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부터 본 일게이를 위한 앞에 글 링크

1장 링크

[출처고은을 풍자한 이문열의 '사로잡한 악령'의 전문을 읽어 보자 part 1

[링크] http://www.ilbe.com/10381309150


2장 링크

[출처고은을 풍자한 이문열의 '사로잡한 악령'의 전문을 읽어 보자 part 2
[링크]
https://www.ilbe.com/10381524664

 

 

 

 

이제 마지막 편이다나도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될 줄 몰랐다.

기다려준 게이들 고맙다

처음에 글이 짤게에 묻혀버린 줄 알고내가 시간 들여서 괜한 짓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었는데 

다행이 읽어주는 게이들이 많네

읽어줘서 정말 고맙다.

 

 

 

아래는 남은 56장과 직간접적으로 관계있는 사진들이다.


   


고은김대중.jpg

슨상과 함께




김대중고은.jpg


슨상 뒤에 2015번이 고은일거야 

 

 

 

 


80년대.jpg

 

80년대 (87년 같다서울 시청앞그때는 좌파도 태극기를 들었네.

 

 

 



문익환황석영.jpg

소설에 문익환황석영도 익명으로 잠시 언급된다누가 김일성 주석을 먼저 만날것이냐 경쟁이 있었고고은이 첫 스타트를 끊고 싶었지만 소설의 표현을 빌자면 재빠른 한 늙은 목사와 또다른 젊은 작가에게 선수를 빼앗겼다”.

 

 

소설에 나오는 고은의 자서전은 아마도 고은이라는 책일 거야지금도 파는지는 모르겠다.

 

혹시나 잘 모르는 게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소설에 나오는 '미당'은 시인 서정주다.

 

 

 




남은 5장과 6장이다.


 

5.

