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중국 칭다오 앞바다에서 열린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70주년 해상 열병식에 참석한 Type 094형 진(晉·진나라)급 전략 핵잠수함(SSBN). photo 뉴시스
2019년 4월 중국 칭다오 앞바다에서 열린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70주년 해상 열병식에 참석한 Type 094형 진(晉·진나라)급 전략 핵잠수함(SSBN). photo 뉴시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핵잠수함 이름은 '장정(長征·Long March)'이다. 핵잠 건조를 마오쩌둥(毛澤東)이 1934년 10월부터 약 1년간 11개 성(省), 18개 산맥, 24개 강을 건너며 약 10만㎞를 행군한 '대장정'에 비유한 것이다. 장정 출발 당시 10만명에 달했던 홍군(紅軍·인민해방군의 전신)은 장정이 끝난 후 약 6000명의 정예요원만 남았다. '장정'이란 중국 핵잠의 이름은 비록 자체 기술과 역량으로 시작했으나, 마침내 정예 핵잠을 건조해 미국 해군 핵잠을 이긴다는 신념이기도 하다.

중국 해군의 우여곡절 핵잠 건조

중국 해군 핵잠에는 '장정'이란 이름에 순차적으로 숫자를 부여한다. 가장 늦게 건조한 제2세대 Type 094형 진(晉·진나라)급 전략 핵잠수함(SSBN)의 6번함 명칭은 '장정-21'이다.

중국 해군의 핵잠 건조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제1세대 핵잠 건조는 당시 구(舊)소련과의 이념 갈등으로 소련의 기술과 자료를 공유하지 못한 채 중국 핵과학 역량만 믿고 착수했다. 문화대혁명의 파장도 비껴갈 정도로 독자적 핵잠 개발에 의욕을 보였으나, 모두 실패했다.

당시 중국의 핵기술로 개발한 우라늄 농축도 5% 연료의 독자형 가수압 핵발전기(PWR)는 소음이 많았다. 탑재한 쥐랑(巨浪)-1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역시 사거리가 짧았다. 미국과 소련에 대한 제2 타격 능력이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Type 092형 샤(夏·하나라)급 SSBN의 2척 중 1척은 핵발전기 냉각기 고장에 의한 내부 화재로 폐기됐다. 핵잠에서 냉각기 문제는 기본적 안전 요인이자 핵잠 기술 핵심이다.

이후 중국 해군은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킬로(kilo)급 재래식 잠수함을 모방한 선체 설계를 활용해 제2세대 Type 093형 상(商·상나라)급 SSN과 사거리 1만㎞의 쥐랑-3형 SLBM 12개를 탑재한 Type 094형 진급 SSBN의 유기체적 소음을 상당 부분 감소시켰다. 현재 Type 093형 상급 SSN은 항모타격단(CSG)의 전위 수중 감시용 호위 핵잠으로 운영하고, Type 094형 진급 SSBN은 남중국해에서 제2 타격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8월 공개된 미해군 정보국(ONI) 보고서는 중국 해군의 제2세대 핵잠의 기계적 소음이 건조 시기보다 무려 20〜30년 뒤처진 구소련의 빅터(Victor)급이나 델타(Delta)급 잠수함의 소음보다 크다고 평가절하했다. 한마디로 중국 해군의 핵잠 역량이 러시아 해군 핵잠보다 낮고, 러시아를 넘어 미 해군 핵잠을 따라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평가였다.

이런 평가를 접한 중국 해군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현재 건조 중인 제3세대 Type 095형 수이(隋·수나라)급 SSN과 Type 096형 탕(唐·당나라)급 SSBN의 소음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군사전문가들은 중국 해군이 다양한 핵잠 추진체계를 테이블에 올려 각종 혁신적 핵에너지 관련 추진체계를 개발해 고질적 소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 해군은 고질적 소음 문제를 잡기 위해 대형 핵추진 체계가 아닌 소형 핵발전기와 핵배터리를 혼용하는 하이브리드식 추진체계 도입도 시도했다. 중국 해군은 이 과정에서 Type 041형 저우(周·주나라)급 'SSn'(핵잠은 아니지만 핵배터리를 사용함으로써 준(準)핵잠으로 본다는 뜻)에 신형 추진체계를 탑재해 제3세대 건조 지체 공백을 메우려 했다. 하지만 시험평가 도중 원인 모를 이유로 조선소 부두에서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핵잠을 확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해군도 중국 해군처럼 핵잠 건조를 '장정'으로 간주하고 긴 로드맵을 그려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선 서두르거나 속단하지 말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과거 일부 조선소가 핵잠 건조를 기정사실로 간주해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건조 시뮬레이션을 실시하였다는 식의 한발 앞선 보도도 나온다. 또 핵발전기를 독자적으로 이미 개발했다며 미국의 핵연료만 주입하면 된다는 식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인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한국 해군의 핵잠 건조는 독자형 소형 핵발전기 개발과 한국 조선소의 역량을 고려할 때 늦어도 10년 전후 기간인 오는 2030년대 말경에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는 장보고-3형 batch-Ⅲ급 잠수함 추진체계를 핵발전기와 관련 추진체계를 탑재한다는 기계적 과정으로 보는 접근에서의 최소 기간이다.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도 있다. 중국 해군은 당시 미국과 소련에 밀릴 수 없다는 자존심으로 독자형 핵원자로를 어렵게 개발했으나 남은 것은 고질적 소음 문제였다.

미 핵잠 기술 어떻게 적용할지 논의해야

핵잠 건조 논의는 분분하나 미 해군이 보유한 방대한 국가기밀 수준의 설계 노하우, 운영 자료, 첨단 기술 등 기밀자료(Restricted Data·RD)를 어떻게 한국 해군 핵잠에 적용할지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다. 이는 2024년 8월 호주 해군이 미국 해군과 영국 해군으로부터 핵추진체계정보(Naval Nuclear Propulsion Information·NNPI)만이 아닌, 관련 RD까지 공유하는 것으로 3국 해군 간 추진 합의서를 만든 이유기도 하다.

한국 해군은 중국 해군이 Type 041형 저우급 'SSn'을 건조한 이유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기존 독자형 추진체계의 소음문제 해결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소형 핵발전기와 핵배터리를 혼용한 하이브리드식 추진체계를 탑재한 Type 041형 저우급 SSn 시제함을 건조하려 했겠는가. 불행히 Type 041형 저우급 SSn은 부두에서 침몰했으나, 중국 해군이 잠수함급(級)으로 지정했다는 것은 batch-1 건조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곧 Type 041형 저우급 1번함이 출현하리라 본다.

과거 중국 군사문제에 밝은 미국의 '글로벌 시큐리티(Global Security)'는 중국 해군이 1980년대 영화에 나온 것과 같은 자기유체역학(MHD) 에너지를 이용한 '유령 핵잠'을 건조하고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여기에 소형 핵발전기와 핵배터리를 혼용한 중국 해군의 하이브리드식 추진체계 개발 사례를 더하면, 향후 10년 이후 핵잠의 에너지원이 대출력 핵발전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궁극적으로 고가의 건조 비용과 막대한 연간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한국 해군의 핵잠 건조 척수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에 중국 해군과 같이 핵에너지를 다른 동력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단가와 운영비를 줄이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미 해군의 민감한 기밀자료를 공유해 수중작전에 있어 완전성을 갖춘 독자형 핵잠을 건조해야 할 것이다.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