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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규범 경쟁력’의 시대…글로벌 신뢰 확보 없이는 수출도 성장도 없다

한국 방위산업(K-방산)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단순한 제품 경쟁력만으로는 성사되지 않는다. 특히 수출통제와 국제 규범 준수는 글로벌 신뢰를 구축하고 장기적 성장을 확보하는 핵심 요소다. 미국, 유럽연합(EU),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주요 방산 시장은 엄격한 무기 수출통제와 국제 규범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기업과 국가 이미지 모두 큰 타격을 입는다. <편집자주>

폴란드에서 열린 K2전차 2차 이행계약 서명식에서 축사하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폴란드에서 열린 K2전차 2차 이행계약 서명식에서 축사하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한국의 방산 수출은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9위권에 진입했다. K2 전차, 천무 다연장로켓, FA-50 경공격기 등은 유럽과 중동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한국은 명실상부한 ‘신흥 방산 강국’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급성장 이면에는 각국의 복잡한 무기 관련 규제 체계와 행정적 제약이라는 높은 벽을 뚫어야 한다는 숙제가 존재한다. 특히 미국의 ITAR(국제무기거래규정)과 EU의 재래식 무기 및 이중용도 품목·기술의 수출통제에 관한 바세나르 체제(Wassenaar Arrangement)는 수출 가능한 품목과 기술 이전 절차를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

이들 규제는 국제 안보 질서와 인권 보호를 위한 장치이지만, 방산 수출을 추진하는 기업에게는 장기적인 승인 지연, 계약 취소, 기술 이전 불허 등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각국의 통제 절차와 서류 요건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면 계약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에도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 수출의 또 다른 관문, 국제 규범과 인권

오늘날 무기 수출은 단순히 무기의 성능이나 가격 경쟁력으로만 판단되지 않는다. 국제사회는 무기 수출이 인권 침해나 내전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다.

한국 기업이 수출을 추진하는 국가의 정치적 안정성, 내전 가능성, 민간 피해 위험도가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국제인권단체나 유엔 산하 기구가 특정 국가의 인권 침해를 지적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무기를 수출할 경우, 향후 글로벌 평판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한 건의 계약을 넘어, 전체 방산산업의 이미지와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결국, 국제 규범 준수와 인권 리스크 관리는 기술력만큼이나 중요한 경쟁 요소다. 한국이 진정한 글로벌 방산 강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투명성, 책임성, 인권 존중 원칙을 산업 전반에 내재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정부 차원의 사전 컨설팅 체계 필요

방산 전문가들은 기업의 자율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각국의 수출통제 제도는 매년 개정되거나 강화되고, 규정 해석 역시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사전 컨설팅과 가이드라인 제공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수출 대상국의 규제 체계와 승인 절차를 분석해 기업에 제공하고,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특히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관계 부처 간의 협업이 중요한데, 부처 간의 정보 공유가 원활해야 기업이 불필요한 행정 절차에 얽매이지 않고, 효율적으로 수출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 신속 승인 시스템과 정보 공유 강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신속한 수출 승인과 라이선스 발급 체계 구축이 K-방산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방산 기업의 수출 승인 절차를 자동화하거나, 전략물자 관리기관을 통해 일원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효율을 높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무기 수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업이 제출해야 하는 서류와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디지털 행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또한 기업과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교육과 정보 공유 시스템 역시 중요하다. 국제 규제와 수출통제 정책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실무자들이 최신 정보를 숙지하지 못하면 예기치 못한 규제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방산수출 경제적 효과. @연합뉴스
방산수출 경제적 효과. @연합뉴스

▌ 신뢰받는 방산국가로 가는 길

궁극적으로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은 기업의 기술력과 정부의 제도적 대응력이 함께 작동할 때 완성된다. 정부는 단순히 규제를 시행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파트너로서 수출통제 대응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통제 대응 전담 조직 강화 ▲금융·보험 지원 연계 ▲외교적 협력 강화 등 정부의 적극적 관여가 시급해 보인다. 수출통제 대응을 위해서는 산업부 내 전략물자관리원(KOSTI) 기능을 확대하고, 방산기업 전용 상담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금융·보험 지원 연계와 관련해선,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를 통한 리스크 관리 및 자금 지원 체계 확립이 시급하다. 외교적 협력 강화를 위해선 주요 수입국과의 협약 체결을 통해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작업이 뒷따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 지원이 뒷받침될 때, 한국 방산 기업들은 보다 안정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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