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팬픽은 상상에 기반한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사건, 지명, 단체는 실제의 그것과 전혀 무관하고, 만약 일치하더라도 단순한 우연에 불과합니다.
왜 자꾸만 다 보이는데 숨기려 들까...
그날 이후, 예나를 바라볼 때마다 혜원은 더없이 괴로웠다.
슬프다... 그 말로도 정의 내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슬프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 예나의 눈동자에 늘 맴돌고는 했으니까.
참 그대로인데,
그대로 예쁘고, 그대로 쾌활하고, 그대로 밝게 웃는데,
예나의 그 어느 곳에서도 슬픔이 묻어 나오는 것이 혜원의 눈에는 빤히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예나가 슬퍼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괜찮니?"
혜원은 예나에게 물었다.
잔잔한 미소를 띠며 멤버들과 웃고 있던 예나의 목울대가 미세하게 떨린다.
무엇이 괜찮냐는 것인지 알기에 예나는 다른 멤버들에게 들릴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 난 정말 괜찮아."
혜원의 조용한 탄식이 허공으로 흘러가지 않고 예나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예나야. 그러지 말고 둘이 얘기 좀 해..."
"할 얘기 없어."
그리고 다시 혜원을 외면하며 멤버들과 얘기를 나눈다.
혜원의 가슴이 마른 장작이 되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아진다.
혜원은 느리게 왼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 외면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녀들은 알고 있다.
괜찮아. 라고 말한 예나도, 깊은 탄식을 흘리는 혜원도,
사실 그 누구도 괜찮지 않다는 증거라는 것을.
이대로 있으면 죽을 것 같고,
그렇다 해서 공격하기에도 역부족인,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전쟁터 한가운데에 서있는 군인들의 감정이 이런 것일까,
혜원의 하루도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감정을 절제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그렇게 덧없는 시간이 흐르던 중,
결국 예나가 무너지고야 마는 일이 생기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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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린 건 없어도 많이 들어요."
인자하게 웃어주는 예나의 어머니를 향해,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거린 멤버들이 수저를 들었다.
숙소의 거실 한가운데에 펼쳐진 상에는,
어머니가 차리신 배추김치와, 갈비찜과 나물무침이 올려있었다.
먼저 어머니가 한 수저를 뜨는 것을 확인한 멤버들은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음식들에 앞다투어 달려들었다.
숙소에서 쉬던 중 예나에게 전화가 왔었다.
절대 안 된다고 버럭 내지르는 예나의 처음 보는 모습에, 멤버들이 놀란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얼마 후에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열린 문틈으로 예나의 어머니가 등장하자,
예나는 창백해진 얼굴로 어머니가 가져온 요리를 상에 차릴 때까지도 말없이 앉아만 있다.
"딸아이가 살고 있는 숙소에 한 번은 들러보고 싶었어요. 당황했을 텐데, 미안해요."
"별말씀을요! 어머니 음식 솜씨 끝내줘요!"
"예나야, 넌 뭘 애처럼 토라져 있냐? 어머니 무안하시게..."
멤버들의 목소리에 예나는 힘든 수저를 들고 소리 없는 식사를 시작한다.
걸신들린 멤버들은 두말할 것 없고, 어머니도 조용히 멤버들에게 갈빗살을 뜯어주고만 있다.
맛있는 음식이 차려진 화목한 식사시간 안에서,
예나는 그 어느 때보다 급격히 무너지고 있었다.
그 사실이 뻔히 눈에 보이는 혜원은 미칠 지경이었다.
"유리양."
별안간 예나의 어머니가 침묵을 깼다.
그릇에 얼굴을 묻은 채 먹기만 바쁘던 유리는,
불에 댄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얼른 고개를 들었다.
네? 네네! 더듬대는 꼴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 긴장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우리 딸이랑 많이 친하죠? 부족한 애인데, 고마워요."
"아닙니다, 어머니! 예나 언니가 저한테 훨씬 잘해주는걸요!"
"앞으로도 우리 예나랑 사이좋게 지내줘요.
tv에서 그렇게 둘이 붙어있는 모습 보니까...
꼭 딸이 하나 더 생긴 기분에 많이 웃었어요."
"꼭 떨어지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저도... 어머니가 한 분 더 생긴 기분이 들어요.
음식 참 맛있어요. 어머니!"
유리의 당황한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던 멤버들이 다시금 어머니를 돌아보다 놀랐다.
주르륵,
한 줄기 눈물이 어머니의 눈가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이 참, 주책맞게 왜 이러지..."
