었는데 그 이유는 로마가 친 귀족적인 정책을 항상 폈기 때문이었지. 로마인들은 외국이라도 귀족과 지도층들에게 굉장히 우호적인 나라였어. 즉 점령하면 점령지의 귀족계층의 권력을 그대로 인정했고 단지 그들에게 바란 건 로마가 전쟁할 때 도와주는 조건만 요구했을 뿐이었지. 근데 민중들은 귀족계층이 로마를 돕겠다고 나설때마다 항상 전쟁터에 끌려가는 신세니까 탐탁치 않은거야. 그리고 로마군에 동맹시 군으로써 참여해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도 로마인들 위주로 분배되니까 로마가 싫은 것이었지.




어쨌건간에 민중들이 반란을 일으키거나 카르타고 장군 한노가 점령하거나 하면서 도시들은 하나하나 카르타고 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때 한니발은 겨울 내내 로마 집정관 티베리우스 그라쿠스가 이끄는 군대와 대치중이었어.





== 시칠리아 ==



10.jpg




이때 시칠리아에서 큰 사건이 터졌음. 시칠리아 동부를 거의 지배하고 있었던 아주아주 큰 도시였던 시라쿠사의 왕 히에로가 90살의 나이로 위독한 거였지. 이때 히에로가 너무 늙어서 그의 자식은 다 죽고 그의 손자인 히에로니무스만 남은 상태였음.


h.jpg
(히에로)

 
그런데 문제는 이 히에로니무스가 워낙 무능한 게 문제였지. 히에로는 그의 손자에게 나라를 물려주는 것을 꺼려서 시라쿠사를 공화정으로 되돌릴까 생각했는데 그렇게 되면 권력에서 밀려나게될 히에로의 딸과 사위들이 결사반대한거야. 그래서 히에로는 어쩔 수 없이 히에로니무스에게 물려주기로 하고 유언으로 그를 보좌할 측근을 임명하고 로마와의 동맹을 절대로 깨면 안된다고 말한 뒤 숨을 거둔다.




그런데 히에로니무스는 왕이 되자마자 바로 친 카르타고 편으로 마음이 기울어짐. 이것도 사연이 있는데 그의 친구이자 최측근이 카르타고계였던거였지. 결국 히에로니무스는 사절을 한니발과 카르타고에게 보내 그들에게 붙기로 하고 이탈리아는 한니발이 먹고 자신이 시칠리아 전체를 먹겠다라고 약속함.



로마측에서는 깜짝 놀라 사절을 보냈는데 히에로니무스와 그의 측근들은 칸나이 전투를 들먹이면서 로마 사절들을 조롱했음. 로마 사절들은 열받아 이런 식으로 오랜 동맹을 가볍게 버리는 것은 잘못된 짓이며 로마는 이것을 두고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충고한 뒤 떠났지.


i.jpg




로마를 배신하기로 한 히에로니무스는 자신의 군사적 재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지 자신이 직접 2만 군대를 이끌고 로마군이 지키는 시칠리아 서부를 정복하기로 결심함. 이때 그와 싸우게 될 로마측 사령관은 한니발을 놀라에서 격파한 바 있었던 당시 로마 최고의 장군인 마르켈루스이긴 한데 그 소년왕은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봐. 그래서 군대를 소집한 뒤 이끌고 나가 싸울준비를 했는데 이런 정신나간 만용에 병사들이 열받았는지 암살해 버렸음. 왕이 죽게 되자 시라쿠사는 공화정 복귀파와 왕당파 끼리 내전이 벌어짐. 그리고 겨울이 지나 어느덧 3월이 된거야.




