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팬픽은 상상에 기반한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사건, 지명, 단체는 실제의 그것과 전혀 무관하고, 만약 일치하더라도 단순한 우연에 불과합니다.






























여제, 


황제 자리에 오른 여성을 말한다. 


황후보다 더 높은 지위로, 


영어에서는 황후, 황태후를 구분하지 않고 전부 여제라고 부르기 때문에,


로마제국의 테레지아의 경우처럼 황후인 인물을 여제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역사적으로 여왕도 그다지 흔하진 않았지만, 


여제의 칭호를 보유했던 여성은 세계사를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이다.  


신화적으로 속세에 헌신해 지상을 다스렸던 신들 중 여제라 불리우던 여신은,


이집트 태양 신 라의 딸 마아트와, 


발트신화의 여명의 여신 아우슈리네등이 고대인들의 숭배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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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참가하지 말 걸... 


뒤늦은 후회를 혜원은 이제서야 하고 있다.


1화 녹화가 끝나고, 모두가 자리를 비울때도 혜원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그리고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그 아이가 앉아있던 자리...


그 아이는 이미 떠난 지 오래다. 


그 아이가 데워놓았던 건너편 자리도 이미 식어버린 지 오래였다. 


눈물을 닦아내며 혜원은 그 자리를 서럽게 쳐다본다. 


그러다 왈칵, 더욱이 눈물이 터진다. 


어쩜 그렇게 모른 척을 할 수 있는지,


혜원은 고등학교 1학년 이후 몇 년 만에 다시 마주한 오늘의 그 아이를 떠올렸다. 


조금은 예상했지만 설마, 넘어가버렸던 재회. 


오른편에서 느껴지는 그다지 밝지 못한 시선에 고개를 돌렸을 때, 


그곳엔 그 아이가 있었다. 


목석처럼 굳어 빤히 저를 보고 있는 그 아이가...


그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혜원은 울상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탄식을 터뜨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너, 최예나, 네가... 여기 왜 있어?




그런 혜원을 예나는 앞으로 시선을 돌려 무시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무엇을 기대했던 것인지...


반갑게 인사라도 해주길 기대했던 것일까, 


피식 자조한 혜원은 그제야 스튜디오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거리에 나와 가만 하늘을 올려다봤다.


몇 년 동안,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했었다. 


그저 하늘로 시선을 돌려 하염없이 지켜보다, 


모르게 눈물이 차서 코끝을 어루만지기도 했었다. 


중학교 3학년, 예나와 멀어지던 그날에도, 


머리 위로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고등학교 1학년, 고양이를 안고 걸어가는 예나를 아프게 바라볼 때에도,


눈물이 차올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예나는... 


혜원의 첫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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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일학년 때, 


같은 반이 된 것은 이학년 때, 


상처만 남기고 멀어진 것은 삼학년 때였다. 


입학 때부터 눈에 띄게 예뻤던 혜원과 예나는, 


하나의 가십거리처럼 동급생들과 선배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고는 했었다. 


그만큼 질투하는 이도, 친해지길 원하는 이도 많았다. 


일학년 때 혜원은 예나에게, 예나는 혜원에게 그저 예쁜, 


그래서 화두에 오르는 존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나 한 학년을 더 올라섰을 때, 


두 사람은 같은 자리에 나란히 앉아있는 짝이 되었다. 


그때 밝은 얼굴로 옆자리에 털썩 앉으며 반갑다고 예나가 인사를 하였을 때, 


혜원의 얼굴은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밝고 긍정적인 성격 탓에 친구들에게 인기가 상당히 좋았던 예나의 그 당찬 모습에 


소심한 혜원은 어린 아이처럼 작게 웅크려 들었던 것이다. 




"이것도 우연인데,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지 않을래?"




혜원은 벙 찐 얼굴로 예나가 내민 손을 어색하게 붙잡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짝꿍이라는 명분하에 점점 가까워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가장 친한 친구. 그 꼬리표를 달기 시작한 순간부터... 


혜원은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맞게 되었다. 


하루하루 예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예나와 함께하는 추억이 많아질수록 거짓말처럼 심장의 박동이 빨라져만 갔다.





