쭝위안 조이 류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인터뷰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세에도
전자제품·소재 등 저가공세로
글로벌 공급망서 구조적 우위
中기업과 가격 경쟁은 무의미
韓 기술 프리미엄으로 승부를
자원 대체 공급망도 확보해야


쭝위안 조이 류 미국외교협회 중국연구 선임연구원이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6회 세계지식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매경DB
쭝위안 조이 류 미국외교협회 중국연구 선임연구원이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6회 세계지식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매경DB

중국 정점론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중국의 '국가총생산(GDP) 성장 둔화'와 과잉 생산 과정은 오히려 글로벌 제조 공급망을 위협하는 전략자산으로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는 시각이다.

미국 내 대표적 중국 전문 정치학자인 쭝위안 조이 류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섣부른 '중국 정점론'을 경고했다. 류 연구원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박사로, '브릭스의 집단적 탈달러화 전략'과 '국부펀드: 중국공산당의 글로벌 야망 전략' 보고서 등으로 각종 학회와 싱크탱크로부터 주목받았다. 미국외교협회 외에도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과 경영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한다.

류 연구원은 "미국이나 서구 정책입안자의 가장 큰 오해는 중국 경제 둔화가 체제 쇠퇴나 경제 취약성을 시사한다는 믿음"이라며 "중국 정점론은 성장 둔화, 부채 증가, 인구문제를 지정학 및 산업 영향력 약화와 동일시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현실은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 산업 역량에서 이미 구조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 표면적인 둔화에도 전략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 연구원은 "경제 핵심 요인인 철강, 전자제품, 배터리 소재 등에서 나타나는 과잉 생산 능력은 일종의 결과물이면서도 외국 경쟁사들이 대응할 수 없는 중국의 전략자산"이라며 "중국의 의도 여부와 별개로 중국이 세계 시장의 가격, 공급량, 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최근의 중국 영향력을 과소평가할 경우 미국과 서구권 국가들이 산업과 기술 리더십에서 정책 실기가 우려된다는 시각이다. 그는 과잉 생산에 고통받는 한국이나 서구권이 구조적인 대안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방법론은 크게 세 가지다.

류 연구원은 "먼저 기술과 시장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며 "중국 기업과의 가격 경쟁은 무의미하며, 삼성과 SK가 반도체로, LG는 전고체 배터리로 기술 우위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하는 식"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공급망과 자원 회복탄력성을 갖출 것을 조언했다.

류 연구원은 "리튬·희토류 같은 핵심 광물은 병목현상을 초래하는 만큼 호주, 인도네시아, 캐나다 등으로부터 대체 공급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속가능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전기차나 반도체 분야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모듈형 생산 방식을 구축하면서 핵심 제조업에서 생태계를 구축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비용, 복잡성, 시간 측면에서 어려움이 가중되지만 중국의 과잉 생산에 맞서 생존하고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급망 분야에서는 중국을 벗어난 대체 자원 파트너와 도시 광산, 재활용을 통한 전략비축물자 확보도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은 전기차, 반도체 등에 필요한 핵심 광물인 흑연, 갈륨 등에서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어선다. 류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2030년까지 핵심 희토류 광물 중국 의존도를 약 80%에서 5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배터리 폐기물을 재활용해 광물 수요의 20%를 충당할 경우 갑작스러운 수출 제한이나 가격 충격 등에 대응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공급망 전략은 필수다. 베트남이나 멕시코 등으로 제조기지를 다원화하더라도 단순 제3국 통행을 이유로 중국과의 연계 가능성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서다. 류 연구원은 "미국 관세청의 원산지 판정은 실질적 변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단순 제3국 조립으로는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며 "한국 기업들은 중국 외부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했다는 신뢰성 있는 자료를 쌓아야 하고, 중간투입재의 자재명세서(BOM) 추적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자본 협업 과정에서는 지배구조, 기술주권 그리고 지정학적 위기에 특히 유의할 것을 주문했다. 류 연구원은 "중국 펀드는 종종 이사회 의석이나 거부권 등으로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이는 기업 운영을 중국공산당의 산업적 우선순위 전략과 연계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술적 측면에서 중국 통신망과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에 연계될 수 있는 만큼 서구권의 규제를 받을 수 있다"며 "위안화 등의 결제 시장 메커니즘까지 작동할 경우 기업을 법적 위험에 노출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중국으로부터의 경제 방어를 위해 정부 차원의 공급망 확보와 기업 차원의 기술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류 연구원은 "우방국과의 장기 계약 체결과 함께 한국 내 중간 가공시설 투자, 사용 후 전자제품 재활용 확대 등 정부 차원의 다각화된 접근법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차원에서는 기술 분할 관리가 필수"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규정을 준수하는 기술표준과 중국 전용 스펙을 분할해 수출 규정을 지키면서도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방식"이라며 "이중 용도 기술은 전면적 경쟁을 하면서도 비민감제품에 대해서는 전술적 협력을 지속하는, 관리된 상호 의존 전략을 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