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지랄이 아니라 육성으로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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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센트럴리그에서 결국 계속 1위를 달리던 히로시마 도요카프가 우승을 확정지었다. 25년만의 우승이다.

내분을 일으켜 자멸한 주니치, 근성론을 내세우며 선수들을 닥달하던 한신, 투수진이 붕괴한 야쿠르트가 부진했다는 행운도 있었지만

2위 요미우리, 3위 요코하마와 확실한 실력차를 보였고 퍼시픽리그와의 교류전에서도 센트럴리그에서 유일하게 압도적인 전력을 증명했다. (작년에는 센트럴리그 팀들이 하나같이 퍼시픽리그 팀들에게 씹발렸음)


히로시마의 우승은 몇가지 점에서 정말 대단하다 할 수 있는 게,


1.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한 노장 쿠로다 히로키가 있긴 했지만) 에이스 마에다 켄타를 미국으로 보낸 이후의 우승이라는 점이고,

2. 한신 타이거즈에서 빌빌대던 아라이 타카히로가 히로시마로 이적한 후 믿겨지지 않는 맹활약을 펼쳤다는 점이고,

3. 용병농사 실패하는 게 일반적인 야구에서 히로시마의 용병들이 모두 ㅆㅅㅌㅊ 활약을 해주었다는 점이고 (1군에 용병은 4명만 둘 수 있는데 투수 3명이 워낙 잘 던져서 강타자 엑토르 루나와 브래드 엘드레드 둘중 누굴 타선에 넣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용병들이 다들 훌륭했다.)

4. 그리고 FA 대어를 사오지 않고서 토종 일본인 선수들을 육성하여 써먹었다는 점이다.


즉, 금년의 히로시마야말로 육성과 팀웍으로는 정점을 찍은 팀인 것이다. 주력 선수가 빠져나가도 노장은 노장대로 활약하고, 젊은 선수는 그들대로 또 활약하고, 용병은 용병대로 활약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더 놀라운 사실은.... 작년 히로시마는 4위를 했던 팀이라는 점. 클라이맥스 시리즈에도 못 나갔다. 그랬더니 금년에는 소프트뱅크마저도 위협하는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젊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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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의 감독은 이 양반, 오가타 코이치. 작년 처음 감독이 된 인물이다. 한화는 김인식, 한대화, 김응용이 와도 안된 팀이니 명장 김성근도 안되는 거라고 물타기하는 노리타들은 이거 설명 좀 해봐라. 신임 감독이, 그것도 처음에는 6개 팀 중에서 4위로 끝난 감독이 2년차에 팀을 우승시키더라. 


2015년의 오가타 감독은 감독으로서 잘해봐야겠다는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무리한 기용을 연달아 하며 실수를 저질렀다. 노리타들은 야구에서 감독의 역할은 별로 없다고 주장하는데 선수를 기용하는 권한은 오로지 감독에게 있는 만큼, 적재적소에 선수를 투입하는 일은 감독의 능력이다. 2015년의 오가타는 확실히 무능했다. 


무능한 감독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근성론을 내세우며 닥달만 한다는 점이다. 작년의 오가타가 그랬고 금년의 가네모토(한신)가 그렇다. 그리고 김성근도 그렇다. 김성근은 아직도 독한 연습을 하면 실력이 나아진다고 태연히 말한다. 물론 김성근의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독한 연습으로 효과를 보려면 두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선수 자신이 연습의 목적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또 그 연습으로 다치지 않을 정도로 몸이 견고해야 한다. 그런데 근성을 강조하는 인간들은 이 조건들은 슬그머니 빼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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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과 왕정치는 겨울이면 산 속에 들어가 훈련할 정도로 독종들이었다. 그런데 독한 연습을 해도 몸이 견뎌주었으니까 그런 연습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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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400승 투수' 가네다 마사이치(김경홍)는 오프시즌에까지 독한 훈련을 했다가는 몸이 못 견디겠다는 점을 깨닫고 겨울에는 온천에 가서 쉬는 일에만 주력했다.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지 않는 게 근성을 기르는 방법처럼 알려졌던 당시에는 일류 투수가 겨울에 운동을 안한다는 사실이 큰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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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훈련을 솔선수범 하던 요미우리의 기둥 아베 신노스케는 결국 몸이 훈련에 따라가지 못해 선수생명을 엄청 갉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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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아라이 타카히로는 신인 때부터 지옥의 펑고, 특타 등등 다른 선수들이 경악할 정도로 훈련을 받았는데도 멀쩡하다. 그렇게 훈련을 받고 나서 밤에는 술을마셔댔다고. 다들 입을 모아 하는 말은 "아라이의 가장 무서운 재능은 몸의 튼튼함."



