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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자라서 그런진 말을 어리버리 하게하는 특징이 있어서 어려서부터 싸움에 자주 휘말리곤 했다.

초딩때 3년간 태권도학원 다닌거랑 집밖에서 노는걸 좋아해서 운동신경은 좋았다. 

하지만 누가 내 뒤를 봐준다는 그런 느낌이 없어서 누구한테 먼저 싸움을 걸거나 싸움하는걸 결코 좋아하지 않았어.

깡이 없었지. 어쩔 수 없이 일년에 몇번꼴로 꼭 싸우게 되는 일이 발생하더라. 

비슷한 조건(50명 중 5~10등)의 애들이랑 싸우면 내가 이기는 편이었고, 패거리나 어떤 뒷배경이 있거나 소문이 있던 애들이랑 붙게될때는

쫄아서 주먹조차 뻗지못하고 맞곤 했었다.(그런일이 많지는 않지만 2~3번이더라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여기까지가 중학교때까지임.


중3때 몇차례 가출했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는데 학교가 대전에있는 사립고였어. 그 학교엔 기숙사가 있었는데 부모님은 내가 무슨짓을 벌일지몰라

고등학교는 그학교 기숙사에 쳐 넣어버렸다. 기숙사는 한학년 400명중 1학년20명, 2학년30, 3학년 50명만 받았다. 


고등학교 올라가기 전의 긴 겨울방학동안 난 진심으로 다짐했다.

지금까지처럼 싸움에 휘말리지 않게 해달라고.....

정말 싸움이 싫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정말 조신하게 지냈다. 기숙사생은 나빼고 모두 시골에서 선발된 장학생들이었어. 아버지빽으로 기숙사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워서 들키고 싶지 않았다. 내 아버지가 그 학교 선생인 사실이랑 함께 말야. 

대체적으로 공부만하던 애들사이에 끼어있으니 나도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되었어.

교실에서도, 학기초의 열정으로 키가 작진않았지만 수업을 잘 들으려고 앞자리에 앉았고, 주위의 작은 꼬맹이 친구들과 사귀게 되었어.

서울에서 온 나에게 친구들은 호감으로 대해주었어. 

아버지가 교사라는 사실과 그로인해 기숙사에서 지낸다는 약간의 특혜에대한 죄책감을 제외하고는 꽤 만족스러운 고딩생활의 시작이었지.




그러나 그생활은 1주일을 채 보내기전에 산산조각났다.

토요일이었어. 3교시가 끝나고 쉬는시간에 교실뒤에서 장난감 쥐를 갖고 놀고 있는 아이가 있었어.

펌프를 누르면 쥐가 앞으로 달려가는 그런류의 장난감.

많이 보던거였지만 한번도 갖고 놀아본적이 없어서 한번 어떤구조인가 보려고 나도 만져보자고 해봤어.

아직 반친구 얼굴을 다  익히지도 못하던 때였거든. 난 이친구를 교실에서 자주 봐서 우리반인줄 착각했어.

한번 달라고 하는데, 싫다고 딱 거절을 하더라.

여기와서 그때까지 한번도 거절당한적이 없었는데 황당하더라. 그래서 반장난끼 섞어서 한번 더 달라고 졸라보는데

난데없이 주먹이 날라와서 내턱이 돌아갔다.

난 다른 아무생각도 없이, 조건반사적으로 그아이한테 몸과함께 주먹을 날렸어.

걘 바닥에 넘어지고, 자연스레 내가 올라타는 자세가 되어 서로 주먹을 주고받았다.

순식간에 얘들이 몰려서 싸움을 말리는 바람에 서로가 몇미터 거리로 떨어졌는데, 걔가 책상,의자 막 던지더라

나도 여유가 생겨서 걔가 하는 그대로 던짐. 

그러는 사이에 다른반에서까지 쌈구경하러 몰려들었다. 교실이랑 복도가 꽉 참.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상적인 싸움이 되지 않자, 걔가 화장실로 옮겨서 계속 싸우자고함. 난 싸우기 싫었다. 사람들이 몰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새끼가 어떻게든 싸움을 끝까지 이어가려고 하는 바람에 그대로 응수는 해줌.

