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바이오맨’이다.

당시 람보와 코만도의 엄청난 흥행으로 액션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던 시절이었다. 그런 흐름 속에서 한국형 액션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며 기획된 작품이 바로 ‘바이오맨’이었다.

 

그 시절 대한민국은 지금처럼 선진국형 경제력을 갖춘 나라가 아니었고, 지금 우리가 한참 아래로 여기는 동남아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동남아 올로케이션 촬영을 내세운 ‘바이오맨’은 청소년들에게 상당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대작이었다.

 

게다가 태권V, 우뢰메 등 어린 시절을 책임졌던 김청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어릴적 그의 작품을 보던 세대가 자연스럽게 청소년으로 이어져 관람하게 만드는 구조도 깔려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실베스터 스탤론 같은 헐리우드 액션 스타들의 압도적인 피지컬과 액션에 익숙해진 국내 관객들에게, 멸치급 체격으로 람보를 따라 하는 박중훈의 액션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철수와 미미의 청춘 스케치' 같은 코믹물에 출연하던 배우가 갑자기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처럼 변신하기를 기대하기엔, 연기력이나 제작 환경 모두가 뒷받침되지 못했다.

 

결국 ‘바이오맨’은 소문만 요란했을 뿐, 개봉 여부조차 희미할 정도로 조용히 사라졌고, 비디오 대여점에서도 보기 힘든 희귀작으로 남게 된다.

그 이후 한국 영화판에서 승승장구하던 박중훈이 어느 순간부터 방송과 토크쇼를 통해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정확한 시점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계기로 헐리웃 진출 이야기를 하던 중, '수잔 서랜든'과의 식사 자리 일화를 꺼낸 때가 아닌가 싶다.

 

그는 수잔 서랜든에게 자신의 영화 이야기를 신나게 했지만, 상대 배우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PC적 가치에 가까운 대화를 나눴고,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이 영화 이야기만 한 것이 부끄러웠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이 언사를 보면 그는 이미 훨씬 이전부터 특정한 사상이나 이념에 영향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더라도 전반적으로 좌성향의 흐름을 타며 활동해온 배우로 읽힌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건 이 지점이다.

그는 수많은 영화, 드라마, 광고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빌딩, 주식 투자 등으로 상당한 자산을 축적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좌파적 이념에 걸맞은 사회적 실천이나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다곤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겉으로는 이념을 이야기하면서 실제 삶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흔히 말하는 '내로남불' 구조가 반복되는 모습으로 활동했을 뿐이다. 물론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공개되지 않은 기부나 선행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모습만 놓고 보면, 그런 기대를 하게 만드는 흔적은 많지 않다.

문화계에서 좌빨 성향을 드러내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현실이 있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될 정치적 성향을 반복적으로 표출하는 행태는 솔직히 불쾌감을 주는 부분이다.

 

이번 ‘란 12.3’ 시사회에 참석한 박중훈의 모습을 보며 든 생각은 하나다. 부친 고(故) 박일상 씨가 6·25 전쟁에 참전해 7년간 복무 했으며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국가 유공자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그의 행보로 인해 아버지의 명예에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활동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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