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운동권의 국가경영은 실패했다
입력2021.06.21. 오전 11:51
수정2021.06.21. 오후 3:51

이제교 사회부장
586 정치인들 한국 사회 장악
NL 주사파 출신들이 최대세력
타도 외쳤던 기득권층 닮아가
文 집권 4년 동안 큰정부 지향
성적표는 참담하기 그지없어
내년 대선 새 시대 시작이어야
86세대(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들은 격동기에서 대학생활을 보냈다.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이 터졌고 캠퍼스에 사복경찰이 상주했다. 팸플릿을 뿌리다 잡혀간 선배 얘기를 전설로 들었고, 언더 서클에서 사회과학 세미나를 가졌다.
1987년 민주화운동 때는 강의실 문을 닫고 거리에서 살았다.
학생들은 크게 세 부류로 갈렸다.
1. 신념을 잃지 않고 앞장서 나갔던 운동권 리더들,
2. 데모에 동참하다가 취직 길로 나갔던 전향자 또는 현실주의자들
3. 처음부터 사회문제와 담을 쌓고 살거나 고시에 매달린 입신양명파 학생들….
대부분 학생은 회색 지대에서 많은 시간을 방황했다. 민주주의를 외치다 감방으로 끌려간 운동권 리더들에게는 항상 마음의 빚을 안고 살았다.
삼사십 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86 운동권 정치인들이 움직인다. 그들이 대통령을 내세웠는지 대통령이 그들을 끌어안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똘똘 뭉쳐 민주당을 장악했고, 세월호로 비틀거리던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렸으며, 결국 청와대를 손에 넣었다. 그다음 차지할 곳은 국회였다.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감투를 쓰고 있다가 총선 때 일제히 국회로 나갔다. 윤건영과 최강욱 등 제21대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 명함을 들고 당선된 초선 의원이 15명이다. 여의도에 먼저 자리를 틀었던 운동권 선배들은 환영의 박수를 쳤다.
PD(민중민주)와 CA(제헌의회) 등 여러 그룹으로 분화되지만 최대 세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전위조직으로 거느렸던 NL(민족해방) 주체사상파다. ‘전대협이여, 우리의 자랑이여’로 요약되는 전대협 진군가는 정치권에서 동지적 유대를 확인해 주는 신분증서로 통한다.
그들은 큰 정부를 지향했다. 지난 4년간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워 돈을 국민에게 물 쓰듯 나눠줬다. 자본과 노동을 대립시켜 근로자의 수호천사를 자처했다.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은 2021년 8720원으로 34.8% 올랐다. 대중의 환호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공기업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고, 좌파 시민단체에 돈을 쏟아부었다.
공무원은 9만여 명 늘어나 110만 명에 달한다.
그들은 사회 갈등과 모순을 부각시키면서 지배계층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그늘에 빛을 비춘 측면이 있는 것은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4년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 3만1755달러라지만 형편이 나아졌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 5월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24.3%로 4명 중 1명이 실직 상태다. 청춘을 알바로 보내는 젊은이들이 도처에 있다.
수도권 전철을 타고 외곽으로 가보라. 여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하는 다가구 주택들이 즐비하지만 주거환경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87%, 거의 두 배로 뛰었다. 거리에선 연일 투쟁가요가 흘러나온다. 탈원전 정책은 국가 에너지 공급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절망의 압권은 국가부채다. 2017년 이후 410조 원이 늘어 내년 1000조 원을 넘게 된다. 1만 원 지폐를 늘어놓으면 달을 두 번 왕복할 정도다.
그들은 기득권 계층의 탐욕을 빠르게 체화했다. 일부 인사는 검은돈에 손을 내밀었고, 시민운동을 내세워 부와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서류 위조도 서슴지 않았다. 일반적 86세대들이 어느 순간 86 운동권 정치인들에게 갚을 빚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와 동시에 민주주의 투사라는 외경심도 사라져 갔다.
86 운동권 정치인들은 국가경영에 실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