어떤 악은 제 키를 가리고 남을 면죄부를 찾아 완숙해진다 완숙한 악은 자신에 의해서가 아니면 파괴되지도 절멸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상다방은 그럴수록 더 치열하게 파괴와 절멸의 의지를 불태운다 .
미국에서 돌아온 나는 새로운 열정으로 그의 악을 파헤치고 추적했다 이념의 탈로 용케 감추어 왔지만 찾아보면 어딘가에서는 그의 악이 튀어나올 것도 같았다 그렇지만 아직은 일렀다 이미 말했듯 나는 그가 몸담은 세계와 제법 깊은 거래가 있었으나 자질구레한 험구뿐 용서받을 수 없는 악업은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의 동지들이 그에 대한 보호막을 거둘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형식상이건 표현적 (表現的 )이건 자유선거에 의한 문민정권이 들어섬으로써 군사정권 타도란 가장 공감대가 넓었던 구호가 효험을 잃고 잇따른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으로 지각한 이데올로기만 남자 그는 쓰고 있던 탈을 스스로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이제 완숙한 그의 악은 보호막을 면죄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
그는 먼저 투사로서 저항시인으로서의 탈을 벗어버렸다 불편하기만 하고 실속 없는 이데올로기의 탈도 벗어던졌다 그 둘은 동전의 겉과 안 같은 것으로서 그는 특별히 위험스럽고 불리한 이데올로기를 품지 않는 한 더는 저항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왔음을 재빨리 감지한 것이다 다만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시인으로서의 탈은 그대로 지녔다 그것은 아직도 한동안은 쓰임새가 있을 탈이었다 .
그가 운동의 중심에서 이탈하는 경향을 보이자 즉각 반응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온건한 비판 수준이었다 .
그는 이념가가 아니었다 수용에서도 전달에서도 과학적인 미래와 주관적인 환상을 혼동하고 미혹을 의식화로 착각했다 그러나 환상은 깨지고 미혹에서는 깨어나기 마련   그에게는 엄혹한 자아비판과 이념적 단련이 필요하다 .’
그는 문학운동을 현실정치에 지나치게 접근시켰다 우리 운동의 목적이 제도권의 야당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었건만 그는 지난 선거에서 자신을 그 진영의 한낱 연설문 작성자로 투척하고 그 좌절을 운동의 좌절과 동일시했다 .’
이념가가 반드시 도덕군자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도자로서의 윤리적 책무가 있다 그런데 그는 아직 부르주아의 퇴폐와 악습을 청산하지 못했다 .’
어쩌면 그가 운동권의 중심에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을 때는 미루었던 비판이 그때에야 터져나온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런 비판의 시작은 때를 기다리던 다른 편의 비판자들을 자유롭게 해주어 그때까지만 해도 저희끼리 수군거리던 혐의가 공격적인 비난의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순수문학적인 입장의 비난이었다 .
그는 우리 시단의 젊은이들에게 나쁜 본보기를 남겼다 그의 시는 애초부터 홀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시가 못되었다 처음 그의 시는 특이한 출신과 연출된 기행 (奇行 ), 천재 흉내 그리고 개인적 친분 같은 것들의 부축을 받아 실제 이상의 평가를 획득했으나 오래 지속될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가 숨어든 것이 이데올로기의 광휘와 집단적 옹호의 우산 밑이었다 과연 그런 그의 결정은 현명한 것이었고 성과도 눈부셨다 선택의 시기는 절묘했고 방식도 극히 효율적이었다 어쨌든 그는 자신의 시를 훌륭히 지켜냈고 그 이상 동시대의 비판과 험구뿐만 아니라 세월조차 찍어넘기기 힘든 거목으로 키워내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이다 그를 본보기로 출발한 다수의 설익은 영혼들이다 예외는 언제나 한 번 뿐이고 특히 뒤따라간 다수에게는 반복되지 않는다 그 불행한 다수를 어쩔 것이랴 …….’
