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등의 나비효과…6·3 지방선거, 현수막 못 구해 "빈 거리 선거" 현실화하나

 

나프타 3배 폭등에 현수막 원단 재고 바닥, 발주 단가 2배 뛰어…후보들 "돈 줘도 물건이 없다"

[공감신문] 이상민 기자=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대한민국 선거판까지 흔들리고 있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70일 앞두고 후보 진영들이 앞다퉈 현수막 제작에 나서야 할 시점이지만,
정작 현수막을 만들 원단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중동 전쟁발 나프타 가격 폭등이 석유화학 제품 전반의 공급망을 뒤흔든 결과다.
전쟁이 바꿔놓은 에너지 지형이 후보자의 얼굴이 걸린 거리 풍경까지 바꿀 수 있다는, 예상치 못한 나비효과가 현실이 되고 있다.
현수막의 주요 원단인 폴리에스터와 폴리프로필렌(PP)은 모두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 제품이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중간 원료로,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거쳐 에틸렌과 프로필렌으로 전환된 뒤 합성섬유·합성수지·플라스틱 등
수천 가지 석유화학 제품의 뿌리가 된다.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나프타 가격은 전쟁 이전 대비 약 3배까지 치솟았다. LG화학이 여수산단 NCC 2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이 잇따라 감산에 들어가면서 하류 산업 전체에 원료 부족이 전이되고 있다.

현수막 원단 업계는 이 충격의 끝자락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선거용 현수막 원단을 주로 생산하는 중소 직물업체들에 따르면 현재 원단 재고는 바닥 수준이다. 미리 생산해 놓은 물량이 거의 소진된 상태에서 신규 발주를 넣으려 해도 원단 단가가 전쟁 이전 대비 2배로 뛰어올랐다.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다. 돈을 주고도 물건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목전에 다가오고 있다. 나프타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면 원단을 뽑고 싶어도 원료 자체가 없어 생산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나 총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현수막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리는 선거다. 광역단체장부터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교육감까지 선출 직위가 수천 개에 달하고, 각 후보가 내걸어야 할 현수막 수량은 전국 단위로 수십만 장에 이른다. 특히 기초의원 후보의 경우 선거구가 좁은 만큼 거리 현수막이 사실상 유일한 홍보 수단인 경우가 많다. 원단 수급이 막히면 자금력이 풍부한 광역단체장 후보는 어떻게든 물량을 확보하겠지만, 기초의원 후보들은 현수막 한 장 내걸지 못한 채 선거를 치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