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장 선거가 극단적 진보 성향의 조란 맘다니와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의 양자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선을 노리던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지난 9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돌연 선거 레이스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X 계정에 올린 영상에서 “우리가 이룬 성과에도 나는 재선 운동을 이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계속되는 언론의 추측과 선거자금위원회의 수백만달러 보류 결정이 자금 조달 능력을 약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애덤스 시장은 2021년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돼 이듬해 1월부터 시정 활동을 펼쳐왔다. 1960년 우범 지대인 브루클린 브라운스빌에서 태어난 그는 뉴욕 역사상 두 번째 흑인 시장이었다. 흑인 밀집 지역인 브루클린을 정치적 기반으로 뉴욕주 상원의원, 브루클린 구청장을 지내고 뉴욕시장까지 올랐지만 부패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다.
민주당 소속임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여러 차례 만나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려 했고, 지난 4월 연방 검찰이 기소 취소 의사를 밝히며 사건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트럼프와 거래했다’는 이유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등을 돌렸다. 이에 그는 무소속으로 재선 레이스에 뛰어든 상황이었다.
그런 그가 선거를 포기한 것은 맘다니 후보를 꺾기 위해서는 ‘양자 대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어서다. 정치판에 혜성처럼 떠오른 맘다니 후보는 임대료 동결, 최저임금 2배 인상, 부유세 신설, 무상 보육, 시내버스 무료화 등 사회주의적 공약을 내세워 젊은 층 표심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그가 당선될 경우 뉴욕시 재정이 무너지고 파산에 이를 거란 우려도 적잖다. 이에 ‘맘다니 당선만은 막자’며 선거를 ‘양자 대결’ 구도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다.

현 뉴욕시장, 재선 포기 선언하자
맘다니-쿠오모 맞대결 구도 유력
이제 ‘반(反)맘다니’ 진영은 공화당 뉴욕시장 후보인 커티스 슬라와를 상대로도 경선을 포기할 것을 종용받는다. 맘다니 낙선 운동을 벌이는 헤지펀드 거물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탈매니지먼트 CEO는 “슬라와가 용단을 내린 애덤스 뒤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맘다니 후보를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쿠오모 전 주지사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9월 4일 “1 대 1 구도면 (맘다니를) 이길 수 있다”며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맘다니가 당선될 경우 뉴욕시에 대한 연방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애덤스 시장이 재선 포기를 선언한 다음 날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맘다니는 역사상 어떤 시장보다 워싱턴과 큰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며 “그는 내게서 돈을 받아야 공산주의적 공약을 이행할 수 있지만, 나는 한 푼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 뉴욕시장 선거가 미국 정치판을 읽는 풍향계 역할을 할 것이란 예측이 힘을 받는다. 극과 극으로 갈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맘다니 후보의 공약이 미국 ‘경제 수도’ 뉴욕에서 충돌하는 모양새다.
이미 민주당 일각에서는 맘다니를 ‘반트럼프’ 진영 행동대장으로 낙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소속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9월 14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뉴욕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싸울 지도자가 필요하다. 나와 뉴욕 시민은 맘다니에게서 그런 정신을 봤다”며 지지를 표명했다. 결국 트럼프 정책에 염증을 느낀 계층의 지지가 정반대 공약을 내놓는 맘다니에게 쏠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뉴욕 선거가 ‘미국 사회 양극단 현상의 상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