그러다가 그의 이탈이 확실해지면서 그가 몸담아 있던 집단 쪽에서 먼저 원색적인 비난들이 터져나왔다 그 동안 싸고 덮고 해서 감춰 오던 그의 악업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여기에 옮겨 적는 것은 품위 없는 짓일뿐더러 온동하지도 않아 보인다 그중에는 조작된 인신공격도 있고 뜬소문에 바탕한 허구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천박한 악의에 들뜨지 않고 조리 있게 진술된 것으로 여겨지는 몇 가지만 옮겨 보기로 하자 .
그는 어쩌면 열사 (烈士 의사 (義士 )의 이름으로 타죽고 떨어져 죽은 아이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지 모른다 자살이 하나의 강력한 의사표시 수단이란 것은 인정되지만 정치투쟁에서의 특히 혁명투쟁에서의 저항 수단으로 지난  80 년대의 우리에게서처럼 흔하게 쓰인 예는 드물다 왜냐하면 죽음을 각오한 전사의 투쟁효율성을 무시한 일방적인 소모였기 때문이다 러시아 니힐리스트들의 자살은 적에 대한 유효하고 적극적인 공격 수단이었지 소극적인 항변이나 우리편의 정서에 호소하는 선동 수단은 아니었다 특히 분신자살은  60 년대 월남 승려 집단에게서를 빼면 정치적인 투쟁수단으로서의 예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그런데도  80 년대 우리 사회에서 어떤 매니아 [熱 ]를 느끼게 할 만큼 분신과 투신이 흔했던 것은 그의 불교적 허무주의 그리고 미혹의 언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
‘80 년대 우리 운동에서 어두운 특징을 이루는 성적 (性的 결속에 대해서도 그는 상당 부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어떠한 운동 어떠한 집단에서건 남녀간의 감정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공적인 운동은 이념의 도덕성 확보를 위해 그 부분은 계율이나 강령으로 묶어 두고 엄격하게 통제한다 그런데도 우리에게는 그러한 통제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즐기고 이용한 사례까지 있다 엄숙한 이념가들은 발끈할 것이나 그러한 사례는 오늘날의 시시껍적한 후일담 문학 몇 편만 읽어도 금세 확인되고 공단 (工團 )의 자취방 동네에서는 아직도 참혹한 전설로 떠돈다 사이비 종교의 피가름과도 같은 혼혈 의식 으레껏 소주로 시작되고 일쑤 혼음난무 (混淫亂舞 )로 끝나는 결속 의식 (儀  그런 것들을 적들의 모함으로만 자신 있게 되받아칠 수 있을 것인가 이성에 인도된 이념의 결속력 특히 신분이나 외모 지성 따위가 우월한 이성에 이끌린 맹목적 운동력을 냉정히 거부할 수 있었던 지도층이 몇이나 될 것인가 지도부의 그같은 부주의도 책임의 일단은 그에게로 이어진다 그가 주창한  ’전사 (戰士 )와 더불어 를 바판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지도부는 이념의 제공과 지도라는 원래의 위상 대신 좀 늙었지만 인간적인 선배 혹은 고참의 자리로 내려 앉았다 그리고 거리 없이 어울려 마시고 떠드는 사이에 탐미적라기보다는 속된 탐락주의에 가까운 그의 무절제한 행실은 일부 운동권에 그같이 투영되어 버린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
몇몇 소영웅을 만든 대가로 운동권의 입지를 결정적으로 좁혀놓은  80 년대 후반의 무분별한 방북열 (訪北熱 )도 그에게 문의할 바가 있을 것이다 그는 그때 누가 가장 먼저 북한에 가고 가장 먼저 김일성 주석을 만날 것이냐에 소아적인 공명심을 발동하여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였다 그보다 재빠른 한 늙은 목사와 또다른 젊은 작가에게 선수를 빼앗겨 그가 서운하게 방북을 포기하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그 경쟁의 열기는 아무런 여과 없이 학생들에게 전해져 운동의 전위를 엉뚱한 방향으로 오도했다 그 요란스럽기만 하고 실속 없는 방북을 위한 우리 역량의 소모를 산출해 보라 더구나 다른 이들은 그들의 허영심 또는 소영웅주의에 합당한 대가를 치렀지만 그에게는 책임의 문의조차 없었다 .’
얼핏 들으면 지극히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비판으로 들려 구체적인 그의 악성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같은 비난들이 정말로 근거 있는 것이라면 거기서 그의 악성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 80 년대 거리를 내달렸던 그 젊고 순수한 정신들과 그들이 치러야 했던 희생과 고통을 떠올려 보면 그들 뒤에 숨어 있는 그같은 존재는 그대로 섬뜩한 악령일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나는 그런 그의 악에 대해 파괴와 절멸의 의지를 불태웠다 .
 