== 로마 ==

11.jpg

로마에선 3월마다 집정관을 비롯한 관료들을 선거를 통해 새로 선출하고 그해의 예산을 편성했지. 그리고 이제 3월이 되자 이들은 모여 선거를 시작하였음. 이때 집정관이었던 퀸투스 파비우스는 로마 시민들에게 전쟁으로 위급한 상황이니 전쟁에 능숙한 정치가를 집정관, 법무관으로 선출해달라고 호소했어. 그러니까 군단 지휘권 즉 임페리움은 집정관, 법무관만 행사할 수 있는데 이들을 시민들이 선출할  때 정치적 인기보다는 군인으로 유능한 사람을 선출해달라는 호소였지.


j.jpg


그리고 시민들은 이에 호응해 원로원이 사령관감이다라고 내세운 후보들을 모두 뽑아준거야. 그리고 현직 집정관 퀸투스 파비우스와 한니발에게 거둔 승리로 유명해진 마르켈루스를 집정관으로 선출했지. 이렇게 선거가 끝난 뒤 원로원은 이제 몇가지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돼. 




여기서 가장 중대한 결정이자 후대까지 영향을 주는 결정이 뭐냐면 사령관이 임기가 만료되도 전직 집정관, 또는 전직 법무관의 신분으로 군대를 그대로 지휘하게 하는거야. 이것은 사령관의 교체로써 군대 지휘 방법이나 전략이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서지. 즉 임페리움(군단 지휘권)을 이제는 현직 고위 관료가 아닌 전직 관료도 행사할 수 있게 된거야.





그리고 원로원은 곧 이어 한니발과 싸울 군대의 규모와 예산을 편성했는데, 이게 진짜 대단함. 로마 원로원 18개 군단을 뽑기로 결정한거야. 18개 군단이 얼마나 대단한 규모냐면, 일단 로마 군단병만 기병 포함 8만 5천 병력에, 동맹시 군단까지 합쳐 거의 17만에 달하는 대군인거지. 그리고 이 숫자를 맞추기 위해 새로 6개 군단을 로마 시민들에게서 징병함.


k.jpg



그 결정을 내린 뒤 이젠 해군 편성하는데 돈이 모자란거야. 여기서 진심 로마인을 존경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는데 원로원 의원들은 자신의 사비를 털어서 해군 편성을 조달하기로 결정한거야. 즉 원로원들은 재산의 규모대로 등급을 나눈 다음, 각 등급에 따라 기부금의 액수를 정해 국고에 기부하기로 한거지. 근데 해군 전력을 편성하는데 드는 돈은 애미리스한 규모기 땜에 300명인 원로원 의원들이 내놓은 기부금의 액수는 엄청난 수준이였어. 노블리스 오믈리주 돋지?


l.jpg



사실 이런 모습은 다른 나라 역사를 통틀어서도 잘 등장하지 않는건데, 로마인이 이때 얼마나 합심했으며 귀족과 평민, 노예층 가리지 않고 단합이 잘되었나를 보여주는거였지. 즉 노예들은 그라쿠스 밑에서 병사로 싸웠고 평민들은 원로원의 요청대로 투표해 주면서 순순히 징병당해 목숨을 걸고 싸웠으며, 지도층 원로원 의원들은 장교로 참전해 다수가 전사해가고 상당수 사비를 기부해가면서가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거야. 한니발은 정말 굉장한 장군이긴 한데, 로마가 이런 나라였으니 참 한니발은 운이 없었던 거지. 






== 카푸아 ==


12.jpg


로마가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대군을 편성했다는 소식은 곧 카푸아에 전해졌다. 그리고 카푸아 시민들은 두려움에 떨었지. 이때 한니발은 이탈리아 남부에 머물고 있었는데 카푸아 시민들은 한니발에게 얼른 사절을 보내 즉시 와서 자신들을 지켜달라고 요청했어. 한니발도 이 소식을 듣고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해 즉시 군대를 이끌고 북상했지.





한니발은 자신의 병력으로도 부족해 남부 이탈리아에 머물던 다른 부대, 즉 한노에게도 북상하라고 명령했지. 한노는 이때 남부 이탈리아로부터 조달받은 그리스계 이탈리아인으로 구성된 병력을 이끌고 있었다. 





