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 철 박사(중국전문가)

이철 박사.[사진= 대덕넷 DB]
이철 박사.[사진= 대덕넷 DB]

필자가 중국의 과학 기술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 언제나 미국이 그래도 앞서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맞는 말이다. 여전히 미국은 과학 기술 분야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학기술이 우리의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 즉 산업 기술에서 얼마나 반영되고 있느냐를 논한다면 미국이 꼭 1위는 아닐 수 있다. 중국은 과학기술 정책에 언제나 산업화, 실체 경제와 통합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어 응용 기술에서는 중국도 만만치 않다.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수소 에너지다. 수소 연료는 금년 연간 친환경 수소 생산 용량이 22만 톤을 돌파하여 중국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 중국의 수소 기술 현황

지난 10월 안후이사범대학 숑위제(熊宇杰) 총장과 연구팀은 레이저 복사로 발생하는 효과를 이용해 나노미터 이하 크기의 고엔트로피 합금 제작에 성공했다. 이 방법은 광범위한 보편성을 지녀 최대 10종의 금속 원소를 포함한 나노미터 이하 크기의 고엔트로피 합금을 제조할 수 있다고 한다((Nature Material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다섯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금속을 '융합'해 구조가 균일한 신형 합금, 즉 '고엔트로피 합금'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나노미터 이하의 극소 크기로 구현하였다. 연구팀이 금, 백금, 루테늄, 로듐, 이리듐 등 5가지 금속으로 제조한 나노미터 이하 고엔트로피 합금은 수전해 촉매로서 우수한 수소 및 산소 생성 활성과 안정성을 보인다고 소개했다.

◇ 중국은 과학 기술 프로젝트에 응용 기술이 병행된다

전술하였듯이 중국의 과학기술 프로젝트는 절대 순수 과학 프로젝트가 아니다. 언제나 산업화, 공급망 기술이 뒤따르며 연관된 제반 프로젝트가 같이 조직된다. 수소 만드는 기술를 국가가 추진하고 있다면 수소를 응용하는 산업 기술 프로젝트도 같이 추진된다.

예를 들어 중국 최초로 유류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항공기 엔진이 11월 27일 발표되었다.  아시아 일반 항공 전시회에서 공개된 이 메가와트급 하이브리드 엔진은 순수 전동기의 높은 출력 밀도를 보유하면서 항공 엔진의 신뢰성을 계승해 기존 동력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한다. 이는 지난 8월에 다롄 화학 물리 연구소(大连化学物理研究所) 천중웨이(陈忠伟) 연구팀이 고비율 수소-리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한데 이은 것이다. 이들은 두 핵심 기술인 고비율 초저온 배터리 기술과 고비율 수소-리튬 하이브리드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용 드론의 '짧은 비행 시간, 작은 탑재량'이라는 업계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항공기 적용은 장기간이 소요되는 일이라고 지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소를 육상 운송에 응용할 기술은 진작에 개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창춘에서 중국 최초 수소 에너지 관광 열차 ‘칭춘호(氢春号)’가 공개되었다. 열차나 화물차 같이 무거운 운송 수단에 수소가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동시에 동북 지역의 겨울 추위와 같이 저온에서는 수소 연료 전지의 성능이 저하되는데 이 기술적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치치하르 같은 곳은 겨울에 영하 40도, 모허 같은 곳은 영하 50도까지 내려간다.
 
중국은 토륨원자로를 개발하면서 수소 기술도 동시에 개발 중이다.[사진 = 이철 박사]
중국은 토륨원자로를 개발하면서 수소 기술도 동시에 개발 중이다.[사진 = 이철 박사]

이런 운송 수단의 수소 에너지 사용은 중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기존의 전기 동력은 승용차 정도까지 적용이 되고 화물차나 열차와 같은 중장비에는 전기 동력이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전력 공급에 화석 에너지, 특히 석유를 사용한다면 모두 의미 없는 짓이다. 중국은 발전 기술에 비석유 에너지원을 적용하는데 전략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단일 유닛 용량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 화력 발전소가 첫 가동되었다. 여기에 지난 11월에는 국내 단일 용량 최대·최고 효율의 가스 터빈을 도입했으며, 기기 효율은 64.15%에 달한다. 이는 기존 100만 킬로와트급 석탄 화력기기와 비교해 약 17%포인트 효율이 향상된 수치이다.

