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업용 로봇에 집중…인간형 로봇에 필요한 AI 인재 부족
로봇 산업 초기 개척자…전통 분야 강세가 신속한 대응 '발목'
과거 실패 경험에 인간형 로봇 열기에 '냉담'
중국, AI 기반 인간형 로봇에서 성과…10년간 국가 차원 집중 투자
불편한 중·일 관계 속, 도쿄 로봇 전시회 참가 중국 기업 사상 최대

'CES 2025'의 중국 유니트리 부스에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CES 2025'의 중국 유니트리 부스에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초이스경제 홍인표 기자] 산업용 로봇은 일본의 전통적 강세 품목이었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인간형 로봇 시장에서는 중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전했다.
 

로봇 연구에 가장 먼저 뛰어든 일본은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오랫동안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해 왔지만, 인공지능(AI) 인재 부족으로 AI가 주도하는 새로운 인간형 로봇 열풍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SCMP에 따르면 지난 3일 일본 도쿄에서 개막해 4일 동안 열린 도쿄 국제 로봇 전시회(IREX)에는 역대 최대인 673개 업체가 참가했다. 13개국 140개 해외 기업이 포함됐으며, 중국 참가 기업도 사상 최대인 84곳에 달했다. 중·일 외교 갈등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뚜렷했다.

유니트리(宇樹科技) G1 로봇의 일본 총판인 테크셰어(TechShare) 전시 부스에서는 유니트리 로봇의 복싱과 댄스 공연이 열려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다른 소프트웨어·솔루션 기업들의 부스에서도 유니트리 로봇이 훈련 플랫폼으로 활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만의 AI·머신비전 기업 솔로몬의 천정룽(陳政隆) 회장은 "유니트리 로봇은 기구·하드웨어 완성도가 높아 2차 개발에 매우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일본 미즈호은행 수석 연구원 탕진(湯進)은 "산업용 로봇은 일본의 전통적 강세 품목이었지만, 중국은 이미 신기술·신산업 트랙에서 경쟁을 시작했다"며 "이 분야들은 아직 확고한 강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SCMP에 따르면 일본은 1960년대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를 시작한 초기 개척자였다. 1970년대 초 일본 와세다대학은 WABOT-1을 선보였는데, 이는 이동과 물체 집기가 가능한 세계 최초의 전신형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평가된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2014년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는 로봇'을 표방한 휴머노이드 페퍼(Pepper)를 출시하며 한때 감성 교류 로봇에 대한 일본의 기대를 상징했다. 하지만 수요 부진으로 2021년 생산을 중단했고, 이후 일본의 주요 인간형 로봇 프로젝트 상당수가 막을 내렸다.

일본 테크셰어의 시게미쓰 다카아키 사장은 "이런 영향으로 일본 사회는 미국과 중국에서 부풀려진 최근 인간형 로봇 열기에 대해 비교적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5년 전에도 일본의 인간형 로봇은 춤을 췄다"며 "그러나 산업적 기여 없이 오락에 그쳤고, 결국 대중의 관심이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찾아온 인간형 로봇 열기가 과거와 다른 결정적인 차이는 AI라는 '두뇌'에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처럼 사전 프로그래밍된 동작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고 범용적 능력을 키우는 로봇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탕진 연구원은 "중국의 디지털 경제는 질적 전환점을 넘었다"며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 두터운 AI 인재 풀, 방대한 내수 시장이 실제 학습 시나리오를 풍부하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 2025'가 로봇과 관련 공급망을 전략 산업으로 규정한 이후 중국은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산업용 로봇 29만5000대를 설치해 세계 수요의 54%를 기록했다. 중국 내 시장 점유율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처음으로 외국 기업을 넘어 57%를 차지했다. 탕진은 "중국의 전국 단위 산업 정책은 확장에 매우 효과적"이라며 "태양광과 전기차가 그 전례이고, 경쟁을 통해 최강자가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대학 시스템은 제조업 인재 배출에 초점을 맞춘 공과대학 중심 구조에 머물러 AI 인재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럼에도 일본 기업들은 여전히 전통 로봇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 산업용 로봇 생산량의 38%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이 오히려 인간형 로봇으로의 전략적 전환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