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를 비판하는 한국 좌파 쪽에서 종종 나오는 레퍼토리가 하나 있음.

“아내가 총에 맞아서 실려가는데도 박정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연설을 계속했다.”

이걸 가지고 박정희가 얼마나 냉혈한이었는지 보여주는 장면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음.

근데 난 오히려 이 대목에서 좌파와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역할’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느낌.

상황을 한번 생각해보자.

광복절 국가행사 도중 대통령을 향해 총격이 벌어졌음.
영부인은 총에 맞아서 실려갔고 현장은 이미 엄청난 충격에 빠진 상태임.

그 상황에서 대통령까지 이성을 잃고 연설이고 행사고 다 집어치운 채 뛰쳐나가 버렸다면?

그게 정말 좋은 리더의 모습이었을까?

오히려 “대통령조차 패닉에 빠졌다”는 신호를 주면서 현장의 혼란과 공포만 더 커졌을 수도 있음.

자기 아내가 눈앞에서 총에 맞았는데 박정희라고 아무렇지도 않았겠냐.

당장 따라가고 싶은 마음, 두려움, 분노가 왜 없었겠음.

그런데 리더라는 자리는 바로 그런 순간에 개인의 감정을 억누르고 자기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함.

속으로는 무너져도 일단 사람들 앞에서는 중심을 잡는 것.
총격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대통령이 다시 연단에 서서 국가행사를 마무리하는 것.

나는 오히려 그게 리더가 해야 할 행동에 가깝다고 봄.

그런데 일부 좌파 쪽의 박정희 비판을 보면 이걸 정반대로 해석함.

“어떻게 아내가 총에 맞았는데 연설을 계속할 수 있냐?”
“저게 사람이냐?”

결국 그 사람들은 이 장면을 개인의 감정이라는 기준으로 보는 거임.

나는 반대로 봄.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그 순간 단순히 ‘육영수의 남편’으로만 서 있는 사람이 아니었음.
국가원수였고 수많은 국민이 지켜보는 국가행사의 중심에 서 있던 사람이었음.

더구나 대통령 자신을 노린 총격이 발생한 상황임.

그런 순간일수록 리더가 먼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임.

물론 박정희의 다른 정책이나 정치적 과오를 비판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음.
그건 그것대로 따져보면 되는 문제임.

근데 적어도 이 장면 하나를 가지고
“아내가 총에 맞았는데도 연설이나 하는 냉혈한”이라고 비난하는 건 난 동의하기 어려움.

오히려 정반대임.

가장 개인적인 비극이 눈앞에서 벌어졌는데도,
그 순간만큼은 자기 감정보다 자신이 맡은 자리를 먼저 생각하고 끝까지 역할을 수행한 것.

나한테는 그게 냉혈함이 아니라 절제이고 책임감임.

결국 같은 장면을 보고도 한쪽은
“어떻게 저 상황에서 연설을 계속하냐”고 하고,

나는
“저 상황에서도 어떻게 연설을 끝까지 마무리했을까”라고 보는 거임.

박정희라는 정치인을 좋아하냐 싫어하냐를 떠나서,
적어도 이 장면에서만큼은 그 차이가 꽤 크다고 생각함.


요약:  박정희가 자리를 뜨지 않은건 리더의 책임감을 보여준건  오히려 칭송받아야할 일. 근데 좌파들은 감성위주의 사고라서 이걸 이해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