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래의 인간
사람들은
함께 살아간다고 말했다.
나는 해변에 앉아
모래를 한 줌 쥐어보았다.
손안에는
수천 개의 모래알이 있었지만,
그 어느 것도
서로의 운명이 되지는 못했다.
가까이 닿아 있으나
끝내 하나가 되지 못하는 것들.
바람이 불자
모래는 저마다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어떤 것은 바다로 가고
어떤 것은 신발 밑창에 밟히고
어떤 것은 이름 없는 틈으로 사라졌다.
인간도 그렇다.
우리는 사랑을 말하고
영원을 약속하고
서로의 외로움을 껴안으려 하지만,
깊은 밤이 오면
각자의 영혼은
각자의 어둠 속으로 돌아간다.
아무도 대신 아파줄 수 없고
아무도 대신 죽어줄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군중 속에서도
한 알의 모래처럼 떨고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흩어진 모래들 위로
새벽의 빛이 내려앉을 때면
나는 믿고 싶어진다.
완전히 하나가 되지 못해도
잠시 서로의 곁에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생은 견딜 만하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