"혜원아, 우리 같은 소속사 들어가지 않을래?" 





함께 지낸 지 몇 달이 지났을 때 문득 예나는 그렇게 물어왔었다. 


혜원은 그런 예나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뭐? 무슨 소리야? 라고 되물었다. 


그 조그마한 몸집 뒤로 보이는 하늘에는 이미 노을이 지고 있었고, 


혜원은 예나에게 손을 꼭 잡힌 채로 집에 돌아가고 있었다. 


너무 오랫동안 잡고 있어서 손에 땀이 조금 스며들었는데도 예나는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 해서 혜원이 손을 놓으라고 말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러니까, 빛나는 얼굴 썩히지 말고, 나랑 같이 아이돌 하자고."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내가 무슨 빛이 난다고!"





예나가 아이돌이 꿈이라는 것은 진작에 알았지만,


난데없이 같이 아이돌을 하자니... 


혜원은 피식 웃으며, 예나의 배를 주먹으로 한번 툭 치고 됐다, 됐어 라고 말했다. 


그러자 예나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으악, 나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아! 


라며 걸음을 멈추고 배를 움켜쥐고서 오버를 했다. 


장난 칠 시간 없어, 나 빨리 학원 가야 된다고. 아, 맞다 그랬지? 


환한 웃음을 씨익 짓더니 벌떡 일어나서 씩씩하게 혜원의 손을 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며 걸어갔다. 


조그마한 얼굴에 항상 웃음이 떠나지 않는 아이. 


보고 있으면 주위 사람들까지 웃게 만드는 아이. 


불만 많은 자신과 달리 항상 긍정적인 아이. 


그런 아이가 왜 항상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인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근데..."




아무 말 없이 걸어가던 예나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혜원을 보며 말했다. 


응? 하고 고개를 돌아보니, 빙긋 웃고 있는 예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넌 정말... 항상 빛나고 있어. 분명 데뷔할 수 있을 거야."


"왜 이래 정말, 나 춤도 노래도 꽝인 거. 알고 있잖아."


"아이 참, 넌 얼굴 하나로 먹어준다니까? 분명 데뷔할 거야.

그 옆엔 내가 서있을 테고, 그리고 난 말하겠지."


"...뭐라고?"


"것 봐라. 내가 너 빛나고 있다고 했지?"




그리고 다시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 예나를 놔두고 혜원은 앞으로 성큼 걸어 나갔다. 


가, 같이 가! 라고 뒤따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혜원은 더욱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가 버렸다. 


왠지... 지금의 표정을 예나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그때에 혜원은, 


정말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었다. 


그 전에 예나와 있으면 행복하다, 라든가 기분이 좋다, 라든가 


혹은 예나를 잠깐만 보지 않아도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자주 하고는 했었는데... 


하지만 그때에, 


웃으며 혜원을 바라보던 예나의 말에 혜원은 정말, 아주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하늘에 붕 떠 있는 그런... 


그날 밤 혜원은 잠도 자지 못하고 이 느낌이 뭘까 궁리했지만 결국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 감정에 답이 나온 것은...


예나가 교통사고를 당한 그 해 겨울이었다.


친해진 이후 예나는 혜원의 집으로 찾아와 같이 등교를 했었다.


그 해 겨울, 


그 날도 혜원은 집 밖에서 예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참이 지나도 예나는 오지 않았다.


오늘 좀 늦네... 라는 생각이 들 무렵 시계를 바라보는 혜원은 놀랐다. 


지각이었다.


결국 교문에서 두 손을 번쩍 들고 벌을 받는 중에 학생주임 선생이 왠일로 예나와 같이 오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 말에 혜원은 씩씩 거리며 뭐 먼저 갔나보죠. 라고 툴툴거렸다.


속상한 마음에 교실 문을 열었을 때 예나는 보이지 않았다.




"예나왔어?"


"응, 아직 안왔는데? 니네 왠일로 따로 등교했어?"




들려오는 대답에 혜원은 대답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늦잠이라도 잤나 싶었다. 이제 곧 있으면 교문도 닫힐텐데...