우리반이 1반이라 바로옆이 화장실이었어. 화장실쪽으로 이동하긴 했는데 여전히 구경하는 애들로 가득차서 싸우기는 애매했다. 

서로 한손으론 목덜미쪽 붙들고 얼굴쪽에 주먹날리곤 했는데 둘 다 정타는 못날리고 있는 상황이었음.

그때 우리아버지 자취방 근처에서 헬스장 운영하던 체육교사가 출동했다. 홍해 갈리듯 구경하던 애들사이로 체육교사가 와서

우리둘 갈라놓고 한대씩 쥐어박으려고 하던 찰라에 내얼굴 인식하고 상담실로 끌고감.


이걸로 싸움은 종결 되었다.

상담실에서 담임한테 몇대맞고 싸운놈이랑 마지막 수업시간에 반성문 쓰고 있었다. 난 아까 언급했던 싸움않기로한 내 다짐이 깨져서

울기도 했다. 담임은 수업때문에 자리를 비우고 상담실엔 둘만 남았는데, 이새끼가 자기 어느중 짱출신이라면서 어디서 놀던 놈이냐고 묻더라.

대꾸 안했다. 자기가 rh-의 희귀혈액형이라더라. 나한테 맞고난 얼굴 흉터에서난 핏자국 가리키면서 병원같이가자고 하더라. 병원간다는 핑계대고

싸움 결판짓자고.....무서웠는데, 이새끼한테 쫀게아니라 스스로의 원칙을 어긴것에대해 슬퍼하는 느낌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누가 들어와서 다시 반성문쓰는 자세로 얼굴 바닥에 쳐박았다.  

그 교사는 허리부들부들거리는 운동기구로 올라가서 태연스럽게 돌리더라. 얼굴 들어서 누군가 확인했더니 아버지임.

아버지는 내얼굴 확인했지만 아무말 안걸고 운동기구 좀 더 하다가 나가심.


..............


다음주 되서 반친구들이랑 얘기하게 되는데, 모두들 걔가 누군지 알고 있었어. 꽤 유명한 놈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교실에서 달라진건 없었다. 다만 싸운그애는 이후로 우리교실에 오지 않았고 오가면서 마주칠때 서로 모른채했다.




그로부터 한달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날도 토요일이었는데 첫교시 국어수업이었어. 수업시간에 쪽지시험을 볼 예정이었어. 채점은 내 옆에 뒤에앉은 애가 내껄하고, 난 그애껄 하는 거였지.

그날은 시험준비가 덜 되어있어서 그친구한테 미리 부탁했어. 왠만하면 맞게 해달라고. 나도 왠만하면 맞게해준다고..기브엔테이크.

기준점수 이하면 그 선생이 얘들 앞에 불러다가 때리거나 치욕주는걸로 유명했거든. 

시험보고 채점할때 난 약속데로 이친구꺼 왠만하면 다 맞게 해줬어. 하지만 얘는 아니었지. 맞게쓴거, 맞다고 해줘도 될만한것까지 다 틀리게 채점한거야.

그 결과 그 쪽지시험 기준점 미달은 물론이거니와, 반에서 꼴찌하게됨.

교사는 기준점미달인애들 교탁위로 불러서 손바닥 틀린점수대로 때렸는데, 내차례에서 특별대우를 해줌.

넌 안되겠다면서 꼴찌라면서 엉덩이를 빠따로 내리침. 갖은 모욕다 당하고...

그렇게 맞고서, 제자리 앉아서 쪽지시험 답풀이할때 내가 쓴 답들 선생한테 맞게해도 되는거 아니냐고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그정도는 맞게해도 되는데.....그러더라

제대로만 채점했어도 그렇게 치욕당하고 몰매맞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던거야.

수업시간내내 부글부글 끓더라. 이대로 그냥 지나면 내가 병신호구 아닌가?? 수업끝날때 어떻게 할지 머릿속에 그려서 계속 되풀이 했다.

