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베스트에 글을 처음 올려본다.
어제 강남역10번출구에서 내가 겪은일을 써보려 한다.
2016년 5월 21일 토요일
지난 5월17일 새벽 끔찍한 강남 수노래방 묻지마 여성살인 사건이 있었다.
그 추모현장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 강남역에 가볼것을 결심했다.
포스트잇에 적힌 글들을 찬찬히 하나하나 읽어보며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살인으로 당한 피해자 여성분과 그 남자친구분, 그리고 우리 사회와 시민의식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후5시쯤 강남역에 도착했다.
많은사람들이 포스트잇을 쓰고 읽고 추모행렬을 준비하고있었다.
추모현장의 분위기를 느끼며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떼지못하고 한참을 서성이다가
포스트잇에 나도 내 생각을 한번 적어보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수많은 포스트잇들을 보며 적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공감이가는 말들도 많았고, 감정적으로 짠해지는 말들도 많았다.
그런데 많은 글들이 여혐이라는 프레임에 갖혀서 그 목소리만을 내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단지 여혐살인사건이라는 하나의 프레임만으로 다른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을 비꼬는 뉘앙스로 쓰여진 포스트잇도 많이 보였던것같다.
나는 이번 살인사건이 여혐살인사건으로 국한짓는것은 좋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남혐 여혐 프레임으로 남녀의 대결구도나 일반화를 하는것은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젊은 2030세대들의 세상과 사회에 대한 혐오와 분노가 쌓여서 표출된 사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추모현장에서 고인을 기리고 안타까워하는 엄숙한 분위기보다,
젊은사람들의 분노와 갈등 대립의 분위기가 더욱 많이 느껴졌다.
그런 현장의 분위기속에서
저녁7시쯤부터 1시간을 고민해서 포스트잇 글귀를 써내려갔다.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포스트잇을 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포스트잇을 문구를 생각하며 쓰고있으니까
서울대저널 서울대생 학생기자가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에 응했고 나의 생각과 소신을
말주변없는 화술로 털어놓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포스트잇을 마저 붙이고
저녁 8시쯤 집에가기전에 한바퀴를 돌며 현장분위기를 동영상으로 남기기위해
초상권침해를 최대한 생각해서 촬영을 했다.
벽에 붙여진 수많은 포스트잇하며 현장사람들의 분위기를 기록하고 남기고싶었다.
나는 인스타그램을 한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하루일상을 기록하는 취미가 생겼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나의 하루를 기록하고 일기를 쓴다.
그리고 나는 저녁6시 전까지는 여기저기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진찍고 촬영하는 분위기였던것으로 안다.
그런데 저녁8시쯤에 집에가려니 갑자기 누군가가
사진을 찍지 말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누군가 한명이 "저사람 사진찍는다. 찍지마! 지워!" 라는 식으로 외치자.
그 순간 사람들이 우르르 나를 일제히 바라보며
내쪽으로 몰려왔다.
순식간에 다수의 인파에 몰려 둘러쌓여
사람들로부터 정신없이 폭언, 욕설, 인격모독을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밀어서 넘어트렸다.
넘어졌을때 사람들에게 밟혔다.
손을 밟혀 상처가 나 피가 났다.
아프다고 소리쳤지만 "우는척하지말라"는 비아냥만 돌아왔다.
안경을 밟혀 안경태가 부러졌다.
핸드폰도 밟히면서 액정이 깨졌다.
다시 일어나니
나는 기업은행 통유리쪽 구석으로 몰렸다.
거기서 계속되는 폭언과 욕설, 인격모독을 들어야했다.
그리고 너도 똑같이 찍혀보라면서 20~30명되는 사람들이
사람들이 일제히 카메라를 꺼내들고
내 얼굴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나를 비웃고 비아냥하고 욕설을 하고 공격적인 말들을 퍼부었다.
나는 계속되는 수치감과 모욕감, 공포와 불안감을 느꼈다.
그자리를 벗어나고싶었다.
그래서 "집에갈거다" "지하철타러가게 길좀 열어달라"고 말했지만
사진을 지우기전에는 못간다며,
옆의 한 남성분이 나를 더 밀치며 핸드폰을 강제로 뺏으려고했다.
몇몇의 사람들은 나를 폭행했다.
몰래 툭툭 치고, 밀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꼬집고, 그리고는 도망갔다.
곧 경찰분이 왔고, 경찰분도 내가 찍은 사진을 그자리에서 지우라고 요구했다.
나는 사진을 지울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서에 가서 지우고싶다고했다.
그 다수의 인파를 빠져나와,
경찰분의 인도로 서초3파출소로 갔다.
저녁8시반쯤 경찰서에 도착했고 폰을 압수당했다.
강남역10번출구에서 있던 인파 중에서 여자분 두분이 경찰서로 왔고
그 두분의 연락을 받고 다른분들이 더오셔서 한 7분정도가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나를 주시했다.
여자분 두분과 사건에대해 촬영한 사진과 사건에 대해 진술할려고 하니까.