히로시마는 투고타저 구단이었다. 그래서 오가타는 장타력이 필요하다는 것만 생각하고 장타력만으로 야수들을 평가했다. 다들 한방을 쳐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장타력을 높이려 했으나 결과는 삼진의 증가였다. 현역시절 도루왕 출신인 오가타는 장타력은 기본이고 도루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타력과 주파력을 동시에 갖춘 인재는 흔하지 않다. (그런 인재가 있다면 소프트뱅크나 미국에 갔을 거고 애초에 히로시마에 있지도 않았겠지.)


무능한 지도자의 특징은 절대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 군 지휘관, 기업의 중간관리자, 심지어 여행단의 리더 등등 자신은 실수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깔고 들어가는 놈들이 있는데 이런 자가 리더이면 밑에 있는 사람들만 죽어난다. 이러한 조직이 개혁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지도자 자신이 바뀌는 것 뿐이다.




개혁

2015년 겨울, 오가타는 자신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코치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팀의 방향성을 바꾸기 시작했다. 독선적인 사람들은 자기는 그대로 있고 자기 주변이 바뀌는 걸 개혁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결정권을 쥔 사람이 먼저 바뀌는 것이 바로 개혁이다.


스타 선수 출신 오가타는 부진한 선수들을 보면 '그걸 왜 못하지?'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달라졌다. 투고타저의 전력을 잘 배분하여 승리할 수 있도록 선수들과 함께 "1점차 승부에서 이기는 야구"라는 테마로 전략을 공유했다. 그리고 히로시마의 타자들은 똑딱이들로 변신했다. 지금 히로시마에 필요한 것은 장타력이 아니라 컨택트 능력이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하루 2천번 스윙이라는 특타 훈련을 솔선하여 받기 시작했다. 야구 뿐만 아니라 어느 세계나 마찬가지이지만,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일깨워주고 가야할 방향만 제대로 알려주면, 나머지는 각자 스스로 자신이 할 일을 찾아나서게 된다. 이것이 동기부여이다.


오가타는 김성근이 하는 것처럼 시합 중에 세세한 지시를 내리는 일을 그만두었다. 2016년에는 감독이 작전에서 번트를 아예 포기했다고 할 정도로 번트는 없었다. 대신 선수에게 공을 방망이에 맞추면 된다고 말했다. 사실 안타를 쳐야 한다는 압박은 2015년이나 2016년이나 그대로이지만 확 바뀐 감독의 태도 덕분에 선수들은 마음의 부담이 줄었다. 그리고 히로시마는 노장에서 젊은 선수들까지 안타를 양산하며 일본판 Big Red Machine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자 장타력도 덩달아 늘어났다. 노무라 카츠야는 '홈런은 안타의 연장선상'이라는 말을 했는데 과연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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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가타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히로시마에는 쿠로다 히로키와 아라이 타카히로라는 두 고참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쿠로다는 성실한 몸관리로, 아라이는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며 감독 대신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 선수단의 분위기가 밝아지자 젊은 선수들이 주눅들지 않고 플레이하며 실력이 급성장했다. 그래서 2016년 우승의 숨은 공신은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아라이 타카히로라는 말까지 나온다. 노장들을 홀대하지 않고 계속 활약의 기회를 준 점은 오가타의 뛰어난 선택이었다. 노장들은 뛰어난 경험치가 있고 또 기회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승부 근성도 있다. 이 점을 잘 이용한 것이다.


팀을 젊게 만들겠다고 노장들을 모조치 퇴출시킨 주니치 드래곤즈가 기둥이 되어줄 선수가 없는 채로 금년에도 성적이 운지한 점을 보면 '육성'은 노장들의 활용에도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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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선수들은 쿠로다를 감독과 거의 동급으로 대한다. 우승이 확정되자 감독 다음에 쿠로다에게 헹가래 치는 선수들. 쿠로다를 보라... 울고 있다. 진정한 사나이의 눈물이다.




한화에게 필요한 것. 김성근에게 필요한 것.

오가타의 개혁은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특히 노리타에게. 약팀이 강팀이 되려면 먼저 감독은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실력이 없는 선수들이니 뺑뺑이 돌려야 한다고 너무나 쉽게 말하지만 니들 엠창 일게이들 고시원에 처넣고 뺑뺑이 돌린다고 니들 전부 하버드 가는 거 아니다. 왜 하버드에 가지 않으면 안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하버드 가라고 닥달한다고 성적이 오를 리 없다. 게다가 어차피 실력을 기르는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그 과정을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보내는 것과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보내는 것 어느쪽이 더 효과가 있을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육성이란 오늘 훈련시켜서 내일 써먹겠다는 게 아니다. 몇년 후를 내다보고 육성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는 오가타의 전임자 노무라 켄지로 감독의 공이 크다. 미국에서 코치 생활을 했던 노무라 켄지로(노무라 카츠야와 구별하기 위해 노무라 카츠야는 애칭이 노무상이고 켄지로의 애칭은 Kenny)는 일찍부터 팀내에 자율적인 분위기를 뿌리내렸으며 선수들에게 호통치는 법이 없었다. 오가타는 처음에는 케니의 방식이 너무 자유방임이라 생각해서 선수들을 다잡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자신이 한번 디스했던 방식을 다시 택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오가타는 케니의 방식을 다시 따랐다. 그리고 팀은 결국 우승을 이루었다. 케니가 육성해놓은 선수들이 꽃을 피웠다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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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오가타 감독 전임자. 노무라 "Kenny" 켄지로 감독.