속상한 마음도 그새 잊어버리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때 무거운 얼굴로 담임이 들어섰다.


그리고 말했다.




"어젯밤 예나가..."




혜원은 담임의 입에서 나오는 예나의 이름에 귀를 기울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는구나..."




멍한 정신으로 담임의 얘기를 듣던 혜원은 도통 믿기지가 않았다.


교통사고...? 


소리 내 읊어본 순간에는, 


저도 모르게 손바닥을 쭉 펼쳐 입을 막기까지 했다.


교통사고. 그 얼마나 살벌한 말인지...


세상물정 모르는 한 여중생을 뒤흔들어놓기 너무나 충분했고, 


순간 몰아치는 두려움을 떨쳐보려 혜원은 두 손으로 사정없이 얼굴을 때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서웠다. 그럴리가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를 바라보며 웃기 바빴던 예나가...


공황과 혼란이 한 번에 찾아들었다. 




"뭐라고요!? 예나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요!?




이미 확인한 사실을 부정하려 혜원은 벌떡 일어나 담임에게 묻고, 또 물었다. 


갑작스런 혜원의 행동에 당황하던 담임은, 


하얗게 질린 혜원의 얼굴을 제대로 직면해서야 더듬대며 입을 열었다. 




"혜원이 네가 제일 친했었지..."




귀가 멀었으면 했었다. 


아무것도 듣지 못하게, 


그저 아니라고 믿게...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더구나..."




기가 막히면 눈물대신 웃음이 난다 했다. 


그때 혜원이 그랬듯이...


휘청대는 다리에 힘을주며, 혜원은 연거푸 피식대며 얕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눈을 똑바로 뜨고 담임을 쳐다봤는데, 


무슨 정신으로 그러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어디에요, 선생님..."




병문안을 갈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한달음에 달려갈 것이라고는 담임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쫓아올 수도 없게 빠르게 뛰쳐나가는 혜원의 등 뒤에, 




"혜원아! 어디가니!" 




큰 소리로 외쳤던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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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친구니...?" 



하고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혜원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호흡기에 연약한 숨을 붙들고 있는 예나를 확인한 후, 


넋이 나가 멍하니 주저앉은 혜원을 예나의 어머니가 등을 두드리며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혜원은 예나의 어머니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았다.


절절한 눈물자국이 어머니의 셔츠 위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급성 경막하 출혈. 쉽게 말해 뇌출혈이라고 들었다. 


내리막에서 과하게 속도를 낸 승용차가 예나를 발견하지 못했고, 


브레이크를 밟은 순간에 예나를 들이받았다고, 


어머니는 겨우 말을 이으며 혜원에게 정황을 설명했다.


불행히 피가 내부로 터져 뇌를 심하게 압박했고, 


고비는 겨우 넘겼는데... 


의식이 깨어나 봐야 후유증을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아직 어린 나이기에, 


어떤 후유증이 찾아올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기억에 장애가 올지도 모르고, 


어쩌면 의식을 차리지 못할지도... 라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다고.


혜원은 그 말을 들으며 단 하나만을 간절히 바랐다.


그 어떤 후유증도 상관없다, 다만 의식만을 찾기를...


혜원은 간절히 기도했다.


한 번만, 제발 하느님이 도와주기를... 


예나만은, 아프게 하지 말기를... 


열다섯 밖에 되지 않은 가여운 인생을, 제발 헤아려주기를...


그렇게 기도로 지새우는 날이 이어지던 중,


예나의 곁을 지키다 잠시 복도에 나가 선잠을 청하던 혜원의 귓가에 고운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 정말 미안해..."




혜원은 가늘게 눈을 떴다.


하얀 도포를 걸친 여인이 예나의 병실을 나서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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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아!!"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혜원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상기된 얼굴의 예나의 어머니가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인의 그 모습은 꿈이었나? 혜원은 흐릿한 눈을 깜빡이다가, 


단숨에 달려와 손을 잡는 어머니를 벙벙하게 바라보았다.


예나의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불안정한 호흡을 고르면서, 어머니가 크게 입을 벌린다.