 
 
 
6
완숙할 대로 완숙하고 번성할 대로 번성해 이제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게 된 악과 대면할 때 우리는 그 무력감 혹은 절망감을 일쑤 축원의 형태로 바꾸어 내뱉는다 속된 말로  “잘먹고 잘살아라 ” 쯤이 되는 그 축원은 그러나 실은 가장 가혹한 저주이다 너는 네 악 속에서 영원히 번성해라 구원받을 수 없는 네 악 속에서 영원히 갇혀 있어라 는 .
민중과 저항의 보호막을 벗어던진 뒤에도 그의 번성은 계속됐다 이미 말한 대로 이제 그를 다체게 할 칼은 없어 보였다 그는 자랄 대로 자라 세상의 톱과 칼로는 잘라낼 수 없는 나무와도 같았다 그도 그걸 잘 아는 듯 느긋함과 여유로 자신의 수확을 즐겼다 .
그가 거짓과 허영 위선과 뻔뻔스러움의 완결판과도 같은 자신의 자서전을 예순도 안된 나이에 여봐란 듯이 연재하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일종의 자신감에서였을 것이다 그는 어떤 일간지의 지면을 빌어 매일 원고지 열 매가 넘는 박스로 자신의 자서전을 연재했는데 나는 물론 그 주의 깊은 독자가 되었다 .
어린 시절은 가계의 윤색 외에 자신의 천재성을 암시하는 데 대부분이 할애되고 있었다 십대는 뒷날의 박학함에 바탕이 될 향학의 열정으로 시작해 구도 (求道 )의 열정으로 끝났다 이십대는 구도의 열정으로 시작해 곧 교유록이 펼쳐지는데 짐작대로 이미 십여 년 전에 돌아가신 내 은사는 그의 죽마지우처럼 그려지고 있었다 어떻게 그의 출입을 허용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마는 내 은사와 같은 많은  60 년대의 명사들이 그의 손 안에서 놀고 있었다 .
일 년 남짓 걸려 거기까지 읽어갈 때만 해도 나는 여전히 파괴와 절멸의 열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 거짓과 위선은 폭로되어야 하고 이 허영과 뻔뻔스러움은 벌받아야 한다 이 악은 파괴되고 절멸되어야 한다 …….
그런데 다음 일 년이 다해 갈 무렵부터 나는 차츰 그 열정에 지치고 절망적이 되어 갔다 얘기는 이제 겨우  60 년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는데 화려한 교유록 사이사이에 끼어들던 구도의 열정은 이제 처절한 고뇌와 몸부림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내가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연도를 맞추어 보니 그가 가장 파렴치한 짓거리로 이땅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닐 무렵이었다 그의 악업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것들이 실은 처절한 구도의 고뇌를 앓는 과정에 저질러진 일종의 위악 (僞惡 )임을 암시하려는 듯했다 이제 이 거짓은 파괴될 수 없다 누구도 이 악을 절멸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
그러다가 그 절망감과 무력감은 마침내 그의 악에 대한 엉뚱한 축원으로 변해 갔다 이 악을 지울 수 있는 길은 이 세상에 없다 그의 죄가 탕감받을 수 있는 벌은 없다 있다면 오직 하나 그가 자신의 악 속에서 영원히 번성하는 것이다 자신의 악 속에 영원히 갇히는 일이다 너는 너의 악 속에서 영원하라 …….
그런데 그 축원의 마음을 다시 알 수 없는 조바심으로 바꾸어 놓은 것은 이 봄에 만난 어느 원로 평론가였다 그 평론가는 그와 고향이 같고 연배가 비슷한데도 그의 시에 대해서는 한번도 제대로 언급한 적이 없는 걸로 진작부터 내 주의를 끌고 있었다 그 평론가가 귀찮은 송사 (訟事 )에 걸려 이제는 문인변호사처럼 된 나의 사무실을 찾아오자 나는 성의껏 그 일을 처리해 준 뒤에 넌지시 그 까닭을 물어 보았다 .
나도 몇 번 써주려고 해보았소만 도무지 쓸 수가 없었소 일껀 마음을 내어 시작했다가도 한 편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걸리는 게 있어 어떻게 해볼 수가 있어야지 .”
그게 뭔데요 ?”
글세 얄팍한 속임수랄까 거짓이랄까 뭐 그런 것인데  …… 옳지 미당의 시와 비교하면 설명이 쉽겠군 미당도 그처럼 거지고 광대지 속임수도 쓰고 그런데 말이오 미당의 시를 읽으면 그 영감이 장난을 치거나 속임수를 쓴 것에도 그중에 한 줄은 반드시 미당이 아니면 못해내는 진짜 시가 있단 말이오 그런데 그 사람은 그 정반대요 정색을 하고 진지하게 쓴 것도 읽다 보면 참지 못할 속임수나 거짓이 끼어 있단 말이야 나나 저나 나이 먹고 점잖아진 처지에 나쁘게 말할 수도 없고  …… 그렇다고 마음에 없는 말로 들러리 서기도 싫고 그래서 일껀 그 사람의 시집을 빼들었다가도 일을 손을 못대고 다시 꽂게 되고 말아요 말이 났으니까 하는 소린데 시집 후기 (後記 )까지 그래요 그 사람의 시집은 내게 여러 판이 있는데 판마다 후기가 달라진단 말이야 초판에는 아무개 선생님이라고 깎듯이 경의를 표했던 사람이 재판에는 아무개씨가 되고 삼판이 되면 아예 존칭이 날아가 버리는 식으로 .”