용병들에 대한 태도에서 특히 케니의 혜안이 빛난다. 케니는 용병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코치의 말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나 였다. 미국에서의 경험을 통해 보니 외국인 선수가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코치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더라는 것. 히로시마의 스카우터들은 성적 자체보다도 인성을 보고 뽑는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한번 선수를 뽑아서 데려오면 일본무대에서의 성적보다도 코치들과의 관계를 더 중요시하게 본다. 비록 지금의 성적이 나쁘다 하더라도 코치들의 말을 듣고 자신의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한다면 재계약한다는 것. 히로시마의 용병농사는 이렇게 하여 대박이 났다. 오가타도 케니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랬더니 생긴 새로운 딜레마는 용병들이 모두 우수해서 1군에 올라가지 못하는 용병들이 생긴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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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봄에 Kenny가 히로시마 구장을 방문할 때, 용병 브래드 엘드레드가 달려와 허리를 굽혀 인사를 드리고 있다. 엘드레드는 자신이 부진할 때에도 구단에 "엘드레드는 성실하므로 더 육성해야 한다"고 재계약을 요구한 Kenny에 대한 존경심이 어마어마하다. 2016년 엘드레드는 거포 역할을 제대로 수행 중.






꼰대

꼰대들은 과거 통했던 방식만을 고집한다. 이유는 "과거에 통했으니까." ("지금은 안 통하는데요"이라는 현실은 태연히 무시한다.)

꼰대들은 논리가 없다. 단지 자신이 좀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실수할 리 없다고 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꼰대들은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왜 나는 김성근을 싫어하는 것일까. 그것은 김성근이 강압적인 구닥다리 꼰대질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꼰대들은 김성근을 추앙하면서 여전히 강압적인 방법이 그래도 먹힌다고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김성근의 그 잘난 '야신 야구'는 그저 70년대 구닥다리 일본야구이다. 발렌타인 감독 밑에서 코치 생활을 하면서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선수를 한손에 쥐고 통제하려고 한다. 김성근이 제갈공명급의 진짜 혜안을 가진 지도자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가장 우수한 지도자 타입은 '게으른 천재'라는데 김성근은 '부지런한 바보'이다.


크보 수준이 낮을 때에는 김성근 방식이 먹혔으나 크보 수준이 서서히 올라가면서 김성근의 강압야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70년대에는 강압야구가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었는데 (목마를 때 물을 마시지 않으며 인내심을 키우는 짓도 했다) 80년대 자유방임주의로 탈바꿈한 세이부 라이온즈가 일본야구계를 씹어먹으면서 인식이 바뀌었다. 요미우리 감독 나가시마 시게오도 70년대 처음 감독을 할 때에는 지옥훈련 같은 것을 실시했으나 90년대에 다시 감독으로 복귀하면서부터는 자율야구를 도입했다. 1기 감독직을 그만둔 후 나가시마는 미국과 쿠바 야구를 공부했다. 2기 감독 때 그는 마츠이 히데키에게 타격 지도를 매일 했는데, 하루에 30분을 넘기지 않았다.


자기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아이를 강압적으로 가르치면 수학경시대회에서 잠깐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절대로 좋은 대학은 못 간다. 공부로 밥벌어먹는 일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공부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심어주게 되어 영원히 공부를 안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멍청한 부모들일수록 박세리나 김성근에게 열광한다. 박세리 애비가 딸에게 시킨 강압적인 훈련이나 김성근의 방식을 보면서 자신의 강압적인 방식이 효과가 있을 거라고 자위하기 때문이다.







1. 육성에 필요한 것은 동기부여(이게 왜 나에게 필요한가)와 인내심(하루이틀로 잘할 거면 애초에 고생 안함)이다. 

2. 개혁의 가장 첫걸음은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제일 먼저 변하는 일이다. 한화의 개혁은 김성근의 개혁에서부터.

3. 김성근을 아직도 좋아하는 사람들은 타인을 통제하고 싶어하고, 또 자기는 예외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