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포르투갈 수주간 전력가격 하락
파키스탄 지붕태양광, 중국은 전기차 수혜

[이투뉴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역사상 최악의 석유위기로 치닫고 있지만 재생에너지를 늘리며 석유·가스 의존도를 낮춘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공급망 위기와 인플레이션은 청정에너지 전환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고, 이들 3개국이 모두 기존 화석연료 시설을 타격하면서 시장 충격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지속 확대해 온 국가는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얀 로제나우 옥스퍼드대 교수는 "풍력과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는 화석연료 가격 변동에서 대체로 자유롭다"며 "일단 설비를 갖추면 연료비가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최근 몇주간 전력가격이 오히려 하락했다. 파키스탄은 지난 5년간 지붕형 태양광 보급을 크게 늘려 석유시장 혼란을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로제나우 교수는 "파키스탄은 지붕형 태양광과 배터리 조합이 기존 전력보다 저렴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국가들도 휘발유 가격 인상의 영향을 덜 받고 있다. 중국은 신차 판매의 50% 이상이 전기차이며, 네팔은 그 비율이 70%에 달한다. 이처럼 에너지위기가 청정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부각하고 있지만, 당장은 적지않은 영향도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호르무즈 해협의 병목 현상이 태양광 모듈 제조에 필요한 알루미늄 등 금속 운송을 지연시키면서다. 중동은 세계 알루미늄 생산의 약 9%를 차지하는데, 생산업체들이 전쟁으로 가동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기 시작했다. 최근 모듈가격 인상도 그 영향이다.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도 걸림돌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건설과 장비, 설치에 상당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 만큼 물가 상승이 신규 청정전력 설비 확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번 전쟁과 에너지 충격은 단기적으로는 화석연료에 호재가 되고 있다. 가장 큰 수혜자는 지구 온난화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에너지원인 석탄이다. 컬럼비아대학 국제에너지정책센터의 아이라 조지프 선임연구원은 "재생에너지가 승자이지만, 석탄도 승자"라고 말했다.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 크게 의존해왔다. 현재 LNG 공급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인도와 태국, 베트남 등이 석탄사용을 늘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석탄 발전량을 줄였으나, 전쟁으로 이 추세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지프 연구원은 전망했다.
단기적으로 석유·가스시장 혼란은 시추 및 탐사 확대도 부추기고 있다. 세계 각국이 부족한 LNG 공급을 대체하려 하고, 고유가로 기존에 수지가 맞지 않던 프로젝트들이 이익을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로제나우 교수는 "고유가는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이 자금이 탐사와 채굴, 수출 인프라에 다시 투입된다"면서 "LNG 확장 계획이 신속히 추진되는 것을 이미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벤처글로벌은 세계 최대 독립 에너지 트레이딩 기업 비톨에 LNG를 공급하는 5년 계약을 발표했다. 같은 날 캐나다 에너지 기업 TC에너지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차질로 대형 LNG 수출 시설 확장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한편 독일은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약 36GW규모의 가스발전 설비를 추가할 계획이다. <로이터>는 그동안 기후변화 대처에 비해 에너지 가격 안정이 과소평가되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EU는 환경 목표 일부를 조정하더라도 에너지 안보를 더 우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