걔가 안경잡이니까 안경부터 내가 벗겨서 이래이래 때리면 되겠다고...

선생이 나가고 난 일어나서 그애앞으로 갔어. 얘도 키는 컷지만 공부좀 하려고 앞에 앉는 애였어.

검은뿔테안경을 쓰고있던 눈이 작은 아이. 그애 앞에간 나는 아무말 없이 안경을 벗겨서 옆책상에 놓고

싸대기를 날렸어. 주먹이아니라 손바닥으로. 앉은 아이 뺨을 오른손으로 한대치고, 왼손으로 다시 한대치고, 오른손으로 한대치고...

일어나더라. 반격할까봐 긴장했는데, 그대로 서서 맞더라. 계속 오른손왼손으로 때렸지. 대략 20대정도 때렸던거 같다.

다른 반친구들은 말리지도 않고, 뭔가 얼어있었던거 같다. 어떤 저항도 없었기때문에 20대까지 계속가는데, 그때 나도 어디에서 멈춰야할지 몰랐던거 같음.


다음시간 교련이었는데 실내수업이었다. 손이 수업하는 내내 떨리더라. 진정시키느라 애먹었다.


이날 느꼈다. 싸움은 선빵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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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얼마지난 야간자율학습 시간.


우리반에도 까불거리면서 양아치짓 하는 패거리 얘들이 있었다. 당연히 뒷자리에 있었기때문에 그때까지 나랑 엮일일은 거의 없었다.


그날 야자시간에 그 뒤에서 놀던애중 한 넘이 완전 통제불가상태에 있었다. 반장말도 안듣고 혼자 무슨 병신짓하면서 다른애들 집중을 방해했다.

나도 앞자리에서 참다참다 좀 조용히해줄 수 없냐고 완곡체로 부탁했다. 말 씹고 자기 하던거 계속 하더라.

'이거 뭐지? 난 매너있게 부탁했는데.....' 괜히 용기내서 한마디하고 주위애들한텐 존나 쪽팔렸다.


야자 3교시중 2교시 끝났을때였다. 따라오라고 했다. 4층에서 1층 아무도 안오는 곳으로 끌고가서 멱살쥐고 '죽고싶냐?~어쩌고저쩌고' 이랬다.

싸우면 내가 이길만한 놈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놈도 나름 논다고 뱃짱부리던 애여서 어떻게나올지몰라 상당히 긴장하면서 블러핑해봤던 거였다.

의외로 간단하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아냈다. 바로 미안하다더라. 

그말에 안도해서 나도 훈훈하게 다독이면서 앞으로 잘지내자고 마무리 지었다.


여기서 난 나에게도 뭔가 사람을 쫄게만드는 아우라 비슷한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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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복을 깜박잊고 와서 옆반 기숙사 친구한테 빌리러 옆반에 들어가서 친구를 찾았다. 뒷쪽에서 누가 '딴반새끼 꺼져~블라브라' 이러더라. 누구인지는 확인 못했다. 다른반 상황을 모르기때문에 일단 쫄아서, 친구발견했을때 같이 나왔다. 그리고 나한테 뭐라그런얘가 누구인지 물어보았다.


우리반애중에 광역으로 노는 애한테가서 그애(옆반소리지른애)에대하 물었더니 별거 아니라더라. 만약을 위해 내 뒤좀 봐주라고 부탁했다.

점심시간에 옆반교실문 열어서 그애이름 크게 부르고 따라오라고 했다.  뒷자리에서 지 친구들이랑 놀다가 '뭐야 씨발놈이?'하는 표정으로 내뒤를 따라왔다.

내옆에 뒤봐달랬던 우리반 친구가 붙고, 그 뒤에 그새끼와 그새끼친구들 두세명. 그리고 그뒤로 우리반과 옆반애들 뒤섞여서 구경하려고 복도 메우고 따라 붙었다. 1학년 교실이 4층이고 바로 위가 옥상이다. 옥상문은 잠겨 있고, 옥상으로 가는 계단참의 공간에서 싸우려고 올라가고 있었다.

