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칼럼] 율곡 이이의 진짜 선비론과 인요한
이상호 칼럼니스트
경기데일리 :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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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이이의 진짜 선비론과 인요한
율곡 이이는 조선시대 대학자요 진정한 선비였다.
그는 선조시기 관료 선비들이 서로 붕당을 지어 정권 찬탈에만 혈안이 되어갈 때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지는 조정을 걱정하며 양시론을 펼치며 붕당을 조정하여 통합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그것이 이이의 조제론이었다. 양시론(兩是論)은 양비론(兩非論)과 대비되는 말로써 양비론이 둘 다
그르다는 것이었다면 양시론은 둘 다 옳다는 논리였다.
이이는 당시 나이는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조정에서 당시 선조가 성혼에게 내린 전교에서
“이이는 정말 군자다. 이이만 같다면 당이 있는 것이 걱정이 아니라 당이 없는 것이 걱정이겠다.
나도 주희의 말처럼 그대들의 당에 들고 싶다”고 할 정도로 큰 선비로서 존경을 받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당시 조정은 서인들이 진정한 선비로서 국왕 선조의 절대 신임을 받고 있는 이이를 중심으로 붕당을 지어 조정을 장악하려 하자
동인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이이를 비롯한 서인들을 비판하였다. 그러나 이이는 스스로 선비의 지조를 지키면서 붕당의 위기를 걱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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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이이는 당시의 관료 선비들이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져 싸울 때가 아니라고 하면서 조선이 살아날 길은 일대 개혁이라고 역설하며
그 개혁의 중심에는 선비들이 올곧은 선비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다. 이이는 진정한 선비의 자세에 대하여 이렇게 설파하였다.
“이른바 진짜 선비(眞儒)는 조정에 나아가서는 일세의 도(道)를 행하여 백성을 태평하게 하고 물러나서는 바른 가르침으로
후학들에게 큰 꿈을 깨치게 하는 것이다. 조정에 나아가 도를 행함이 없고 물러나 가르침이 없다면 비록 그가 선비라 자처해도
나는 그를 믿지 않는다.”(이덕일 『당쟁으로 읽는 조선 역사』)
이런 이이에게 학문과 정치는 하나였다.
이이는 학문에 바탕을 둔 정치만이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켜 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 이이는 앎과 삶이 하나된 삶을 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이이의 그런 이상과 소망은 권력욕에 집착된 관료들에 의해 물거품이 되었고 이이는 자기가 원하지도 않았고
또 그의 사후 자기도 모르게 서인(西人)의 영수가 되었다.
조선시대 사림의 정치 관료들은 스스로 선비를 자처했지만, 참된 선비정신은 실종되었고 권력과 정권욕에 의한 붕당과
권모술수만 만연하게 하였다. 그 결과 조선은 만신창이가 되고 결국 조선말 나라가 망하는 슬픔까지 겪게 되었다.
조선말 나라가 망하는 순간까지 서인 정치인들은 정권지키기에만 몰입하였다. 대표적인 서인 후예가 이완용이었다.
오늘날의 정치 관료들에게는 선비정신이 사라진 지 오래다.
조선시대 정치 관료들이 그랬듯이 참된 정치 정신과 지조는 사라지고 붕당을 통한 서로의 공격과 정치적 권모술수만 난무한다.
권력을 잡은 정당(더불어민주당)은 통합의 정치는커녕 자기들의 영구집권을 위한 상대 당 말살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수세에 몰린
정당(국민의 힘)은 생존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는 사이 참된 정치는 실종되고 민생은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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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혼란한 시기에 그래도 마지막 참된 선비정신을 지키려고 애쓴 인물이 있다.
바로 얼마 전 전격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인요한이다.
그는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이다.
조상 대대로 이 땅에 살아온 후손인 기성 정치인들이 권력욕에만 집착하여 나라를 혼란에 빠뜨릴 때 귀화인 후손인 그는
나라를 걱정하고 참된 정치의 길을 고민했다.
그리고 다른 정치인들이 그토록 집착하는 의원직을 사퇴하며 경종을 울렸다. 그는 사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지난 1년 반 동안의 의정 활동을 마무리하고 국회의원직을 떠나 본업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 “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본업에 복귀해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윤석열 정부의 계엄 이후 지난 1년간 이어진 불행한 일들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극복해야 할 일이다.”
“오직 진영 논리만을 따라가는 정치 행보가 국민을 힘들게 하고 국가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흑백 논리와 진영논리를 벗어나아지만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
“지난 130년 동안 대한민국에 기여 헌신해온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한다.
특히 인도주의적 실천은 앞으로 제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다.”
“그동안 부족한 저를 따뜻하게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그의 사퇴의 변은 주옥같다.
많은 정치인이 가슴에 새겨야 할 말들이다.
인요한 의원의 사퇴를 두고 각계에선 이 시대의 마지막 선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칭찬하며 아쉬움을 전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온갖 구설과 추태가 드러났음에도 구차하게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온갖 변명과 술수를 일삼고 있는데
그는 정말 깨끗하고 지조 있는 선비 의원이었다.
조선 중 후기 역사에서 과연 진정한 선비가 몇 명이나 되었을까?
지금 우리나라에 율곡 이이가 말한 진정한 선비가 몇 명이나 있을까?
열 명만 되어도 좋겠다. 이번 인요한 의원 사퇴를 두고 여야 의원들이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았으면 참 좋겠다.
인요한 의원 사퇴를 보면서 그 옛날 진정한 군자라 칭송받던 율곡 이이가 설파한 진정한 선비론이 거듭거듭 떠오른다.
대한민국 정치에 진정한 선비가 나타나기를 고대해 본다.
그리고 민주주의 시대에 유권자들은 진영 논리를 떠나 율곡이 말한 진정한 선비를 정계로 내보낼 수 있는 혜안이 뜨여지기를 고대해 본다.
이이의 말대로 정치인의 중요한 도리는 조정에 나아가 진영 논리나 권모술수가 아니라 참된 정치의 도를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