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 성막 바깥, 대제사장 집무실

“이대로 가면 성이 함락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칼과 창이 부딪히는 불규칙한 쇳소리, 
투석기에서 날아온 돌이 성벽을 강타하는 굉음이 리드미컬하게 들려와 불협화음을 연주한다. 긴장감 속에, 한 제사장이 숨을 고르며 대제사장에게 다가갔다.

EXT. 예루살렘 내성 전장

“목숨을 걸고 성전을 사수하라!”
“여호와의 전사들이여, 이 싸움에서 쓰러진 자는 순교자가 되어 천국으로 가리라!”
유대 성전사들의 칼이 전광석화처럼 바빌론 병사의 어깨즈음에 내리친다.
그와 동시에 세 방향에서 날아오는 창이 그의 몸을 꿰뚫는다. 힘없이 쓰러져내리는 유대 성전사를 발로 짓밟으며 창을 뽑아내는 바빌론 창병들
쓰러진 동료를 후송하는 바빌론 병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하게 오간다.
피와 시체로 터진 길로 바빌론 중대장이 거만한 발걸음이 느긋하게 지나간다.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유대 성전사 대장 
“대제사장께 알려라. 내성 저지선이 곧 무너질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INT. 성막 바깥, 대제사장 집무실

소식을 전해 듣는 제사장이 어두운 얼굴로 다가왔다.
“결단을 내리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대제사장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두 손을 하늘로 들어올렸다.
“주여, 우리를 버리시나이까?”
“요나단, 신탁을 받아야겠다. 성막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해다오.”



INT. 성막 안으로 가는 길

대제사장은 허리에 밧줄을 동여매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성막 안은 대제사장만이 들어갈 수 있는 신성한 공간, 신의 노여움을 사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었다. 
두려움과 조급함이 교차하며,대제사장의 숨결이 떨렸다.

(암흑 3초 장엄한 사운드의 교향곡) 

EXT. 예루살렘 내성 전장

전투는 끝났다. 성은 폐허가 되었고, 바빌론 병사들은 약탈하며 유대 병사들을 포로로 묶는다. 
시체를 옮기는 병사들의 거칠게 울리는 군화발소리, 금속성 소리가 시장터처럼 혼란스럽게 울려 퍼진다.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수염인 로열 컬드 베어드와 장엄한 바빌론식 갑옷과 왕관을 착용한 느부갓네살은 성의 망루에서 이 광경들을 지켜보고 있다 

"폐하,성궤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 신이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쳤단 말인가?" 


EXT.예루살렘 성 외곽 

검게 물든 하늘 아래, 성곽을 스치는 바람이 칼날처럼 매섭다. 불타는 도시의 연기가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돌길 위로 요엘과 세 명의 제사장이 숨을 고르며 무거운 언약궤를 옮겼다.
궤는 두꺼운 금으로 감싸져, 무게가 상상을 초월했다. 네 개의 긴 목재 막대기가 양옆으로 꽂혀 있어, 네 사람이 함께 어깨에 짊어지고 나아가야 했다. 궤 안에서 새어나오는 희미한 빛이 달빛에 섞여 미묘하게 반짝였지만, 그 빛은 신성함과 동시에 묘한 불안감을 자아냈다.

뒤에서는 전쟁의 함성, 무너지는 성벽의 굉음, 북소리와 함께 적군의 발걸음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언약궤를 지켜라… 결코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요엘이 낮게 중얼거렸다.
네 사람이 힘을 모아 막대를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자, 돌길의 울퉁불퉁한 표면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단 하나의 생각만이 있었다. 궤를 무사히 지켜 일본으로 도망치는 것.

옆에서 어린 제자 미카엘이 숨을 헐떡이며 따라왔다. “저… 요엘님, 저 빛은… 어디서 나오는 거죠?”
요엘은 눈을 앞으로 고정한 채 대답하지 않았다. 궤 안에서 흘러나오는 빛과 힘이, 말할 수 없는 신비로 그들을 앞으로 밀어붙이는 듯했다. 밤이 깊어도 도망은 멈출 수 없었다. 불타는 성전의 연기, 울부짖는 번개, 멀리서 들려오는 전쟁의 함성 속에서도, 요엘과 세 제사장은 궤를 놓지 않고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달빛 아래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네 사람과 궤를 따라 늘어졌다. 그 그림자는 일본이라는 이름조차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한 땅으로 향하는 길을, 어둠 속에서도 조용히 안내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폐허를 벗어난 네 사람과 언약궤는, 이제 지구 반대편으로 향하는 긴 여정에 들어섰다. 
달빛과 별빛이 길을 밝혔지만, 그 길이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뒤에는 바빌론 제국의 추격병과, 마르둑의 그림자 같은 영력의 감시가 도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