어머니의 눈물의 이유를 몰라 거실에 침묵이 찾아왔다.
그리고 예나는 더 참지 못하고 죄스러운 얼굴을 한 채로 벌떡 일어나 숙소를 나가버렸다.
"쟤 정말 왜 저러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단단히 혼내 놓을게요."
굳은 은비의 말에 어머니는 눈물 젖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럴 거 없어요. 갑자기 찾아왔으니 예나도 많이 놀랐을거에요.
신경 쓰지 말고 마저 드세요."
"그래도 이건 정말..."
"정말 괜찮으니 그러지 말아요.
그보다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 것 같던데... 예나 괜찮아요?"
저마다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멤버들이,
하나같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네? 하고 되물었다.
"많이 지쳐 보였는데..."
어머니를 보는 혜원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민주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말했다.
"아뇨? 예나언니 아무 일도 없는데..."
어머니의 얼굴에서 설핏 슬픈 기색이 스치다가 이내 멤버들을 둘러보고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제가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어 버렸네요. 음식 식겠어요, 마저 드세요."
어머니가 돌아가고 수북이 쌓인 그릇들을 보며
언제 다 치우냐는 멤버들의 푸념에 혜원은 자진해서 설거지를 했다.
그렇게 혜원은 그릇을 닦고 또 닦으며 점점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마음의 변화를 잊으려 애를 써보았다.
거품이 물줄기 사이로 사라지면 다시 그 자리에 거품을 내고,
또 손끝으로 문대어 닦고.
움직임이 반복될수록 고무장갑을 씌우지 않은 손가락 끝마디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잡혔다.
아랑곳없이 쉬지 않고 그릇을 닦아냈다.
누가 봐도, 잔뜩 긴장된 사람처럼.
설거지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록 예나는 돌아오지 않았다.
혜원은 넌지시 유리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들려오는 대답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혜원은 가스 불을 끄고 나오지 않은 사람처럼,
혹은 문을 잠그고 오지 않은 사람처럼, 초조함이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예나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유리가 그런 혜원을 확인하고
걱정하지 마 언니, 금방 돌아올 거야.
안심시키듯 말했을 때, 혜원은 기어이 숙소를 박차고 나섰다
"예나야!"
어째서 불길한 예감은 항상 적중되는 것인지...
한참을 거리를 뛰어다니다가 혹시, 하는 생각에 옥상에 올라선 혜원은,
난간에 위태롭게 앉아있는 예나를 발견하곤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예나는 조금은 놀란 눈으로 혜원을 바라보았다.
"넌 대체... 왜 그렇게 나한테 신경 쓰는 거야?"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예나는 혜원에게 향해있던 시선을 돌려 다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밤바람이 참 시원해서... 그치?"
"그러지 않을 거지?"
"혜원이 넌... 그런 생각 해본 적 있어?"
"너 지금 제정신 아니야. 잠깐 정신 나간 거야...
그러니까 거기서 당장 내려와."
"지구에 중력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
"최예나! 내 말 안 들려?!"
혜원의 얼굴이 파리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힐끔 바라본 예나는 피식 웃었다.
"만약에 지구에 중력이 없다면, 여기서 뛰어내려도 죽지 않을 거야."
예나는 다시 웃었다. 그리고 조금 전보다 더욱 잔잔한 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마 우주 한가운데로 갈 거야."
"미친년아! 우주를 왜 가고 싶어! 지구도 충분히 좋은 곳이야!"
"우주는 무한히 넓은 어두운 곳이니까. 혹시...
이곳에서 느껴지는 슬픔이나 아픔 같은 것도 어둠에 가려지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말하는 예나의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만 같아
혜원은 조심스레 다가서던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예나를 바라보았다.
차가운 날씨에 발갛게 얼어버린 예나의 옆모습이 혜원의 눈에 들어왔다.
아파 보이는 옆모습.
그 옆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마음이 무겁게 짓눌려지는 것 같아 혜원은 약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어째서 너는 항상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무엇이 이토록이나, 널 힘들게 하고 있는 거야.
꿈만 같은 생활들이 바로 너의 곁에 있는데,
넌 왜 그렇게 무너져가는 걸까...
"너 대체 왜 이래! 유리는 어쩌려고, 너 유리 사랑하잖아!!"
"혜원아... 유리를 사랑하는 일이,
나한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야. 나 이제 좀 쉬고 싶어..."
예나야.
왜 그래.
그런 말 하지 마...
네가 안 그래도 나 울 거 같단 말이야.
왜 날 울리려고 그래...
너 이런 애 아니잖아. 왜 자꾸 그래....
