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목표 달성 어려울 것"...경영 공백 리스크 현실화

[뉴스임팩트=이나현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주인 없는 기업’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KAI의 리더십 공백이 100일 넘게 이어지면서 차기 먹거리 고갈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KAI는 올해 초 UH/HH-60 성능개량 사업에서 대한항공에 밀리고, 천리안 위성 5호 개발 사업에서 LIG넥스원에 패배하는 등 연달아 쓴맛을 본데 이어, 회심의 일격을 노렸던 1조8000억원 규모의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에서까지 LIG넥스원–대한항공 컨소시엄에 승기를 내어줬다.
수주 목표 달성률로 보면 KAI의 실적 부진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KAI는 올해 상반기 3조1622억원을 새롭게 수주하며 연간 목표(8조4590억원)의 37.4%를 채우는데 그쳤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조7000억원 규모의 중동 회전익 사업이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올해 수주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KAI 사장이 정권교체 때마다 바뀌는 형국이 이어지다 보니 사업 신뢰도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에서 해외 바이어를 맞을 수장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KAI 노조는 대표이사 대행 체제로 전시회에 참가할 경우 방산 수출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며 조속한 책임경영 복원을 강조했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도 KAI 민영화 필요성이 언급됐던 만큼, 주인 없는 기업의 구조적 한계를 타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국방부장관)은 KAI가 폴란드에 수출한 FA-50이 비행 불능 논란에 휩싸인 것을 두고 민간기업이었으면 발생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하며, 잦은 수장 교체로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KAI의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라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가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KAI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은 주식 매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사업 규모가 크고 투자회수기간이 긴 항공산업 특성상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향후 대내외 여건 변화가 있을 경우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전일 막을 올린 가운데 KAI 민영화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지 관심이 모인다. 국방위는 27~28일 KAI를 비롯한 주요 방산기업의 첨단 무기체계 개발과 수출 현황을 직접 확인하고, 국내 방산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