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윤석열은 탄핵 후에도 여전히 정치권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재구속된 그는 “말도 안 되는 정치적 탄압은 저 하나로 족하다(7월21일)” “더 이상 군인들과 군에 대한 탄압을 멈추고, 모든 책임은 군 통수권자였던 내게 물어라(9월3일)” 등의 옥중 메시지를 내고 있다. 8월26일, 윤석열 탄핵을 반대해온 장동혁 의원이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그렇다면 전직 대통령으로 데뷔한 윤석열을 가장 신뢰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얼마나 될까. 2.5%(6위). 그를 엄호하는 세력의 목소리 크기와는 달리 초라한 성적표다. 〈시사IN〉은 2007년부터 매해(2008년, 2011년 제외)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을 물었다(2009~2012년 조사는 전현직 대통령을 모두 포함해 조사. 2013년부터는 전직 대통령만 조사).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직후 이들을 전직 대통령 중에서 가장 신뢰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4.4%(2013년, 4위), 0.6%(2017년, 8위), 15.1%(2022년, 3위)였다(〈그림2〉참조). 윤석열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비하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지만, 퇴임 이후 15.1%라는 기록으로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 3위(2022년 조사)에 오른 문재인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6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어떤 인구 집단에서 윤석열을 가장 신뢰하고 있을까? 지지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 지지자의 7.6%, 기타 정당 지지자의 23.4%가 윤석열을 가장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각각 전체 평균인 2.5%의 약 3배, 약 9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 선출에서도 드러났듯, 국민의힘에 대한 윤석열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다. 정치 성향별로 보면 보수 성향을 가졌다고 응답한 사람의 5.9%, 중도라고 응답한 사람의 1.9%가 윤석열을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꼽았다. 진보 성향 응답자 중에는 ‘윤석열’을 꼽은 이가 없다.

나이와 성별로도 흥미로운 결과치가 나온다. 평균으로 보면 남성의 1.8%, 여성의 3.3%가 윤석열을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으로 뽑았다. 나이와 성별을 교차해서 보면 어떨까. 30대 남성이 6.4%, 60대 여성의 5.9%가 ‘윤석열을 전직 대통령 중 가장 신뢰한다’고 응답해 각각 1·2위를 기록했다. 윤석열은 청년 세대가 자신을 응원한다는 인식을 드러내왔는데, 이번 조사에서 18~29세 남성 2.8%, 18~29세 여성의 2.1%만이 윤석열을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으로 꼽았다. 한편 30대 여성 중 윤석열을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으로 꼽은 비율은 1.9%다. 30대 남성 6.4%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지역별로 가장 높은 윤석열 신뢰도를 보인 곳은 강원·제주(6.6%)였다. 광주·전라에서 ‘윤석열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0%였다. 경제적 계층으로 보면, 하위 계층 3.7%, 중위 계층 2.3%, 상위 계층 0.6%가 윤석열을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으로 꼽았다.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 노무현
2025년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은 노무현(38.4%), 박정희(21.0%), 김대중(12%), 문재인(6.1%), 이명박(4.7%), 윤석열(2.5%) 순이었다(〈그림1〉참조). 2007년 첫 조사 때부터 줄곧 1위를 기록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2012년 처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밀리면서 오차범위 내 2위가 되었고, 2016년에는 오차범위 밖 2위로 밀려났다. 이후 2022년 오차범위 내 2위를 기록했을 뿐 줄곧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1위를 내주고 있다. 2024년 신뢰도 조사와 비교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은 1.7%포인트,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이 각각 0.5%포인트 상승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0.8%포인트, 김대중 전 대통령은 0.4%포인트, 문재인 전 대통령은 3.1%포인트 하락했다. 문 전 대통령의 신뢰도 하락 낙폭이 비교적 컸다.
2007년 첫 신뢰도 조사 당시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이 박정희라는 응답은 52.7%였으나 올해 조사에서는 21%까지 떨어졌다. 역대 조사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전직 대통령 중 노무현을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은 2017년 45.3%라는 최고치를 찍은 후 등락을 겪으며 올해 38.4%를 기록했다. 2위인 박정희 전 대통령(21%)의 거의 두 배에 가깝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성별·나이·지역·직업·정치 성향·계층별로 40대 여성 61.6%, 광주·전라 49.9%, 화이트칼라 46.9%, 진보 60.7%, 상위 계층 46.5%가 그를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으로 꼽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는 70대 남성 49.5%, 대구·경북 35.7%, 농·임·어업 종사자 50.1%, 보수 42.5%, 하위 계층 26.5%가 그를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으로 꼽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도 정치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 9월13일에는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과 만난 사진을, 이 상임고문이 페이스북에 공개해 민주당 지지자들이 비판했다. 9월19일에는 9·19 평양공동선언과 군사합의 7주년을 맞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방문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두 지도자가 다시 만나 그때 못한 평화의 결실을 맺을 때”라며 북·미 정상회담을 촉구했다.
그러나 2022년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신뢰도 조사에 등장한 이후, ‘문재인 신뢰도’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다. 2022년 응답자의 15.1%(3위)가 전직 대통령 중 문재인을 가장 신뢰한다고 답했지만 이 수치는 2023년 10.9%(3위), 2024년 9.2%(4위), 2025년 6.1%(4위)로 떨어졌다. 신뢰도 하락을 이끈 것은 ‘여성’이다. 2024년 여성 중 14.7%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가장 지지한다고 답했으나, 올해는 7.9%로 절반가량 줄었다. 남성의 경우 2024년 3.7%에서 4.2%로 0.5%포인트가 오히려 늘었다.

2022년 퇴임 직후부터 높은 문재인 신뢰도의 주축이 되었던 18~29세 여성, 30대 여성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세대와 성별을 함께 봤을 때, 2025년 ‘문재인을 가장 신뢰’한다는 집단은 18~29세 여성 19.3%, 30대 여성 13.2% 순이다. 여전히 전체 평균(6.1%)보다 높지만 각각 30.9%, 22.4%를 기록했던 2024년과 비교하면 10%포인트가량 하락했다. 같은 연령대의 남성은 어떨까. 2024년 문재인을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으로 뽑은 18~29세 남성은 4.5%, 30대 남성은 3.3%였다. 2025년에는 각각 6.6%, 2.5%를 기록했다.
문 전 대통령의 기존 지지층이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신뢰도가 줄어든 것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2024년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17.1%가 전직 대통령 중 문재인을 가장 신뢰한다고 답했으나 올해는 10.0%로 7.1%포인트 하락했다. 2024년 조국혁신당 지지자의 8.1%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고 답했는데, 올해는 19.0%로 10.9%포인트 상승했다. 평소 조국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을 “아픈 손가락”으로 꼽아왔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조국 비대위원장 사면을 요구했고, 이후 8월15일 조 비대위원장 특별사면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조사했다
조사 의뢰: 〈시사IN〉
조사 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조사 일시: 2025년 9월14~16일
조사 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조사 방법: 가구유선전화 RDD 및 휴대전화 RDD를 병행한 전화면접조사(CATI) - Dual Frame
응답률: 7.9%(무선 8.6%, 유선 5.1%)
가중치 산출 및 적용: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5년 8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표본 크기: 1012명
표본 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