그럼 그 거짓이나 속임수만 빼면 그도 좋은 시인이 될 수 있습니까 ?”
될 수 있지 그저 좋은 시인이 아니라 아주 빼어난 시인이 하지만   그게 잘 될까  …….”
그리고 그 원로 평론가는 그게 왜 어려운가를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그러나 그때 내게는 이미 그 뒷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도 좋은 시인이 아주 빼어난 시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준 충격 때문이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삼십 년을 불태워 온 내 음험한 원한은 어찌되는가 .
안돼 너는 네 악 속에서 그대로 번성해야 돼  그 평론가가 돌아간 뒤 나는 표독스런 저주라도 퍼붓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때부터 마음이 까닭 없이 불길한 예감으로 초조해지기 시작하더니 오래 안 가 필연적으로 맞아야 할 불행을 앞둔 듯한 조바심으로 변했다 땡초였건 아니었건 그가 출발한 곳은 자력구원 (自力救援 )의 원리에 바탕한 신앙이다 백정도 칼을 버리면 부처가 되는 것 어제까지의 악도 한 순간의 깨달음으로 지선 (至善 )의 길에 들 수 있다 만약 그가 그렇게 한다면 그가 어느 날 아침 크게 깨달아 자신의 악업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산으로 돌아가 버린다면 그는 다만 해탈의 길을 찾아 관능의 심연을 몸소 가로지르고 악의 실체를 우회 없이 관통해 온 것에 지나지 않았다면  …….
그리고   오늘이다 오늘 낮 시내 중심가에 있는 어떤 호텔에서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이었다 사무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걸어서 돌아가던 나는 역시 부근에 있는 이름난 백화점 앞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저만치 그 백화점 지하 주차장 입구 근처에 서 있는 그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
그새 얻은 남매인 듯 그 곁에는 아홉 살쯤 되어 보이는 잘생긴 남자 아이와 그보다 두엇 어려 보이는 귀여운 여자아이가 붙어 서 있었다 발아래 백화점 마크가 찍힌 비닐봉지가 불룩 불룩 세 개나 놓여 있는 게 가족들과 쇼핑이라도 나온 듯했다 그는 남매와 번갈아 무슨 말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그 분위기가 그렇게 따스하고 포근할 수 없었다 주위에는 그들 가족 말고도 여러 사람이 더 있었으나 그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
그때 지하 차고 입구에서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미끄러져 나오더니 그들 앞에 멈춰섰다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느라 미처 차가 나오는 걸 보지 못했던지 클랙슨 소리를 듣고서야 화들짝 놀란 그가 쇼핑백 셋을 두 손에 나눠 들었다 그리고 두 팔을 뻗어 아이들을 품듯 차 곁으로 데려가더니 여전히 쇼핑백을 든 손으로 용케 차문을 열어 아이들을 뒷좌석에 태웠다 .
이어 열린 트렁크에 쇼핑백을 넣은 그가 운전석 옆자리에 앉으며 앞문을 닫지 차가 이내 움직였다 차는 내가 서 있는 곳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좌해전해 대로로 접어들었다 운전석이 내쪽이라 차를 모는 그의 아내를 가까이서 볼 수가 있었는데 듣던 대로 젊고 아름다웠다 그는 이번에는 아내와 뭔가 얘기를 나누느라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
그런데 미처 그가 탄 차가 내 시야에서 사라지기도 전이었다 갑자기 앞서 말한 그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웃음이었다 그가 결코 풀 수도 끊을 수도 없는 사슬에 묶여 다시는 빠져 나올 길 없는 감옥으로 끌려가는 걸 본 느낌 때문이었다 악령은 이제 사로잡혔다 영원히 자신의 악 속에 갇혔다 .
 
