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보고! 보고. 충성! 충성. 11 저녁점호 인원 보고! 총원... 대기. 대기! 

22 보고! 보고. 충성! 충성...

 

시간은 흘러흘러 66 생활관 차례가 되었다. 가장 마지막 차례이자 중대의 짬찌들만 모여있는 이 힘 없는 생활관 앞에 정 일병이 서있었다. 55 생활관 보고자에게 대기 명령이 떨어졌다. 대기! 그리고 복명복창. 대기. 이제 튀어나와야할 66 생활관 보고! 하지만 정 일병은 대답하지 않았다. 66 생활관 모두의 경악스런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당직사관이 대신 말한다. 66 생활관 보고! 정 일병은 말한다. '점호란 무엇인가' '얘가 미쳤나' 당직부사관이 그의 앞에 선다. '너 뭐 하는 놈이야?' '당직이란 무엇인가' 정 일병은 기계처럼 답한다. 당직부사관은 당직사관을 돌아보며 고개를 젓는다. 당직사관은 정 일병 앞에 선다. '정 일병, 왜 그래?' '군대란 무엇인가' '약 부작용인가?' 당직사관은 묻는다. '이 친구 정신과 약 계속 먹었잖아' 당직부사관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군대가 장난이야?' '군대란 무엇인가' 정 일병은 미동조차 없다. '당직사령님한테 연락해봐' '사령이란 무엇인가' 갑자기 정 일병은 어딘가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두 명의 당직 모두 경악하며 뒤를 쫒는다. 전 중대원이 달려나온다. 전 대대원이 달려나온다. 모두 위병소로 향한다. 위병소 인원들도 달리기 시작한다. 그들은 철문을 기어올라 바깥으로 나온다. 모두 이성 잃고 달린다. 그들은 인간이라는 탈을 쓴 이성 있는 노예였지만 지금은 그 이성조차 잃어버렸다.

 

정 일병은 달려가는 군인들을 뒤로 한 채 도로 위에 멈춰선다. 그는 텅 빈 어둠을 향해 돌아보며 말한다. '군인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