한니발은 북상하면서 예전에 자신이 공격한 바 있었던, 쿠마에, 놀라, 마르세유를 차례차례 공격했는데 마르켈루스가 굳건히 지켜서 모두 점령하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북상하던 한노는 베네벤툼이라는 도시에서 전직 집정관 그라쿠스가 이끄는 노예 군단병과 만나게 되었음. 이때 노예 군단병들은 그라쿠스로부터 이기면 자유민이 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고 이 약속은 원로원으로부터 승인되었지. 그래서 이들은 사기가 올라가 있었다.





두 군대는 만나서 매우 치열한 전투를 계속했는데 4시간동안 격전을 벌여도 승부가 나지 않은거야. 그라쿠스는 노예군단에게 오늘 이기지 않으면 약속은 무효라고 말했고 노예군단병들은 전력을 다해 돌격해 카르타고군을 밀어붙였지. 



m.jpg



마침내 카르타고군의 전열은 붕괴되기 시작했고 이 군대를 추격해 로마인들은 살육하기 시작하였어. 그 싸움으로 인해 한노군은 1만 8천명 중 1만 6천이 전사, 그라쿠스군은 2만 여 병력 중 2천명만 전사하는 엄청난 승리를 거두게 되.






이때 로마에서는 국채 상환일이 만료가 되었음. 즉 로마 정부가 로마시민들에게 국채를 발행하고 돈을 빌렸는데 이 돈을 지불해야하는거야. 그런데 로마 시민들은 아무도 로마 정부에게 돈을 상환해 달라고 하지 않았고 전쟁이 끝날 때 받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라쿠스가 이끌던 노예들의 주인들 역시 그들이 자유민이 됨으로써 받아야할 몸값을 전쟁이 끝난 뒤 지불받겠다고 말한거야. 





== 한니발의 캠프 ==


13.jpg


이때 한니발은 놀라에서 마르켈루스와 대치했음. 마르켈루스는 한니발이 이동했을 때 몰래 기병의 일부를 후방에 보내 한니발군의 진격을 따라가다 전투가 벌어지면 배후를 기습하라고 명령을 해놓았지. 그런데 한니발은 워낙 철통같이 주변을 샅샅히 감시하면서 이동하기 때문에 배후를 따라가는게 성공하지는 못했어. 그리고 뒤이어진 전투에서 마르켈루스는 다시 한니발의 군대와 무승부를 거두었지. 


n.jpg


왜 한니발이 마르켈루스를 이기지 못하냐면 항상 기병을 쓰지 못하는 지형에서 마르켈루스가 싸웠기 때문이었거든. 그러니까 이런 위치에서 계속 전투를 벌이게끔 한 마르켈루스 역시 만만찮은 장군이었던거지. 





한니발은 군대를 캠프에 물리고 있었는데 이때 이탈리아의 남부도시 타렌톰에서 한니발에게 붙으려는 첩보를 입수한다. 타렌톰은 그 유명한 피로스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 즉 에페로스의 왕 피로스를 불러들여 이탈리아에서 로마와 맞장뜬 전력이 있었던 대도시였지. 도시의 규모도 로마, 카푸아 다음으로 이탈리아 전체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였음. 이런 도시가 배신하려한다는 소식은 한니발에겐 굉장한 소식이었으므로 한니발은 곧바로 이탈리아 남부를 향해 출발했다.





한니발이 떠나자 이제 카푸아 인근 도시에선 로마인을 막을 장수가 없어진거야. 그러자 두 집정관 파비우스, 마르켈루스는 군대를 이끌고 사방을 점령하면서 돌아다니고 심지어 그라쿠스까지 북상해 주변 지역을 점령하고 다녔지. 이것을 보면 로마군을 막을 수 있는 장수는 오직 한니발 뿐이었고 한니발 없는 군대를 상대론 로마군들이 무적이었다는 말인거지. 그리고 이런 식의 전개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임.




=================================================================================================================

2200자가 되었으므로 여기서 끊겠다. 이 정도로 정신줄 놓을 정도로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투가 벌어지는데 전황 내내 이런식으로 계속될 것 같다. 이것이 후대에 파비우스 전략이라 불리는 것인데 요약하면 한니발을 만나면 최대한 회전을 피하고 한니발이 없는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