(끝 )

 
 
 
 
 

일게이들아 조금 남은 내용이 있다 .
 
글 읽기 수월하기 위해서 앞서 올린 글  part1 에서 도입부를 생략하고 바로  1 장으로 들어갔다고 양해를 구한 적이 있다 그건 아래 내용이다 소설의 시간적 흐름으로는 사실 맨 뒤에 해당한다 맨 나중의 내용을 앞에 도입으로 넣으면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게 하고이러면 소설의 구성이 세련되어진다대신 독자는 처음에 뭔소린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몰입을 살짝 방해하기도 하고마지막을 읽은 후다시 맨 앞을 펼쳐보고 그제서야 도입의 내용이 그소리였구나 하고 깨닫는 불편함도 생기게 된다

소설을 따로 파일로 저장하려는 게이들은 아래의 내용이 1장보다 앞이니 그렇게 갈무리해주길 바란다.

 
 
 

크흐흐으흐 키이히히히 크크 키키 흐흐 히히 ㅎㅎㅎ ……나는 조금 전부터 지금의 내 웃음소리를 어떻게 의성 (擬聲 )해야 될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자음과 모음만으로는 아무래도 틀린 일 같다 다소 낭비적이기는 해도 산문의 서술력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
여러분은 해원 (解怨 )과 허탈 득의와 안도가 악마적인 기쁨 위에 알맞게 조화를 이루며 실려 있는 그런 웃음을 상상해 주기 바란다 색조는   틀림없이 밝은 쪽이지만 그래도 전체로는 음산함이 깔려 있는 그런 배색 (配色 )쯤으로 느끼면 될 듯싶다 .
내게서 그런 웃음을 유발시킨 것은 오늘 낮에 뜻하지 아니하게 맞닥뜨린 어떤 광경 때문이었다 나는 오늘 지난 삼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줄곧 나를 괴롭혀 온 악령이 버얼건 대낮에 그것도 여럿이 빙 둘러서서 보고 있는 가운데서 끽소리 못하고 붙들려 오랏줄에 꽁꽁 묶인 채 그의 영원한 감옥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 도시를 독기로 자우룩하게 만들고 온갖 미혹의 환영을 흩뿌리며 우리의 상처와 상처 사이를 헤집고 다닐 대는 그렇게도 영리하던 악령이 자기가 끌려가는 곳이 어딘 줄도 묻지 않고 오히려 헤헤거리며 앞장서 걷고 있었다 .
이것도 산문 (山門 )에서 말하는 그 인연인가 나는 그가 아홉 발이 넘는 꼬리를 굽 갈라진 발을 묵의 (墨衣 )와 짚신 속에 감추고 조심스레 우리의 도시로 스며들 때를 보았고 이제는 소시민의 때묻은 나사 (羅紗 )옷과 칠피 구두에 영혼이 갇혀 볼품없이 이 도시의 질척한 수렁 속으로 가라앉는 꼴을 본 셈이다 어쨌든 악령은 사라졌다 그토록 오래 영험했던 그의 부적들은 힘을 잃었고 마침내 그는 사로잡혀 영원한 그의 감옥으로 끌려갔다 근래까지도 나는 얼마나 자주 옛적의 엉터리 도통 (道通 이야기들에서처럼 그가 한순간에 수만 길 업화 (業火 )를 치뚫고 느닷없이 거룩한 천상으로 치솟는 상상에 가슴 졸여 왔던가 그러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악령은 자신의 악에 사로잡혔다 이제 그는 영원히 자신이 저지른 악업 속에 갇혔다 .
 

 

 

 

 

 

참고

 

소설은 94년에 쓴 내용이니그 뒤의 일 하나만 더 보자.

 


 

아래 사진은 2001년 김대중과 평양 방문



186.jpg

 

 

 

 

 

 

 

 

 일게이들 다 읽어봤겠지만

얼마전 화제가 된 최영미 시인의 <괴물>도 한번 보고 가자.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PYH20101007.jpg
매년 노벨상 수상 시즌이 되면 기자들이 고은의 집 앞에 진을 친다


 

 

문학적 완성도는 사로잡힌 악령이 최영미의 괴물보다 더 높을 텐데,

이문열은 작품이 분서갱유당해버렸고

최영미는 좀더 유명해졌다.

결국 고은에게 타격을 준 건 이문열이 아니라 최영미인가.

이문열의 힘겨운 싸움보다도 더 강한 파워가 me too라는 게 좀 아이러니다.

 


그러나 다른 악령이 지금도 많이 있겠지.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아래 사진은 내가 갖고 있는 아우와의 만남 세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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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산 것은 왼쪽이고, 오른쪽 두 권은사로잡힌 악령 소설 찾아보려고 나중에 산 책이다. 하나는 인터넷 헌책방으로 주문했다가 정작 배달 온 건 2판이어서 돈만 날린  것, 다른 하나는 발품팔아서 구한 초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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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짜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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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빨들 때문에 저자 서문의 날짜 한 달 사이에 소설의 목록이 달라졌다.




좌빨들 때문에 목숨을 잃은 작품 하나가 우리나라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쉬워서 글을 올렸다.


긴 시간동안 읽어줘서 정말 고맙다일게이들 다들 좋은 주말 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