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이불을 덮고 잤다
오랫동안
찢어진 마음에 골몰하였다
깨어날 수 있다면
불길한 꿈은 복된 꿈으로
빛 속으로 풀쩍
뛰어든 고라니가 무사하므로
오래된 건물이 무너짐을 마쳤으므로
돌아가신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으므로
기지개를 켜듯 이불의 세계는
영원히 넓어지기
모름지기 비밀이란 말하지 않음으로
책임을 다 한 것으로
어디든 누가 살다 간 자리
어디든 누가 죽어간 자리
오랫동안 비어 있던 서랍은
신념을 가지게 된다
‘가끔 우리가 살아 있는 게 기적 같아’
이 세계에서는 매일매일 근사한 일이
무화과 스콘 굽는 냄새가
누군가
3초에 한 번씩 끔찍하게
복선을 거두어 가지 않으면서
한 줌의 사랑을 꿰매어주면서
‘혹시 사람을 좋아하세요?’
더는 버틸 수 없는 질문에 대해
대답하지 않기로
내가 나인 것을 증명하지 않아도 될 때
긴 잠에 빠진 나를 흔들어 깨울 때
아래층에서 굉음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