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안보

2018 05 17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오른쪽)와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16일 서울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안리더십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오른쪽)와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16일 서울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안리더십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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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의 전직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방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갑작스럽게 북한이 회담을 취소하고, 미-북 정상회담을 다시 고려할 수 있다고 한 건 본격적인 대립의 시작이라는 겁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의 '고위급회담 취소' 사태가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셉 윤 전 대표] “I think we just saw today a very important statement saying: hey, we are not going to be easy...”

윤 전 대표는 16일 서울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안리더십 컨퍼런스'에서 북한 스스로가 자신들은 그렇게 쉽지 않으며, 예전과 같이 쉽게 생각하는 건 실수를 하는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북한의 행동은 그들이 매우 심각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겁니다.

앞서 북한은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취소하고, 미-북 정상회담에 응할지 재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한 연합군사훈련과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을 문제 삼았습니다.

윤 전 대표는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하기까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중재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양쪽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과장이 있었고, 이로 인한 오해가 불거진 것으로 현 사태를 해석했습니다.

[녹취: 조셉 윤 전 대표] “North Korea now is looking at what's going on...”

북한이 최근 미국과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두 나라가 북한이 핵을 너무 쉽게 포기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기대치는 물론, 기준(bar)을 높이지 말라는 심각한 메시지를 던지게 됐다고 윤 전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비핵화 방식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이견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차 석좌] “I think these core negotiating positions…”

미국은 'CVID'와 'PVID' 등 완전한 핵 폐기 방식을 선호하지만, 북한은 어느 정도 핵 역량을 보유한 상태에서 평화협정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회담의 성공 여부는 외교관들이 이 두 차이를 얼마 만큼 줄이느냐에 달려있으며, 이를 줄이지 못하면 서로를 지나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차 석좌는 지적했습니다.

차 석좌는 또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앞둔 현 시점까지 너무 빨리 왔다며, 이번 북한의 남북 고위급회담 취소 사태는 전체적인 속도를 조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이번 행동이 한국을 의식한 행동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연구원] “I think North Koreans are trying to put pressure on President Moon...”

미국과 한국 사이를 갈라 놓기 위해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다음주 열리는 미-한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상희 전 국방장관이 16일 북한 관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상희 전 국방장관이 16일 북한 관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앞서 이상희 전 국방장관은 같은 날 열린 또 다른 토론회에서 한국 정부가 핵 문제를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가 아닌, 한국에도 임박하고 실존하는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녹취: 이상희 전 장관] “The ROK government must...”

그러면서 핵 문제는 중재자로서 북한을 지지하는 게 아닌 동맹인 미국과 같은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근욱 서강대 교수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이근욱 교수] “과연 우리가 상대방이 진정성이 있는지. 여기서 말하는 진정성은 과연 북한이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고, 동시에 그 용어가 한국과 미국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우리가 어떻게 파악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이 교수는 북한이 의미하는 비핵화에는 북한 스스로의 비핵화는 물론, 추후 미군의 한반도 핵 배치와 한반도 인근에서의 핵무기 운용에 대한 금지를 의미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동일한 용어가 사용되지만 북한이 해석하는 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까지 철거돼야 한다는 것이라는 겁니다.

[녹취: 이근욱 교수] “물론 여러 가지 정황 증거로 봤을 때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라고 하는 것 혹은 주한미군에 대한 또는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는 단편적인 보도는 있고, 몇몇 정황 증거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런 정황 증거라고 하는 것과 단편적인 보도에만 기초해서 진짜 상황이 변했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견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교수는 북한의 대대적인 군축을 요구하고, 이를 통해 진정성을 파악하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