내가 앞장서서 옥상으로 향했다. 온갖생각들이 다 들더라. 어떻게 싸울까.....어쨋든 선빵이 답이였다.....

옥상문이 보이고 더이상 갈 수 없는 길목에서 뒤로 돌아 기습펀치를 날리고 몸으로 붙었다. 이새끼가 생각보다 너무 힘이 없더라.

내가 힘주는데로 휙휙쓰러져 자빠진다. 

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논다는 애들중에는 생각보다 힘이 없는애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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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때는 미술부에 들어갔다. 


대부분 미술실에서 지냈기때문에 싸우고할 일은 없었다.


다만 미술부중 반친구가 있었는데, 우리반 다른아이와 싸움이 붙었다.

싸움하는 상대아이는 태권도를 계속 배우고 있다는 애였는데,

싸움을 하진 않지만 풍기는 느낌이 중하위권의 아우라였어.


아무튼 같은부아이가 운동하는 애랑 싸움붙게되니까 중재하지 않을 수 없자나?


그런건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언급할 거리도 안되는데 이시기엔 크게 기억할만한 사건이 없어서


2학기 말에 미술부는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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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2학기 옆반양아치 때린거 이후로 3학년 초까지

긴장하면서 싸울만큼 큰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부분 노는 애들은 직업반으로 나뉘면서 학교에서 아예 사라졌기때문이지.


싸움을 해도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 애들 일방적으로 때리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그때마다 충분한 이유가 있었지만, 일방적인 폭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나에게 문제도 많았던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니들이 묘사하는 평소에 애들 괴롭히는 그런 일진의 행동을 한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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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1학기 중반까지는 아무 문제거리가 없었다

난 자리를 앞에앉았다 뒤로갔다 자주 바꾸곤 했었고.


직업반에 안간 양아치애들 몇명이 우리반이되었어. 

1학년때부터 줄곧 문제일으키던 얘들이긴한데 대가리급은 안되지만, 

호랑이나간 숲에 여우가 왕처럼 행세한다고, 그런 분위기였지.


그중한명이 나한테 자꾸 치근대기 시작하더라

대놓고는 아닌데 뭔가 느낌상.....한동안 그런 느낌을 받고 찝찝해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뒤에서 책상에 엎드려 자고있는데

내 주위에서 뭔가 딱딱거리더니 내머리에 뭐가 떨어져서 보니까 분필이더라.

교탁에서 예의 양아치중한명이 분필을 던지고 있었어. 

내가 그거 보고 '뭐야 씨발?' 하니까 그냥 어영부영 대충 '잘못던졌네 미안~' 이러고 말더라.

피곤해서 다시 얼굴묻고 자려는데 또 분필 맞음.


내가 '죽고싶야?' 그랬더니

이번엔 이새끼가 '뭐 병신새끼야? 한벌 뜰까?'이러면서 제대로 도발하더라

'넌 죽었어 씨발년아' 이렇게 일갈하고 그새끼 향해서 책상밀치고 교탁으로 돌진해감.

그새끼도 교탁에서 내쪽으로 향해서 오고. 중간에서 딱 마주침.

당연히 아주 짧은 시간에 마주칠꺼 예상하자나?

이친구는 그사이 무슨 생각을 하고 내게 돌진 한거 였을까?

중간에 서로 만나면, 누가 잘못했느니 토론하려고 했을까?

멱살쥐고 씩씩거리는 텀을 만드려고 했을까? 욕배틀을 거나하게 한번 더 갖을 생각을 했을까?

난 그친구가 이해 안간다. 그렇게 사전작업 다 깔아두고 도발한거라면 그럴듯한 계획이 있었을거 아냐?


서로가 만나는 그 지점에서 난 평소처럼, 선빵을쳤고

책상옆가방에 걸려 넘어진 그새끼를 꽤 잔인하게 발로 밟았어.

그자리는 피바다가 되었지.

병원에 갈정도는 아니었지만, 얼굴과 교복은 온통 피범벅이 되었어.

이후 전처럼 교실에서 까불이짓도 못하고, 나한테는 항상 눈을 깔아야하는 병신이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