"깨어났어. 예나 깨어났어!!"




아아, 작은 탄성과 함께 다리에 힘이 풀려 혜원은 비틀거렸다. 


서둘러 다리에 힘을 주고 겨우 바로 서고, 


혜원은 떨리는 걸음을 조금씩 옮기기 시작했다. 



최예나. 



병실 앞, 이름표를 보고 있는 동안에도 비정상적으로 심장이 뛰어댄다. 


조심스레 병실 문을 열었다. 


비스듬이 누워 있는 예나의 눈이 느리게 혜원을 향한 순간, 


결국 혜원은 주저앉아 버렸다.


혜원의 손이 입을 막는다. 


예나는 울고 있었다. 


시트에 뚝 뚝 떨어지는 예나의 이유 모를 눈물이 혜원의 안으로 흘러들어간다. 


그 눈물을 보는 순간...


혜원은 답을 알 수 없는 복잡한 마음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아버렸다. 


미쳤어, 미쳤어... 강혜원, 너 지금 미쳐버린 거야... 


주문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그 혼란스러운 마음을 더욱 더 깊은 곳으로 데려다놓기만 할 뿐. 


결국에 흐느끼는 예나를 강하게 끌어안음으로써 혜원은 자신의 마음을 인정했다. 


너무나 부정하고 싶었던 그 마음. 




"누가 다치래, 최예나 이 멍청아..."




예나를 친구가 아닌 사람으로서 좋아하게 됐음을. 


예나를... 


지금 이 순간,


사랑이라 부르기로 하였음을.... 


하지만 그 겨울이 끝나고, 


다시 봄이 돌아왔을 때 더 이상 예나는 혜원의 옆에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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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난 틀려. 난 여자를 사랑하는 몸이 아니야."




숨죽였던 사랑의 결말은 그렇게 정의 내려졌다. 


벚꽃나무 아래 마주 선 예나는 그렇게 모든 것을 정리했고, 


그만 만나, 혜원마저도 정리시켰다.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며 조용히 행복해하던 겨울이 지나 새학기가 됐을 무렵, 


반이 갈라진 탓도 있지만, 


본격적으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예나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만나기도 힘들어졌고, 


어쩌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예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다 스쳐지나가야만 했었다. 


그 관계가 감당하기 버거워 혜원은 용기내 고백을 했었다. 


예나가 틀렸다고 정의하기 이주 전,



나 너 그만 속일래. 


나 너 사랑하고 있어...


난... 누가 뭐라고 해도 너만 옆에 있으면 돼. 



울먹이며 전해주던 고백에, 


예나는 말없이 전화를 끊고, 이주 만에 만나 혜원의 사랑을 끝냈다. 




"그만 만나자니...? 그냥... 여태처럼... 친구로 지내면 안될까?"




구차하게 매달렸다. 하지만 그런 모습으로라도 예나의 곁에 서고 싶었다.




"네 마음이 그런 이상. 난 널 친구로 여길 수 없어.

그리고... 나도 널 속일 수 없어."




예나는 혜원을 속일 수 없다. 고 했다. 


혜원은 그 뜻을 몰라 물었다. 


무엇을 속일 수 없는 것이냐고, 그게 무슨 뜻이냐고. 


예나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다만 미안... 미안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나의 표정, 예나의 눈빛, 예나의 목소리. 


한 번을 본적이 없었던 깊은 슬픔 속에 모든 것이 잠겨 있어서 혜원은 알았다. 


예나와 정말 끝이 났다는 것을. 


잡는다고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파랗게 질린 입술을 잘근 깨물며 예나는 돌아섰다. 


점점 넋이 나가다 어느 순간 시간이 뚝 끊긴 듯 했을 때, 


혜원은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느지막이 터진 눈물을 흘렸다.


혜원은 무엇이 가장 슬픈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함께 했던 시간이 끝난 것이 아쉬운 건지, 


예나도 자신과 같다 믿었는데 사실 아니었다는 것이 야속하고 원망스러운 건지. 


혜원의 감정은 복합적이고, 그만큼 슬픔의 무게 또한 배로 늘어날 뿐인 듯하다. 