"다시는... 이제 다시는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나야! 최예나!!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더 이상 예나는 답이 없다.
위태롭게 버티던 혜원의 이성이 끊어졌다.
오한이 든 것처럼 몸을 떨다가 예나를 향해 달려나갔다.
믿을 수 없다.
자신을 몹시도 싫어하는 누군가가 지독한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예나가 저런 말을 할 리가 없다.
그런데 예나의 감은 눈 사이로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린다.
혜원은 찢어지는 비명을 내지르며 예나에게로 몸을 날렸다.
제발...
나한테... 이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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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누운 예나의 가슴에 혜원이 고개를 묻고 흐느끼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 혜원이 간발의 차로 예나를 옥상 바닥으로 끌어낸 것이다.
흐느끼는 소리가 깊어지자 예나는 건조한 입술을 열었다.
"너는 왜... 항상 나 때문에 우는 거니..."
사랑하니까...
사랑이라 정의 내린 그 겨울.
평생에 비하면 무척이나 짧은 시간...
나는, 그 짧은 시간에 평생의 마음을 모두 소비했으니까.
병원에서 깨어난 네 눈을 보는 순간 예나 너를 너무 사랑하게 됐으니까...
처음이라서, 끝내야 하는 방법을 모르니까...
혜원은 고개를 들고 예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물 범벅이 되어 있는 하얀 얼굴. 초점 없는 눈빛.
그리고 그 눈빛을 보자, 혜원은 예나의 몸을 억세게 일으켜 스르르 주저 앉혔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조차 파악이 안되는 걸까.
아무 말도 못 하고, 예나는 그저 울고만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혜원은 울컥한 기분이 들어 오른손을 들고 예나의 뺨을 때렸다.
짝 거리는 마찰음이 옥상 안에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예나는 멍한 표정으로 옆을 바라보다 자신의 볼을 감싸 쥐고선 혜원을 바라보았다.
물기가 가득 담긴 눈이 혜원의 눈에 들어왔다.
혜원은 이번엔 반대쪽 손을 들고 예나의 반대쪽 뺨을 때렸다.
너무 세게 때렸는지 그 뺨을 때린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렇게 자신을 몰아세우는 예나의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더 예나를 괴롭히는 사슬을 얼른 끊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혜원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꼭 쥔채로 말했다.
"말해... 너 대체 왜 이러는지...
왜 목숨 버리려 했는지 제발 다 설명해!
지어내기라도 해. 그것마저 힘들면 아무 말이라도 해.
그럼 그냥 다 믿어줄 테니까,
이럴 수밖에 없었을 상황, 만들어서라도 설명해!
그럼 내가 다 이해해줄게, 내가 다 해결해줄게!
내가 너에게 조금이라도 소중한 친구였다면 제발 다 말해!!"
예나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예나야 제발! 혜원은 예나를 거세게 끌어안았다.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면 누구든 절박해지는 것일까.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가 되고,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심정 또한 이런 것일까.
혜원은 추락하며,
내어놓지 못하던 간절함을 기어이 쏟아내기 시작한다.
"우연은 없다고 했지? 네 말이 맞아... 선택이었어.
혹시라도 인연이 닿지 않을까, 소속사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고.
아니라고 자신을 속여가면서, 너도 참가하지 않았을까 프로듀스 지원했어.
그리고 여전히 널 사랑하는 것마저 치자면 선택이겠지.
미친 줄 알면서도 늘 네가 보고 싶었고,
네 시선이 유리를 향한다 해도, 행복한 네 모습 바라볼 수 있을까 여기까지 견뎌왔어.
그래, 질척거리는 나도 너에게 힘든 짐이었겠지...
네 곁에 있고 싶다는, 그 욕심으로 나도 널 괴롭힌 꼴이니까.
그런데 너는? 너한테 나는 대체 뭐길래!
내 앞에서 쉽게 목숨을 버릴 만큼 난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니?!
말해봐... 한 번이라도, 제발 한 번만이라도! 좀 솔직해져 봐!!"
혜원의 진심이 통했을까, 결국 예나는 소리를 내며 흐느꼈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제 속의 깊은 진심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혜원아..."
들릴 듯 말 듯, 예나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혜원은 예나를 더욱 끌어안으며 귀를 기울였다.
이윽고 예나는 단 한 번도 꺼내놓지 않은 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화가 나는,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 잔인한 이야기를...
"한 소녀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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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잘 쉬셨나요? 벌써 연휴 마지막 주말이네요.
하, 퇴근하고 이 페이스를 유지하려면... 아 끔찍합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