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시리즈 마지막이다.
지금까지 읽어줘서 고맙다.
마지막편에서는 타산지석이 아니라 반면교사, 즉 자신의 방향성을 찾지 못해 프로로 대성하지 못한 선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야구에서 88년생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손수건 세대'로 불린다.
손수건왕자 사이토 유키, 다나카 마사히로와 동년배이기 때문이다. 손수건 세대에 속한 선수들에는 지금 LA다저스에서 ㅆㅅㅌㅊ 활약을 펼치는 마에다 켄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주장 사카모토 하야토, 장타력으로 이름을 떨치는 소프트뱅크의 야나기타 유키, 세이부 라이온즈의 안타머신 아키야마 쇼고 등이 있다.
하지만 고교야구 시절 사이토 유키와 다나카 마사히로 다음 가는 '제3의 유망주'는 저들이 아니었다. 일본프로야구를 잘 아는 매니아들조차 그 이름을 들어본 일도 없을사메지마 텟신이라는 선수였다.
사메지마 텟신은 뛰어난 타격 센스를 겸비한 포수였다. 당연히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프로구단들도 있었다. 그러나 사메지마는 프로 전향 대신 대학교 진학을 택했다. 대학야구에서 명성을 더 올린 다음, 더 많은 계약금을 받기 위한 '두발 전진을 위한 한발 후퇴'였다. 그리고 그는 추오대학에 진학했다. 아마도 강타자 포수이자 추오대학을 졸업한 아베 신노스케를 목표로 삼았을 것이다.
그러나 추오대학에서 사메지마는 벽에 부딪혔다. 대학야구의 수준은 고교야구보다 높았으며 포수에게 요구되는 능력들도 늘어났다. 고교야구는 투수 개인의 능력으로 대부분 커버가 되기 때문에 포수는 문자 그대로 공을 받는 사람(catcher)이다. 그러나 타자들의 기술이 향상될수록 포수의 능력이 중요해진다. 사메지마는 포수로서 볼배합 플랜을 짜는 능력이 부족했다. 포수로서의 리드 기술 부족을 메꿔주리라 기대되던 타격에서도 부진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상으로 1군 연습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뒤쳐진다는 초조감을 잊기 위해서였을까. 사메지마는 여자친구를 사귀며 야구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프로를 목표로 하는 선수들은 여자를 사귀지 않거나 혹은 사귀었다 해도 연습 때문에 자기를 만나줄 수 없는 현실을 잘 이해하는 여자가 아니면 사귀지 않는다. 그 반동으로 야구선수들은 프로가 되면 결혼을 빨리 하는 편이다.)
사메지마는 타격 재능, 좋은 언변, 잘생긴 얼굴 등, 소위 스타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포수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들이 개화하지 못하니 뛰어난 스타성도 쓸모가 없었다. 결국 사메지마는 단 한 프로팀으로부터도 지명받지 못하고 대학교를 졸업했다. 지금은 고향으로 내려가 카고시마제철소의 사회인야구단에서 뛰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 '손수건 세대 제3의 유망주 사메지마 텟신'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프로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재능을 가졌으나 결국 사회인야구에서 활동 중인 사메지마. 나이를 고려할 때 프로구단에서 뛸 가능성은 이제 없을 듯하다.
누구에게나 자기 미래의 방향성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실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신기루를 본다. 그것도 자기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그런 황당한 신기루를 쫓다 보면 자신의 진짜 강점은 외면하고 어느덧 남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다.
'강타자 포수'도 신기루이다. 현실적으로 포수에게 타격 능력은 그다지 요구되지 않는다. 후루타 아츠야, 조지마 켄지, 아베 신노스케 같은 포수들이 10년에 한번 날까말까한 괴물들일 뿐이다.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일게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실무자들이 보는 관점과 대중에 알려진 환상의 차이이다.
사실 '강타자 포수'란 사람들이 갖고 있는 환상에 불과하며 실제 야구 구단들에서는 포수에게 강타를 요구하지 않는다. 타격 이외에 포수가 해야 할 일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포수가 안타를 좀 치면 "오오미 강타자 포수!"하고 언론에서 호들갑을 떠는 것 뿐이다. 현실적인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필요한 능력들을 골라서 키워야지 무조건 스펙만 키운다고 일이 잘 풀릴 리는 당연히 없다. 노처녀들이 연봉 얼마얼마인 남자를 만나겠다는 소리 만큼이나 현실성이 없다.
그렇다면 포수로 주전을 차지하려는 선수들은 자신이 포수로서 어떤 능력에 집중해야 하는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포수로 대성하고 싶다면 먼저 나의 수비 능력은 과연 1군 포수가 될 수준인가 그것부터 물어야 할 것이다. 만일 타격에 자신이 있는데 포수로서 대성하기 어렵다면, 포수를 단념하고 대신 타격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포수치고 좋은 타격'이 아니라 '1루수나 외야수를 맡는 강타자들과 겨뤄서도 주전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의 타격'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즉, 어중간한 것이 가장 좋지 않다.
포수들의 고뇌 시리즈 3편에서 소개한 하라구치가 자신의 강점만을 찾아 성공한 사례라면 사메지마는 자신의 강점을 찾지 못한 채 주저앉은 사례일 것이다. 이는 방향성을 정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그리고 한번 방향을 정하면 그것을 극대화 시키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 두가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노년에 꿀빠는 생활은 불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서는 정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글을 쓴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글은 도대체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 블로그 치고 좋은 글인가? 아니면 작가가 되어도 좋을 정도의 수준인가? 작가가 된다면 국내용 수준으로 머물 레벨의 글인가 아니면 해외에 수출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인가? 한국에 그토록 글을 쓴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국 문학의 수준이 낮은데다가 정확한 팩트가 생명인 저널리즘에서조차 감성팔이가 판치는 현상은 그만큼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한 어중간한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증거일 것이다.
유교식 입신양명, 일제시대 때부터 이어진 학벌주의, 문제만 제기하면 그걸로 되는 줄 아는 서구 지식인들의 무책임함, 그걸 그대로 답습하려는 한국 지식인들의(특히 페미니스트들의) 사대주의, 이미 붕괴해가는 정치적 올바름, 486이 퍼트린 감성팔이 등등 한국은 지금 낡은 시대의 독을 빼내는 과정에 있다. 일게이들이판단을 그르치면 저물어가는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새로운 사회에서 설 자리를 찾지 못하게 될 것이다. 강타 포수가 신기루인 것처럼 우리를 안내하는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정보들은 사실 신기루이다.
이번 포수 시리즈를 통해 일게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고 생각한다. 일베에는 다양한 재능을 지닌 게이들이 있다. 그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놀라운 재능을 지녔고 또한 감성팔이에 휩쓸리지 않는 판단력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들 치고 지하자원이 부족해서 가난한 나라는 없듯이, 진짜 잉여로 끝나는 인간들 또한 재능이 없는 게 아니다. 재능은 있는데 그것을 상품가치로 키워내는 일을 못했기 때문에 잉여가 된 것이다. 그 점에서는 어중간한 재능은 절대로 축복이 아니다.
이제 곧 클라이맥스 시리즈도 있고 저팬시리즈도 있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관심을 갖는 때는 바로 시즌이 끝난 후다. 각 선수들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계속 일베에 소개하고 싶다.
일게이들아 멀리 내다보고 판단하라.
그리고 이 사회에서 1군이 되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