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지금의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미래의 나를 위한 것이기에
지금이 아닌 나중, 심지어는 내 사후의 세상을 위한 것이기에
만약 인간이 마지막에서라도 희망을 노래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끝없는 절망 속에서 자신과 세상을 부정하며 지워버리고 마는 슬픈 동물이었다면
자살의 충동을 참았던 날들 이후 뜻밖의 일들과 만남, 기억, 배움과 풍경들
세상을 끝내 더럽히지 않기로 참고 손을 내린 뒤에, 그제서야 내게로 날아들었던 나비들. 코를 후벼파는 풀내음, 고뇌를 덜어가는 바람, 진흙묻은 몸을 씻기려는 하늘의 눈물.
그 모든 것을 보고 느끼지 못 한 채로 이야기가 끝나버렸을 거야.
저마다의 죽음이 다가오고
세상이 끝날 것만 같은 마지막의 마지막 절망 앞에서도
최후에는 희망을 노래하며 죽어가야 해
어둠 속에서 자신의 마음과 이성에 불을 지펴 마지막 고통까지 마저 태워버려
그 빛과 열은 광속 한계가 지켜주는 인과 보존의 세계 내에서
시간이 살짝 지연된 뒤에 저 멀리서 언젠가 보이기 시작할 거야
공간을 날아가 딱 사람의 온기만큼 식은 채로, 포근한 열기가 닿게될 거야
어쩌면 그 빛을 관측하고 열기에 따스함을 느끼는 것이
사후 우주를 떠돌다가 무언가 소중한 것에 이끌려 다시 태어나고, 그 눈으로 관측해온 모든 것을 잠시 잊었을 뿐인
우리 자신일지도 모르잖아
우주를 환하게 밝히고 있는 모든 불빛은
이미 죽은 별들이 마지막으로 세상에 바쳤던 희망이자
고통으로 스스로를 불태우며 밝히려고 애썼던 어둠임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돼
지금 우리가 지켜보는 세상의 모든 실낱같은 희망과
우리가 종종 믿고 싶어지는 친절, 그리고 사랑의 가치들 전부
과거의 사람들이 죽음과 절망 앞에서 울면서도 그리고 남겼던 밝은 미래에의 가능성, 그 위에 이어져 온 것임을
그들이 마지막의 마지막에라도 노래했던 희망임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돼
모든 이야기는 마지막에 희망을 그리며 죽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