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유난히 뜨거운 것 같은 어느 날

 

 

잠에서 깨고 휴대폰을 보니 오전 7시 21분

 

 

여자친구와 함께 부산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라 한껏 부푼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어제밤에 챙겨두었던 배낭과 여행물품을 다시한번 확인한다.

 

빠트린 것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아침을 먹고 쇼파에 누워 카톡을 하다가

 

깜빡 졸았고 다시 핸드폰을 보니 오후 1시 10분

 

 

 

 

아... x됬다...

 

 

 

 

 

부랴부랴 집에서 나오고 택시를 타서 서울역에 도착.

 

 

아침부터 생돈 2만3천원이 날아감과 동시에 일진이 사나움을 느꼈다.

 

 

현재시간 오후 2시 15분..

 

 

여자친구와 약속한 시간은 2시 20분이었으니 곧 여자친구도 도착할 시간.

 

 

 

 

 

역시나 한창 방학이고 여행시즌인지라 서울역에는 나처럼 배낭을 메고 여행을 가는 것 같은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여태까지 여행을 가본거라곤 소소한 가족여행,

 

 

중.고등학교 때의 수학여행,

 

 

학과 동기들과 갔던 대학MT뿐이었고

 

 

여자친구와 단둘이 여행을 가는 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심하게 긴장이 되었다.

 

 

 

너무 긴장을 한 나머지 배가 살살 아파왔고

 

 

여행가기전에 물도 빼고 긴장좀 풀겸 역안에 있는 화장실로 직행

 

 

 

역시나 화장실안에도 사람이 많았고

 

 

 

 

 

 

화장실칸에 빈칸은 없나 두드려본다

 

 

“똑똑”

 

 

“똑똑”

 

 

“똑똑”

 

 

“똑똑”

 

 

“똑똑”

 

 

“.... 잠시만요 다됬습니다.”

 

 

 

곧 한사람이 나왔고 회사원인지 증권일을 하는 사람인지 한손에 노트북을 들고 나왔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난 곧바로 거사를 치렀고

 

 

참았던 변비가 뚫리는 것 같은 형언할 수 없는 통쾌함과 함께 기분좋게 일을 보았다.

 

 

 

 

 

 

 

그렇게 한동안 일을 보고 난 뒤 휴지로 닦고 있는데

 

 

 

갑자기 느껴지는 차갑고 불안한 느낌은 뭘까

 

 

그때든 확신.

 

 

 

 

 

 

바깥에 인기척이 사라졌다.

 

 

 

 

하나 들리는 소리라곤 수도꼭지에서 물이 흐르고있는 소리

 

 

 

 

 

 

 

 

 

“주르르륵”

 

 

 

 

 

하지만 누군가 손을 씻고있는 듯한 소리가 아니라

 

 

그냥 세면대로만 떨어지고 있는 소리였다.

 

 

들고 있던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시간은 2시 19분.

 

 

 

 

힘주느라 정신을 집중해서 그런지 벌써 10분은 지난 것 같았는데...

 

 

핸드폰에 카메라를 켜고 화장실 칸막이 아래로 비춰보았다.

 

 

아무것도 없을 줄만 알았던 화장실안에

 

 

 

 

 

또렷하게 보이는 사람들의 다리

 

 

 

 

 

 

밖에 분명히 누군가 있는데 왜 이렇게 무서운 기분이 드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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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를 무서움에 이미 볼일은 다 봤는데도 불구하고

  

 

 

 

화장실칸 안에서 오만가지 생각을 한지 몇 분이나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멈춰있는 시간 2시 19분.

 

 

 

 

 

 

 

 

 

 

 

 

 

 

 

다시한번 카메라를 통해 아래를 보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제자리에 서있고

 

 

 

내 손에 땀은 다한증이라도 걸린 듯이 줄줄 흐를 것만 같고..

    

 

 

 

 

 

 

 

 

그때 생각난 여자친구

  

 

 

 

 

 

 

 

 

 

 

 

 

 

부산여행 때문에 여자친구도 서울역으로 오고있을텐데

 

 

 

 

무슨일이 생긴건 아닐까 카톡을 날려보지만

 

 

 

 

 

2시19분을 가르키며 보내진 카톡은 몇분이 지나도록 읽힘표시가 사라지지 않고

  

 

 

 

 

좁은 화장실한칸 안에서 거사를 치르며 느꼈던 황홀함은 온데간데 없고

  

 

 

 

 

 

긴장감만 감돈다.

 

 

 

 

 

 

 

 

 

일어나서 문을 열까말까 문고리를 잡고 있는데

  

 

 

 

 

 

그 때 손에서 떨어뜨린 핸드폰

  

 

 

 

 

 

 

 

 

 

 

 

 

 

‘아 씨발..’