이런 이별이 찾아올 줄도 모르고... 


예나와 함께하는 미래를 꿈꿨던 스스로가 못나고 미련해보여 혜원은 화마저 났다. 


그러다 예나를 욕한다. 




"그래. 나도 너 같은 거 몰라... 나쁜 년, 나쁜 새끼..." 




수위가 높지 않은 선의 욕설 정도만 혜원의 입을 통해 줄줄이 새어나온다. 


누가 들어도 진짜 미워서 하는 욕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법한 혜원의 가여운 목소리는, 


그런 식으로 떠난 예나를 홀로 원망하고 또 붙잡는다. 


그 후 고등학교 1학년 하굣길에 우연히 마주친 이후.


프로듀스48에서 만나기 전 까지 그녀들은 흔한 인사조차 하지 않고, 


없는 사람.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 되어 영원일 것처럼 서로에게 등을 보였다. 


아니...


돌아선 예나의 뒷모습만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혜원만 남은 채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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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하차를 하려고 했다. 


최대한 피하려 했고, 다행히 등급도 틀려서 마주치는 시간은 별로 없었지만.


잠깐이라도 마주할 때마다 애써 모른 척하기. 미칠 지경이었다.




"혜원아 왜 그래?"


"집에 가려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뭐야?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아이들의 말을 뒤로하고 짐을 쌀 때도 그러했다.


가방을 메고 방에서 나올 때도 그러했다. 


유리와 예나가 혜원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기 전까진...


혜원은 다시 방으로 들어서 멍하니 침대에 앉았다.


유리를 바라보던 예나의 눈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슬퍼 보이기도, 애틋해 보이기도...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바라보는 듯한...


몰려오는 두통 뒤로 애처로울 만큼 슬픈 눈으로 유리를 바라보던 예나의 눈빛을 표현하려 애써보다, 


결코 아니길 바라던 생각 하나가 뇌리를 스친다.




'너랑 난 틀려. 난 여자를 사랑하는 몸이 아니야.'




분명 그렇게 말 했으면서...


그래서... 잡을 수도 없게 만들었으면서...


참을 수없는 서러움이 발끝에서부터 북받쳐 올라왔다. 


아직 그대로인, 


게워내려 해도 게워지지 않는 그 시간에 머물며 여전히 아파하는 자신을 두고, 


이제는 유리를 바라보며, 


틀리다고 정의했던 사랑을 시작하는 예나를 자신은 어떻게 이해 해야 하는지... 


북받친 눈물이 흘렀다. 


숨은 점점 벅차오고 두 손은 옷깃을 꼭 부여잡았다. 


잘근 물어낸 입술이 터질 듯 붉게 달아올랐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아픔이 가시질 않는다. 


아픔만큼 간절해지는 예나의 슬픈 눈동자만이, 혜원을 괴롭히고 있을 뿐이다.


혜원은 눈물을 뚝 뚝 흘리며 가방에서 짐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대체 왜 이러고 있는 건지...


대체 어떻게 감당하려고 지옥같은 길을 벗어나지 않는지 가슴이 답답하다. 




뭐하는 거야? 강혜원 너 대체 어쩌려고!


널 바라보지 않는 예나 곁에서 지난 날 상처 얼마나 반복하려고!


이 멍청한 계집애야! 대체 왜 이러는 거야... 




혜원의 눈물이 거세진다. 


미련하고, 


바보같고, 


대책 없는 마음...


결국 다시 인정하고야 만다. 


자신 안에 아직 예나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몇 번을 부정하며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려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마음은 예나만을 담아두고 있다는 것을. 


차마 잡을 수조차 없는, 다시는 다가설 수 없는 예나를... 


분명하게 사랑하고 있음을. 


그럼에도... 


그럼에도 혜원은, 


유리의 곁에서나마 행복할 수 있다면... 


그런 예나를... 바라만 볼 수 있다면, 생각한다.


그리고 그 뜨거운 여름이 지났을 때,


혜원은 어릴 적 예나의 말처럼 아이즈원이란 이름으로 예나의 곁에 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