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트릭스 리로디드에는 ‘키맨(Keymaker)’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권력의 주체는 아니지만 중요한 문을 여는 열쇠를 쥔 자다. 네오가 아키텍트의 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키맨을 거쳐야 했고, 그가 없으면 진실에 접근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그 문은 키맨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시스템이 설계해 놓은 틀 안에 있었다. 키맨은 단지 경로를 열어주는 매개자였고, 때로는 소모품으로 쓰이고 버려지는 존재였다.

 

 

나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김현지 비서관이 바로 이 키맨과 겹쳐 보인다. 그녀는 드러나지 않은 채 권력의 문 앞을 지키고 있다. 이재명과 30년 인연을 맺은 성남 라인의 핵심이자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라는 자리. 그곳은 예산과 인사, 행정 전반을 통제하는 곳이기도 하며 그 공간을 그녀가 지켰다. 여기에 더해 ‘만사현통’, 즉 모든 일이 그녀를 통하지 않고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까지 정치권에서 공공연히 나왔다. 국감 증인 채택을 피해 보직을 바꾸었다는 의혹, 과거 선거에서의 문자 논란, 그리고 얼굴 없는 실세라는 이미지까지 더해지며 김현지는 점점 권력의 관문, 키를 쥔 존재처럼 비쳐지고 있다.

 


!!?ᆢ아들은 누구꺼ᆢ?!!

 

문제는 이런 존재가 단순한 조력자로만 머무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권력의 문을 여닫는 자가 그 문을 통제하기 시작하면, 실제 권력을 가진 자와 구분이 모호해진다. 책임은 흐려지고, 투명성은 사라지며, 권력은 문지기를 거치지 않으면 접근할 수 없는 구조로 변질된다. 매트릭스의 키맨이 체제의 설계 속에 갇힌 운명적 매개자였다면, 현실 정치의 키맨은 체제를 유지시키는 동시에 그 체제를 왜곡할 위험도 안고 있다.

 

 

결국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권력의 문은 누가 여는가. 그리고 그 문을 여닫는 자가 진짜 권력자인가, 아니면 권력의 일부에 불과한가. 김현지 비서관이 모든 키를 쥐고 있다는 의혹은 단순한 뒷담화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이 어떻게 통제되고, 어떻게 은폐되며, 어떻게 집중되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그리고 그 문을 열어주는 자가 곧 권력을 쥐고 흘들게 될지도 모른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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