 

 

 

 

 

 

 

 

 

 

 

 

칸막이 아래를 지나 바깥쪽으로 떨어져나간 핸드폰을 칸막이 밑으로 확인하는데

  

 

 

 

 

 

바깥에 서있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발 옆에 위치하고 있는 핸드폰이 보인다.

 

 

 

 

 

 

 

말을 걸 생각도 못해보고 쥐죽은 듯이 물도 안내리고 숨어있다가 핸드폰이 떨어졌는데

  

 

 

 

바깥의 사람들은 신경을 안쓰는 것인지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인지

  

 

 

 

아직도 숨막힐 듯한 고요함을 지키고 있었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바깥에 말을 걸어보지만 역시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고

 

 

 

 

점점 이 좁은 한칸에 갇혀있다는 생각과 두려움으로 없던 폐쇄공포증도 생길 것만 같아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본다.

    

 

 

 

 

 

 

 

 

 

 

 

 

 

 

 

 

 

“덜컥”

 

 

 

 

 

 

 

 

 

 

 

 

 

생각보다 너무 소리가 크게 나서 오히려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놀라버렸다.

    

 

 

 

 

그 때 살짝 열린 틈새로 보이는 핸드폰을 하고있는 남자

  

 

 

 

 

 

방금까지도 카톡을 보내고 있던건지 카톡창이 떠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인다.

 

 

 

 

 

 

 

 

손을 말리고 있는 사람,

 

 

 

손을 씻고 있는 사람,

 

 

 

화장실로 들어오고 있는 사람

  

 

 

 

 

 

 

 

 

 

 

다들 멈춰있다

 

 

 

 

 

 

 

 

 

 

 

 

 

몰래카메라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문으로 들어오고 있는 사람 옆으로 화장실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몸이 마치 돌로 만들어진 석상처럼 단단하고 무거워서

 

 

 

 

옆으로 밀쳐내고 나갈 수도 없다

 

 

 

 

 

 

바닥에 고정된 것도 아니고 이 말라보이는 사람의 몸이 이렇게 무거울 수가 있을까

 

 

 

 

 

틈새로 겨우겨우 몸을 통과하고 화장실 밖으로 나갔는데

 

 

 

 

 

 

 

 

 

 

 

 

모든 사람들이 그 자리에 멈춰있다.

 

 

 

 

 

 

 

이건 몰래카메라라고 하기에도 너무 말도 안 될 정도의 규모이고

 

 

 

 

내눈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드는 한가지는

 

 

 

 

 

 

 

 

음료수를 들고 넘어지고 있는 사람.

 

 

 

 

 

 

 

 

인간이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자세를 하고 공중에서도 살짝 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믿을 수 없는 일들이 갑자기 눈앞에 벌어져서 인지

  

 

 

 

내 자신이 이런 일들을 겪고 있다는게 놀라운 건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거의 넋이 나간상태로 주변을 둘러보지만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혹시 나처럼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소리쳐보지만 돌아오는건

 

 

 

 

 

서울역 전체에 울려퍼지고 있는 나의 목소리뿐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혼자 남았다는 생각, 외로움으로 인해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나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흐느끼고 있었다

  

 

 

 

 

 

거의 한시간 쯤 울고있었을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이대로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이미 풀려버린 다리를 옆에 굳어있는 아이를 잡고 일어나 역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때 보이는 익숙한 얼굴

  

 

 

 

 

 

 

 

 

택시에서 내리고 있는 나의 여자친구

 

 

 

 

달려가서 여자친구를 붙들고 말을 걸어보지만

 

 

 

 

 

역시나 멈춰버린 그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일까

  

 

 

 

무심한듯한 하늘을 바라보지만

  

 

 

 

서울역에 오고 있을땐 솜사탕 같았던 구름들이

  

 

 

 

유유히 나를 감시하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그 때 생각난 한 가지.

    

 

 

 

 

 

 

수도꼭지에서 나오던 물도 그렇고 카톡도 보내지긴 했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사람들뿐이라는 것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들어가보지만 실시간검색어는

  

 

 

 

아무관련 없는 것들뿐

  

 

 

 

 

체감으로는 몇시간이 지나버린 것 같은데

  

 

 

 

 

이런 검색어라면 인터넷도 모두 멈춰버린 2시19분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으로 내가 활동하고 있는 사이트란 사이트엔 모두 들어가서

  

 

 

 

지금 나는 서울역에 있고 모든 사람들이 멈춰있다고 작성을 해뒀다.

    

 

 

 

 

 

 

 

 

 

-서울역에 혼자남겨져있습니다. (작성시간 : 2시 19분)

    

 

 

 

 

 

 

 

 

 

 

‘왜 2시 19분에 멈춰버린걸까’

 

 

 

 

생각하는 그 때

 

 

 

 

역내 스피커에서 차가운 기계음이 들렸다.

 

 

 

 

 

 

 

 

 

 

 

 

 

 

 

 

“칙.....치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