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스포츠라는 말을 들었을 때 축구나 야구, 농구, 복싱 등

몸을 움직이고 땀흘리는 육체활동을 떠올린다. 그러나 스포츠에는

육체를 사용하는 스포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두뇌로 자웅을 겨루는

멘탈 스포츠, 두뇌 스포츠도 있다. 



속칭 E-sport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게임도 이제 엄연한 스포츠의 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

게임을 제작하는 것은 예술에 가깝지만 게임을 즐기는 것은 스포츠로 볼 수 있는 것.

과거에는 임요환, 홍진호 등의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속칭 롤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없던 

과거에는 보드 게임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장기나 화투, 포커 등.



훈수를 두고 있는 JP

두뇌 스포츠로서 전통적인 게임은 뭐니 뭐니 해서 바둑이 아닐까 싶다.

동양을 대표하는 두뇌 스포츠로서 세계에 내세울 만하고 그 역사도 수 천년에 달한다.

그냥 집을 많이 만들면 이기는 게임이지만 가장 심오한 보드게임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공자도 일찍이 "무위도식할 바에야 바둑이라도 둬라" 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할 일이 없거든 잡기라도 익히는 것이 도움된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였다.

그러나 잡기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되더라도 장기와 달리 바둑은 상류층의 유흥이였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 상류층의 풍류로 존중받았던 종목(?)을 금기서화라고 부른다.

즉 거문고를 뜯고 바둑을 두며 붓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군자의 교양이라는 것.

동양화의 소재로도 곧잘 사용되었으며 비록 놀더라도 바둑을 둔다고 하면

그래도 좀 달리 봤다. 역사 속에서 바둑을 즐겼던 인물도 한둘이 아니다.



독화살에 맞은 오른팔을 수술하고 있는 관우

화타가 살을 가르고 뼈에 스며든 독을 긁어내지만 관우는 바둑을 두면서

묵묵하게 아픔을 견뎌낸다. 실제로도 관우는 바둑을 좋아해서


"바둑은 나같은 장수에게 필수다. 나에게 바둑은 단순한 잡기가 아니라 

전술의 묘를 터득하게 해주는 가상의 전쟁터이자 훈련장이다." 라는 말을 남겼다. 

조조도 바둑을 무척 좋아했다. 여러 바둑기사들을 초청해서 대국을 했는데

의외로 조조는 냉철하고 과감한 간웅이라는 대중적 이미지와 달리

감각이 예민하고 감성이 풍부한 인물로 당대의 문장가이자 명필이였다. 



 

일본에서는 에도시대부터 바둑이 본격적으로 부흥하기 시작한다.

전국시대를 종식시키고 에도 막부를 수립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사무라이들에게

바둑을 장려했는데 혼인보(本因坊)를 필두로 야스이(安井), 이노우에(井上), 하야시(林) 4개의 바둑 가문

즉 이에 모토를 성립시켰고, 도쿠가와막부의 제3대 쇼군이었던 이에미쓰는 오시로고(御城碁)라는

연례 바둑행사를 제도화시켰으며, 고도 코로(碁所)라는 직책을 설치하여 기사들의 단위, 입단과 승단, 대국 등

바둑계 전반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도록 하였다. 그런만큼 근현대 바둑의 룰을 정비하고

바둑의 발전을 이끌어왔다고 평가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히카루의 바둑」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시사용어 가운데 바둑에서 유래한 표현들이 무척 많다.

이 또한 시사 평론이나 뉴스 보도에 고스톱 용어를 갖다붙이면 점잖치 못하다고 

질타를 받지만 바둑 용어를 인용하면 격이 있다는 인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한 수 배우겠다." "훈수" "묘수" "승부수" "포석" "미생" 같은 말들도 바둑용어다.



한국의 높으신 분들 중에서도 바둑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제법 있는데

삼김 중에서는 JP만이 바둑을 좋아해서 무료할 때는 바둑을 두면서

여가를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신성일의 회고에 따르면 JP가 가택연금을

당했을 무렵 JP를 찾아갔더니 정치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않고 

자신과 내리 바둑만 두면서 시간을 보내더라고 한다.



국무총리배 바둑대회를 주관하는 JP

자기 자신이 바둑 보급에 일조한 이력이 있다. 국무총리로 재임하고 있을 때는

본인의 명의로 바둑대회를 열기도 했고 프로기사들을 불러 격려한 적도 있다.

또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이스라엘 총리가 바둑에 관심을 드러내자 바둑용품을 선물했다.

본래 JP는 교양이 풍부한 사람이라 취미가 많았는데 바둑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취미였던 것.

그런만큼 최고급 바둑용품을 소장하고 있었다. 그게 뭐냐고?



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과



옥으로 빚은 바둑알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달리 장기는 서민들의 놀이였다. 



JP와 달리 양김은 바둑을 즐기지 않았다. 총재로 있을 때나 대통령이 되었을 때에도

당원들이 바둑을 즐기는 것도 탐탁치 않게 여겼는데 이유는 시간을 너무 잡아먹기 때문이라고.

YS의 취미는 서예와 운동이였기에 당원들에게도 이를 장려했고 DJ는 밤새 의원실에서

바둑을 두던 의원을 다음 공천에서 배제시킨 적 있다. 이해찬이 DJ 밑에 있을 때에

바둑을 두다가 DJ에게 발각당한 적 있었는데 이해찬은 불호령이 떨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그 때는 다행히도 "이 의원도 바둑 둬?" 라고 묻고는 지나가더랜다.



요즘은 바둑을 두기는 커녕 바둑의 룰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보드게임 중에서는

가장 격이 높은 게임이다. 그리고 어느 유흥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바둑 또한 제대로 맛을 들이면

자려고 누웠는데 천장을 보면서 바둑을 두게 된다거나 바둑 중계만 보고 있어도 그렇게 재미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클래식한 보드 게임이 사양길로 접어든 추세이지만

교양 차원에서 바둑을 익히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은 취미가 되리라는 생각이다.


한줄평

보드 게임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뇌섹남의 포스가 휘몰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