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뒤흔든 '가짜 통계' 해부① 추미애의 토지과점론
 

토지불로소득은 실체가 없다
 
‘가짜 통계’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얼핏 보면 정확한 분석인 것처럼 보이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른 통계가 바로 가짜 통계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거나 “한국 공무원 수가 OECD 국가의 3분의1 수준이다”는 등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서
‘상식’처럼 굳어져 가고 있지만, 실제와는 차이가 크다. 대한민국의 성취를 인정하지 않거나 폄훼하는 우리 사회
일각의 풍조도 문제다. 한국을 휩쓴 가짜 통계들의 실상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토지 소유’를 둘러싸고 잇달아 논란을 빚고 있다. 
추 대표는 지난해 12월 러시아를 방문해 헌법에 토지 공개념을 명시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토지 국유화에 버금가는 토지 개혁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추 대표의 이런 발상에는 토지 소유에 대한 심각한 오류가 깔려있다.
그는 작년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한국 경제가 지대 추구의 덫에 걸려있다”며
“토지 소유의 불평등이 심각하다”며 ‘토지과점론’을 주장한 바 있다.


●민유지의 94%가 임야‧농경지…집 짓는 ‘대지’는 5%도 안 돼

추미애 대표의 주장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2년 전국 토지소유 현황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인구 1%가 민유지의 55.2%%를 소유하고, 인구의 10%가 민유지의 97.3%를 소유하고 있으니
토지 소유의 편중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민유지’의 용도 비중이다.
개인토지의 지목별 현황(2012년)을 살펴보면, 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는 전체 민유지의 4.6%에 불과하다.
반면 어떤 용도로도 활용하지 않고 있는 임야의 비중이 58.5%에 달한다.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농경지(35.1%)다.

 

토지를 임대해 얻는 ‘임대소득’과 지가 상승으로 얻게 되는 ‘지가차액’을 토지 불로소득이라고 본다면,
이와 관련도가 낮은 농경지‧임야의 비중이 93.6%를 차지하는 셈이다.
토지 소유가 편중됐다는 점을 과장하기 위해 큰 관련성이 없는 지표를 무리하게 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토지 소유자는 증가 추세

실제로 토지를 소유한 개인은 증가하고 있다.
전체 인구 대비 토지를 소유한 개인의 비율은 지난 2005년 27.3%에서 2012년 30.1%로 뛰었다.

 

어느 집이든 집을 가진 사람은 자녀가 아니라 가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토지 소유의 편중은 더욱 급격히 낮아진다.

2012년 기준으로 토지를 소유한 가구는 59.9%에 달한다.
총 세대 2,021만 세대 중 1,211만 가구다. 전체 세대의 약 60%가 ‘땅 한 칸’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땅 주인의 나이까지 따지면 토지 소유의 편중 문제는 한층 복잡해진다.
개인 토지의 연령별 소유 현황을 보면, 토지 소유자의 78%가 50대 이상이다.

50대가 전체 민유지의 27.8%, 60대가 24.4%, 70대와 80대가 각각 18.7%와 7.4%를 차지하고 있다.
40대 미만의 비중은 6.9% 불과하다.
실제 민유지의 소유자를 살펴보면 ‘평생 일해서 땅 한 뼘 갖게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소위 ‘토지불로소득’이라는 비중 또한 낮아지는 추세다.

‘부동산 소득은 소득불평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2017, 남기업‧이진수)’ 라는 연구논문에 따르면,
전체 소득 대비 토지 불로소득의 비중은 2008년 42.8%에서 2015년 29.7%까지 낮아졌다.
반면 한국 경제가 지대 추구의 덫에 걸려 있다는 추 대표의 주장과 달리 ‘근로소득’의 비중이 꾸준히 높아졌다.


● 진짜 ‘땅 부자’는 농민

반면 진짜 땅 부자는 따로 있다.
‘농지는 농사짓는 농민이 소유한다’는 소위 경자유전의 원칙 덕분이다.
농지법 제6조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토지 상위 보유자 대부분은 농민이다.
전체 토지의 20.6%가 농경지이지만, 인구 대비 농가인구 비율은 5% 수준이다.
3헥타르(3,000㎡‧9,075평) 이상의 경지를 가진 농가만 해도 2006년 기준으로 8만6천호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토지불로소득’이라는 것의 실체가 없다고 지적한다.
경제학적으로 토지는 인간의 노동과 자본이 투입돼 생산된 재화라는 지적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토지로 인한 소득을 불로소득으로 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토지는 공공재가 아닌 새로운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