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이 힘들었구나 "

 

한강 다리의 문구가 전혀 와닿질 않는다.

 

간혹 자전거를 타고 무심하게 건넜던 이 다리에 생을 마감하기 위해 올줄은 몰랐다.

 

 

한강의 물결은 잔잔히 흘렀다.

 

너무 캄캄해 강과 다리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감이 오지도 않는다.

 

 

한참을 강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본다.

 

 

한강 풍경이 이랬구나...

 

이래서 있는 놈들이 한강, 한강 하는 거였구나...

 

 

아버지는 항상 배워야 된다고 했다.

 

무식한 것은 죄가 된다며 배워야 한다고 배우는 것만이 사는 길이라고 했다.

 

 

난 아버지의 뜻대로 열심히 배웠고 대학도 우수한 성적으로 진학할 수 있었지만, 그 해 우리 집은 IMF 사태를 직격탄으로 맞았다.

 

아버지는 빚더미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고 가족은 뿔뿔히 흩어졌다

 

대학의 꿈이 물거품이 된 난 공장에 나가 일을 하게 되었다.

 




 

' 스마트폰은 가지고 올 걸 그랬나...? '

 

죽으러 온 마당에 혹시 부재중 전화는 몇통이나 오고 어떤 카톡이 왔을까 궁금했다.

 

' 그래도 죽는다는 말을 했으니 다들 걱정 정도는 하겠지....? ' 

 

손에 들린 소주의 양을 보았다.

 

반정도 남았다.

 

' 그래 딱 원샷하고 뛰어 내리는거야 '

 

낮동안 그렇게 울어서 그랬을까?

 

이상하게 눈물이 나질 않고 담담하다.

 

 

' 죽는다는 건 어쩌면 별게 아니구나... '

 

 

소주를 들이켰다.

 

생에 마지막 마시는게 소주라니... 내 인생은 끝까지 쓰구나...

 

 

금새 비워버리고 소주병을 한강으로 던졌다.

 

소주병은  처음엔 힘껏 날아가더니 이내 힘없이 그리고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나도 곧 저렇게 떨어지겠지

 

 

다리 난간을 잡고 올라선다.

 

난간은 생각보다 높았다. 좀 처럼 쉽게 올라가지질 않는다.

 

가뜩이나 저질 체력인데 술까지 마셔서 더 힘이 붙질 않는다.

 

몇번이나 시도 했으나 난간 위로 올라서는건 쉽질 않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한강이 아니라 건물 위로 올라가는건데...

 

 

마지막도 이렇게 쓰고, 힘겹고, 우스꽝스럽게 되어버리는 것인가...?

 

 

젖먹던 힘을 다해 위로 올라선다.

 

이제 그대로 뛰어 내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팔의 힘이 없어지고 그대로 난간 위에 머리를 부딪힌다.

 

 

의식이 점점 없어진다.

 

난 강으로 떨어진 것인가.........?

 

 

 

 


 

공장은 2교대였다.

 

핸드폰 공장이었고 일은 쉬웠으나 하루종일 서서 일하다보니 다리도 아프고 특히 허리가 많이 아팠다.

 

나야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이 되어있던 터라 버틸만 했으나 나와 같이 일을 시작한 다른 사람들은 허리, 다리, 허벅지, 발바닥등의 통증을 호소하면서 한달도 안되서 그만 두었다.

 

나와 같은 룸메이트는 1살 많은 형이었다.

 

내가 야간할땐 주간 근무를 하고 내가 주간을 할땐 야간 근무를 해서 서로 잘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냥 이름이 이ㅇㅇ 이라는 정도만 알았다.

 

 

쉴때면 휴게소에서 라디오를 들었다.

 

딱히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도 하고 싶은 말도 없었다.

 

음악도 대중가요가 아닌 그냥 FM 95.x 라디오를 들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그게 궁금했다.

 

 

" 맨날 이어폰만 꼽고 있어 "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한 그는 외향적인 성격에 두루 많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속된 말로 인싸 인 영철형이었다.

 

 

" 싸부는 요즘도 주식해? "

 

싸부?

 

주식?

 

 

" 네? 싸부가 누구에요? "

 

" 야 넌 니 룸메 별명도 몰라? 우리 주식 싸부 잖아 "

 

 

룸메가 주식을 한다는 건 처음 듣는 소리였다. 뭐 나눈 이야기가 없으니 그것도 그럴만 하지만.....

 

 

" 친하질 않아서... "

 

 

" .....그래서 말인데 니가 좀 물어봐 주면 안되냐? " 

  

" 네? 뭘요? "

 

" 그냥 요즘은 뭘 사면 되는지 그것 좀.....  이 새끼가 요즘은 알려주질 않아요. "

 

 

무슨 말인지 몰랐다.

 

뭘 사야 하는지 물어봐 달라고?

 

주식은 물건 같은 것인가?

 

 

쉬는 시간이 끝나는 음악이 들리고 난 짧게 알았다는 말을 남긴채 일터로 향했다.

 

 

 



 

깨어난 곳은 병원이었다.

 

손엔 링거가 꽂혀 있었고 이불이 대충 덮혀져 있었다.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봤다.

 

응급실 풍경은 드라마에서 나오는 모습과 많이 달랐다.

 

새벽이라 그런가....

 

모두 조용하고 내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간호사를 한참 쳐다 봤다.

 

하지만 간호사는 내 인기척에도 날 보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 적고만 있는다.

 

 

술이 어느정도 깨자 아까 그토록 담담했던 눈에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난 한참을 배개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 1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