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혀 생산 못하는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대두 수입 중단하고 남미로 조달망 확장
“버티면 미국 먼저 물러난다는 계산 선 것”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과 공산당 관료들이 지난달 30일 베이징에서 열린 건국 76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과 공산당 관료들이 지난달 30일 베이징에서 열린 건국 76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될 것으로 기대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돌연 맹공을 퍼붓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중 회담이 무산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무역 협상에 앞선 샅바 싸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 정부가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한 것뿐 아니라 탈미국화에 속도를 내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상보다 강공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9일 발표한 새 수출통제가 적용된 희토류 7종은 4월 무역 분쟁 당시 언급된 것과 동일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역외 생산품과 관련 기술까지 통제 범위에 넣어 그 강도가 훨씬 세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현재 이들 희토류를 전혀 정제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 생산점유율이 최소 80%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한 것에도 초점을 맞췄다. 미국산 대두 수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농민 유권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중서부와 남부는 전통적인 농업 기반 지역이자 공화당 텃밭으로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두 수입이 주요 논제가 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중국은 미국산 대두를 살 생각이 없어 보인다.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무역 전쟁을 치른 뒤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줄여온 중국은 그사이 브라질산 비중을 전체 수입의 약 70%로까지 늘렸다. 최근에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등 남미로 조달망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전혀 생산하지 못하는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
▲중국은 미국이 전혀 생산하지 못하는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
중국은 퀄컴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도 착수했다. 퀄컴이 자동차 반도체 설계회사 오토톡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 살핀다는 방침이다. 이는 무역 갈등이 일어날 때마다 미국 대표 기업을 타깃으로 삼아 정부를 압박하려는 전략을 되풀이한 것이다.

 

트럼프 역시 물러서지 않고 중국에 대한 100% 추가 관세를 선언하면서 양국 정상회담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맹공은 중국이 회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찰스 오스틴 조던 로듐그룹 수석 연구원은 “중국의 이번 조치는 이달 말 예정된 회담을 앞두고 경쟁의 장을 공평하게 하려는 것이 분명하다”며 “결국은 양국 모두 자국 경제에 심각하고 지속적인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가장 가혹한 정책으로부터 한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콧 케네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 고문은 “중국은 미국이 관세와 수출 통제, 대만 문제에 있어 상당한 양보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은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보복해도 자신들이 폭풍을 이겨낼 더 나은 위치에 있고 미국이 먼저 물러설 것으로 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