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훈식 형·현지 누나 안 보려면 '특별감찰관' 임명 뿐 …

"李 대통령 약속 지켜야"




 
  • 조문정 기자
  • 뉴데일리 2025 12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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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멈춘 대통령실 '레드팀' 특감
검찰 폐지 기조에 내부통제 실종
공수처·경찰은 제도적 한계 직면
李, 후보·100일에도 특감 임명 강조
野 추천 감찰관은 게이트키퍼 예방책








 
  • ▲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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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넵 형님,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에게 추천할게요."

    대통령실 핵심 라인의 사적 인맥이 공적 절차를 우회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9년째 방치된 특별감찰관(특감) 임명이
  •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된 김남국 대통령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의 '인사 청탁' 메시지는
  • 대통령실 내 사적 관계망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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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의도 정가에서 회자되던 '만사현통'(모든 일은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통해야 한다)은 단순한 풍자를 넘어
  • '게이트키퍼 권력화'의 위험 징후로 읽힌다. 윗선의 의중을 먼저 헤아려 움직이는 일본식 '손타쿠'(忖度)를 연상시킨 이번 논란은,
  • 용산의 레드팀 기능이 멈춰 선 상황에서 특감 공백이 '이재명표 거버넌스'의 신뢰를 좌우할 첫 시험대임을 확인시켰다.


  • ◆사실상 견제 장치 부재가 반복된 구조적 문제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인척, 수석비서관급 이상을 감찰하는 특감 자리는 9년째 공석이다.
  • 특감법은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참사', '정윤회 문건', '문고리 3인방 논란' 등으로 청와대(대통령실 전신)에 대한
  • 불신이 커지면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그러나 이석수 초대 특감은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으로 수사 대상이 되자 2016년 사표를 냈다.
  • 이후 제도는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로 들어갔다.
  • 실제 권한을 행사하면 정권과 충돌한다는 트라우마 속에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도 특감은 부활하지 않았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문재인 정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을 명분으로 특감 임명을 미뤘다.
  • 민주당은 공수처와 특감의 기능이 중복된다는 논리를 폈지만, 그사이 조국 사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권력형 비리 의혹이 잇따랐다. 위기 때마다 '특감 공백'에 대한 지적이 뼈아프게 제기됐다.

    윤석열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야당이 추천해주면 특감도 추천하겠다"며
  • 특검을 더불어민주당이 2016년부터 미뤄온 재단 출범 문제와 정치적으로 연계하는 전술을 폈다.

    당시 대통령실은 검찰·경찰의 독립성이 확보되면 '살아있는 권력' 수사도 가능하므로 특감이 검·경 수사로 대체 가능하다고
  • 주장했지만,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제어하지 못했다.
  • 결국 국정 지지율 하락과 내부 통제력 상실로 이어졌고,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탄핵이라는 파국으로 막을 내렸다.


  • ◆'즉시 특감 임명' 촉구하던 李 대통령의 침묵

    대선 후보 시절부터 특감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이재명 대통령도 전임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인 2023년 1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향해
  • "대통령실이 슬그머니 공직 감사팀을 신설한다고 하는데, 정작 특감 임명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라며
  • "즉시 특감을 임명해 대통령 본인과 주변부터 엄히 관리하고 단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취임 30일을 맞은 지난 7월 3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권력은 견제하는 것이 맞다.
  • 권력을 가진 본인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견제를 받는 게 좋다"며 "그래서 저는 특감 임명을 (대통령실에) 지시해 놨다"고 말했다.

    이어 "불편하긴 하겠지만 저를 포함해 제 가족들, 가까운 사람들이 불행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지금이야 한 달 밖에 안 됐으니 비리를 하려고 해도 할 시간도 없었을 텐데 앞으로 혹여라도 그럴 가능성을
  • 미리 예방하고 봉쇄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좋겠다 싶었다"고 강조했다.


  • ◆'검찰청 폐지' 외치는 李 정부, '내부 감시자'는 생존 필수 조건

    이 대통령이 언급한 '불행 예방책'인 특감 임명은 정부의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 기조 속에서
  • 역설적으로 그 필요성을 극대화한다. 과거 정권에서 대통령 측근 비리를 파헤쳤던 검찰의 사정 기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 이를 대체할 견제 장치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특감의 대안으로 제시한 공수처와 경찰 모두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 공수처는 정원 147명의 소규모 조직으로 정보 수집 역량이 제한적이며,
  •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정치적 독립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경찰도 행정안전부의 지휘를 받는 행정부 소속 기관으로,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최측근을 내사 단계에서부터 과감하게
  • 파헤치는 데 근본적 제약이 따른다. 결국 사건이 터진 뒤에야 움직이는 공수처·경찰과 달리 대통령실 내부에서
  • 상시적으로 측근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사전 경고'를 보낼 수 있는 기관은 특감뿐이다.


  • ◆야당 추천권 보장해 '정치적 중립성' 확보해야

    특감법은 국회가 3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도록 규정한다.
  • 전문가들은 여당이 아닌 야당이 추천한 인사를 임명해야 특감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은 1978년 제정된 '감찰관법'(Inspector General Act)에 따라 각 부처에 독립적인 감찰관(IG)을 두고 있다.
  • 이들은 대통령이 해임하려 하면 의회에 사유를 통보해야 할 만큼 강력한 신분 보장을 받으며, 행정부 비위를 의회에 '직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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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재임 당시 자신에게 불리한 조사를 하던 감찰관들을 해고하며 무력화를 시도했지만,
  • 제도가 붕괴하지 않은 이유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한 정치학 교수는 "한국은 의원내각제 국가들처럼 의회의 상시 견제가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지만,
  • 분단 현실을 고려하면 내각제로 전환하기도 어렵다"며
  • "그렇다면 대통령 권력이 집중되는 현 체제에서 별도의 강력한 감시 장치를 두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2의 훈식 형', '제2의 현지 누나'를 막을 방법은 사람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이라며
  •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특감 임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한다"고 강조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