경찰분이 여자들말은 잘 들어주는데.
내가 발언을 하려고하면 "조용히해" "왜그렇게말이많아" "입좀다물라"며
나를 침묵시켰다.
어떤 경찰분은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봐서 무서웠다.
그리고 구속조치 될수도 있다고 나에게 겁을 주셨다.
진술서를 썼다.
그리고 핸드폰에 초상권침해의 여지가 있는 사진이 있는지
내 핸드폰 앨범을 열어 확인했다.
초상권침해의 여지가 있는 동영상이 1개가 나왔다.
그래서 지우기로 했다.
지우고난다음엔
여자 두분이 내가 경찰서에 오는동안 무슨짓을 했을지 모른다며
다른 의심되는 계정도 다 뒤져봐달라고했다.
난 처음엔 내 개인정보를 침해당하는거같아 거부했지만.
어쩔수없이 보여주기로했다.
인스타그램, 네이버클라우드, 밴드, 카카오톡, 페이스북, 앨범숨김파일 까지 확인받았다.
난 경찰분들에게 내가 당한
모욕, 폭언, 욕설, 폭행, 인격모독, 신체재산상의 피해에 대해 호소했지만,
나의 호소에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난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경찰서에 온것인데.
나를 범죄자 취급하는 기분이 들었다.
난 사진을 지웠고,
초상권침해의 여지가 있는 행동에 대해 잘못을 어느정도 인지했으며 잘못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그런데 그분들은 나에게 아무런 미안함이 없어보였다.
오히려 자신들의 폭력이 정당화될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밤10시반쯤 경찰서를 빠져 나왔다.
나는 일베를 하지않는다.
하지만 파급력있는 어딘가의 나의 억울함을 호소하고싶었고,
생각을 듣고싶었다.
그래서 나의 일기를 이곳에 올려본다.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나의 무능함과 무력함, 무식함에 나 스스로를 향한 깊은 빡침을 느꼈다.
내가 법에대해 좀더 잘 알았더라면,
내가 판검사 변호사였다면, 내가 금수저의 자식이었다면.
누가 사회적 약자인가?
나는 사회적 약자라는것을 알았다.
권력이 있어야하고, 나의 조직이 있어야하고, 능력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식하지않고
무능하지않고
무력하지않았다면
혁명(?)을 일으키고 싶은날이다.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서에 갔고 경찰관분들이랑 처음 공적인 업무상 처리를 받았다.
경찰에 대해 실망을 많이느꼈다.
한국에서의 법은 아직 형식상의 법이 많은것같다.
기득권층이 필요할때만 법이고
나는 법의보호 없이 살아야만 하는 사람이 된줄 알았다.
그 사람많은곳에서
사진촬영했다고
집단폭행 욕설 폭언 인격모독에 집못가게 감금(?)하고
내 안경, 내폰도 깨지고, 밟혀서 상처나고,
억울했다.
그리고 진짜 광기를 느꼈다.
이게 추모의 현장인지 모르겠다.
추모현장 좀 일상기록용으로 찍었다고 사람을 이런식으로 공격하고 다수가몰아가도 되는걸까.
너무 웃긴 분위기였다.
강남역 살인남이랑 다를바 없다.
묻지마 폭행.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나한테 대화도 없이 집단공격했다.
경찰들의 법적보호? 법적제제? 공권력 행사? 법적 조치 따위는 없었다.
정의로운 사회 공정한 사회에서 살고싶다.
하나의 일면이 있으면, 다른일면도 있는건데.
죽은 고인 여자분만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살인남이 왜 여험을하고 살인을 하게됐는지 왜그랬을지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볼필요가 있는거같다.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더 대화하고 건전한 토론의 장이 열릴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추모현장에 처음 도착해서
내가 당해보지않았을땐 몰랐다.
말 웅성웅성하면서 자기들끼리 클럽처럼 한명을 둘러감싸서서
소리만 빽빽지르길래.
무슨일인지 보고싶어도 뒤에서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아서
나도 처음엔 무시했다.
그런데 집갈려고 사진촬영하는 찰나에 딱 내가 타겟이 되니까 알았다.
이것은 무식과 광기다.
그런데 더 웃긴건 지나가는 사람들도 그 분위기에 휩쓸린건지
필터링능력이 없는건지, 아무도 그 분위기에 이의를 제기하는사람이 없었다.
난 오늘 건전하고 선량한 대한민국 시민으로
추모 시위 분위기를 느끼러왔고
사진촬영좀 했다고 이런일을 당한것이다.
이게 죽은 고인을 추모하는건지
자신들의 분노표출 분풀이를 하는건지.
집에서 책만보고 사회생활을 많이안해보다가,
처음으로 한국의 수준과 현실을 느껴본 기분이다.
교과서로 배운 이상적인 지식은 현실과 너무다르다.
그래도 이상적인 사회가 되면 좋겠다.
다함께 더 높은 시민의식과 소양을 만들어가는 한국이 되면 좋겠다.
1.일상촬영하다가
2.얼떨결에
3.집단다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