◇ 수소 에너지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서전동송(西电东送)’을 위해서이다

신 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을 달성한 중국이 수소 에너지를 개발하는 전략적 목적은 비단 중장비 동력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국가 차원에서 볼 때 지금까지 투자된 대부분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 시스템이 인구 밀도가 낮고 산업 밀도가 낮은 서부와 북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은 발전량이 수요량을 초과하고 전통적 산업 발달 지역인 동부와 남부는 발전량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국 공산당은 전략 프로젝트인 ‘서전동송(西电东送)’을 추진해 왔다. 즉, 서부 지역에서 만들어진 전력을 동부 지역으로 보내는 프로젝트이다. 이를 위한 대규모 송전 시설이 만들어지고 있고 이를 위한 송전 기술도 개발해 왔다. 그 결과 송전 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장거리 송전은 효율이 낮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서부 지역의 발전을 축적 가능한 방식으로 저장하여 동부 또는 적어도 중부 지역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부 지역의 발전량은 수요가 많은 동부 지역으로 보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것이다. AI 센터를 대량으로 구축해야 하는 15차 계획 기간에는 더욱 발전 및 에너지 전송 인프라가 중요해 질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 기술들이 개발되어 오고 있다. 지난 9월에 다롄화학물리연구소에 따르면, 해당 연구팀은 7년간의 연구 끝에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 저장 기술 경로를 대표하는 최초의 수소 음이온 프로토타입 전지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대규모 에너지 저장, 수소 저장, 이동 전원, 특수 전원 등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은 수소 음이온 도체 개발 및 응용 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핵-껍질 구조의 수소 음이온 전해질을 개발하고 최초의 수소 음이온 프로토타입 전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실험 데이터에 따르면, 해당 전지의 양극은 최초 방전 용량이 984mAh/g에 달했으며, 20회 충방전 사이클 후에도 402mAh/g의 용량을 유지했다. 이어 연구팀은 수소 음이온 배터리가 전자 기기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음을 추가로 입증했으며, 이는 중국이 수소 음이온 배터리를 실증했음을 의미한다. 2023년에 “격자 변형 억제 전자 전도” 전략을 제안해 실온 초고속 수소 음이온 전도체를 개발한 바 있다.

◇ 15차 5개년 계획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

올해 9월 말 기준 중국의 청정 수소 프로젝트 투자액은 전 세계의 30%를 차지해 세계 1위다. 중국의 그린 수소 생산 능력은 연간 22만 톤을 넘어 전 세계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건설된 수소 충전소는 540개소를 넘어 전 세계의 40%를 차지한다.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15차 5개년 계획’ 제안서에는 수소 에너지와 핵융합 에너지를 포함한 6대 미래 산업을 선제적으로 배치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양자 기술, 바이오 제조, 수소 에너지 및 핵융합 에너지, 뇌-기계 인터페이스, 신체 지능, 6세대 이동통신 등이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이 되도록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미 양자 기술에서 중국은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추후 다루겠지만 바이오 제조에서도 중국은 전략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수소나 핵 융합 에너지에서 순수 과학 기술 또는 기초 기술 영역에서 우리와 유사한 수준에 있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중국이 산업 기술을 함께 병행 개발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기술이 시장에 나오는 속도는 중국 쪽이 훨씬 더 빠를 것이라고 필자는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15차 계획은 과거 모든 계획에 비해 과학기술에 집중하고 매진하는 계획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사상 최대의 자금과 인력이 투여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15차 계획의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내년 초 양회에서 전인대 통과를 해야 하므로 현재 각 지방 정부에서는 지방 양회를 진행하며 15차 계획의 내용(지방 버전)을 숙의하고 또 통과시키고 있다. 현재까지 약 15개 지방 정부에서 15차 계획안을 발표했다고 한다. 이를 잘 모니터링하면 중앙 정부 차원의 15차 계획의 내용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광둥성은 '산업과 기술의 상호 촉진 및 강화'를 제안하고, 제조업 기반을 활용하여 전자 정보 및 장비 제조와 같은 산업을 첨단 수준으로 고도화하는 등 지능형 변혁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저장성은 과학기술 혁신 허브, 첨단 제조업 기지, 인공지능 혁신 개발 허브로서의 글로벌 경쟁력과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후난성은 독창적 혁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선도 기업들이 양자 기술, 항공우주, 해양 공학 등 첨단 분야를 다루는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후난성의 '4×4' 현대 산업 시스템의 기술적 수요를 충족하고, '수요 주도형 체계적 과학 연구'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는 어떤 국가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과학 기술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가? 우리의 과학 기술 계획은 산업계와 국가 전략 공급망과는 어떤 유기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적어도 필자는 아는 바 없다. 독자분들 중에 이를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 많기를 소망할 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번 수립하면 변하지 않는 과학 기술 계획을 운영해 왔다. 그리고 과학 기술 계획 속에 포함되려면 사전에 중장기 계획에 포함되어야 하는 계획을 운영해 왔다. 사실상 단기적으로 변경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그러나 미중의 과학기술 경쟁이 하루가 다르게 성과를 내고 변화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국가 과학 기술 체계를 운영해도 되는 것일까? 적어도 가장 큰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이 무슨 과학 기술을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 그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모니터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최근 국가 자원안보 컨트롤타워가 출범하였다. 국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의 출연을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https://news.cctv.com/2025/12/02/ARTIiSrs7IAYffbLn1oBFOCS251202.shtml?spm=C94212.PGZDd8bkBJCZ.E850fz1ryIUd.13
http://www.news.cn/tech/20250812/9c2165802983444f983edf5438649207/c.html
https://news.cctv.com/2025/10/25/ARTIbbBq0K5wdPca7k7fKt51251025.shtml?spm=C94212.PGZDd8bkBJCZ.E850fz1ryIUd.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