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녀랑 어정쩡하게 끝나서 그냥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서 같이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다시 시도해도 되는건지, 아님 어장이었던건지.




우선은 내가 먼저 연락처 묻고 연락하기 시작했어. 난 24, 걘 20.
연락을 하면서 느낀 건, 일단 20살답게 귀여운 면도 있으면서 가끔은 어른스러운 모습도 보여서 참 매력있었어.
아직 만나기도 전에 연락만 하는건데도 썸녀는 날 굉장히 좋아해주더라고.


처음 약속 잡고 만난 날, 같이 저녁 먹는데 분위기가 엄청 좋았어. 어쩌다보니 옆테이블에서 내 친구들도 밥을 먹고 있어서 나랑 썸녀를 지켜봤다는데 오늘 처음 만난게 아니라 이미 사귀고 있는 사이인 줄 알았데. 그 여자애 표정이랑 반응이 너무 좋아서.
원래는 썸녀가 약속 시간에 늦어서 밥을 사겠다고 했어. 근데 솔직히 24살 먹고 어떻게 20살한테 밥 얻어먹겠냐. 그냥 내가 샀더니 걔가 "내가 사려고 했는데 왜 오빠가 사" 하면서 심통 부리더라.
그래서 장난으로 2차는 니가 술 사라 했더니 좋다고 하는거야. 근데 걔가 그 전날 새벽 4시까지 술 먹었었는데 오늘도 같이 술을 먹겠다길래 '얘가 진짜 내가 마음에 드나보다' 생각했지.

술 마시면서도 참 좋았어. 재밌는 얘기도 많이 하고, 걔도 계속 내 칭찬 많이 해주고. 둘 다 술을 꽤 먹었어.
난 정말 썸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술값도 내가 계산하고 나왔어.
나한테 왜 또 오빠가 계산했냐고 하길래 "너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라고 말했더니 "오빠 오늘 완벽했고, 나도 오빠한테 잘 보이고 싶었는데 왜 나한테는 기회를 안 줘?" 하더라. 난 거기서 정말 걔한테 푹 빠졌어.
아무튼 술 먹고 이제 걔 기숙사 데려주려는데 막상 기숙사 근처 도착하니까 너무 아쉬운거야. 둘 다 한 20분 동안 그 주위만 뱅뱅 돌다 들여보냈어.


그러고 이틀 뒤, 바로 또 약속을 잡고 만났어. 오늘은 걔가 다 사겠다고 하더라고. 영화, 술까지 걔가 다 샀어.
중간 얘기들은 그냥 다 뺄게. 너무 길어지니까. 다만, 중요한건 얘도 계속 나한테 너무 마음에 든다고 표현을 했었어.
썸녀 기숙사에 데려다주는 길에, 내가 아직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만 내가 먼저 팔짱을 꼈어. 처음에는 "뭐야, 너무 작업 거는거 아니야?" 라고 장난스럽게 웃다가 바로 "오빠 나 이런거 처음이라 천천히 했으면 좋겠어" 하더라고.

나도 얘랑 워낙 잘 맞다보니까 20살 입장에서 생각을 못 한거야. 24살 남자가 갑자기, 사귀기도 전에, 썸탄지 일주일밖에 안 되고 두 번밖에 안 만난 오빠가 그러면 좀... 겁도 나고 기분도 안 좋을거야. 나같아도 그러겠더라고. 그래서 바로 팔 빼고 "니가 너무 좋아서 그랬어." 라고 말은 했는데... 잘 모르겠어.
그래서 기숙사까지 데려다주고 잘 보내줬는데, 연락이 이제 점점 느려지더라고.
새벽 2시까지 카톡하다가 그 다음날 오후 4시가 되서 답장이 오고... 걔가 평소에도 휴대폰을 잘 안 해서 연락이 칼답 이런건 아니긴 했어. 근데 이건 좀 심하더라고. 난 그때 뭐가 문젠지 몰랐지. 나는 계속 연락을 잘 해보려고 하는데 썸녀는 이제 답장이 드문드문, 예전처럼 그런 열기는 없이 그냥 정말 답장만 하는 수준.
그러니 나는 당연히 속이 타지. 갑자기 이렇게 돌변해버렸으니까.


그러다가 내가 먼저 보자고 약속을 잡으려고 했어. 그런데 좀 이상한 핑계를 대면서 안 될것 같다고 하는거야. 그래서 내가 한 번더 '그럼 oo일에 보자' 했더니 갑자기 카톡이 끊기더니, 24시간 뒤에 '왜 하필 oo이야ㅜㅜㅜ' 라고 오더라. 그때 느꼈지. 이제 얘는 나한테 호감이 없구나. 그래서 나도 그냥 어영부영 답장만 하다가 잘 지내라고 하면서 연락을 끊었어. 오늘로 일주일 지났네.

근데 난 아직도 얘가 좋아. 그래서 잘 해보고 싶어. 너네가 보기엔 어떤거 같냐.
얘가 단순히 어장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실수를 해서 그 점에 실망해서 이렇게 된 걸까.
이 상황이 후자라면 다시 연락 해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