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찌낚시에 입문했을때 낚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누구에게 물어 보기도 그렇고, 상세히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다.  단지 낚시점에 찌하나 사러가면

낚시점 사장님께서 수중찌는 몇 호를 사용하고, 목줄 1.5호 한 발반에, 목줄 중간에 좁쌀봉돌 1개를

물리고, 원줄은 2.5호가 어떻고 저떻고....


 배운대로 갯바위에 서서 낚시를 해보면 잘 안된다. 조류와 수심, 대상어종에 따라 채비선택을 달리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당시는 오로지 반유동에 바늘과 매듭을 못 묶어 미리 묶어서 파는 바늘을 선

호한 적도 있었다. 또 하나의 학습법이 낚시잡지를 사보면 ㅇㅇㅇ프로의 채비라고 설명을 해놓은 경

우를 볼 수 있는데 그 다음 출조는 물때고 대상어종이고 간에 그 분 채비대로 낚시를 하여 황을 면치

못했다. 한 번은 크릴을 단 바늘이 하도 안내려가서 채비를 회수하여 살펴보니 수중찌가 없다.

닝기리~


 채비 한 번 바꿀려면 일이십분 훌쩍 지나가는데, 중간에 반원구슬이 잘 안잡혀 소모품통 잡고 흔들

다 떨어뜨리거나 엎으면 온 갯바위에 바늘이며, 쿠숀고무며, 반원구슬이며.....닝기리~ 씨이~

겨우 어찌어찌하여 낚시대 드리우면 저멀리 물살을 힘차게 가르며 달려오고 있는 낚싯배.

하였튼 재수는 더럽게 없어!.......


 한 두번 낚시를 다니다 보면 알게되는 낚시인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 분들중 너댓살 많은 형이

한 분 계셨다. 나이 적은 동생뻘에게는 물어보기가 머쩍었지만 그 형에게는 부끄럼없이 물어보고

채비도 배웠다. 그 분은 낚시에 있어 스승이 된 것이다. 그래서 산이 물이라 해도 믿고 따르게 되었고

한달에 한 번꼴로 낚시도 같이 다녔다.


 어느 해 봄이 오는가 싶더니 계절의 여왕 5월이 왔다. 5월이 되면 낚시인도 갈등을 하게 된다.

산란 감성돔을 잡으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어느 날 저녁 퇴근시간쯤 그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이나 같이 먹자"  난 전날도 한 잔

했기에 그냥 집에 가고 싶었지만 감히 낚시스승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합시다"


 전화를 끊고 식당에서 만나 저녁을 먹으며 소주를 한 잔 하게 됐다. 소주 한 병정도 마셨을 때 대뜸

그 형 말씀이 "너, 털감시 아냐?" 하고 물으셨다. "털감시라뇨?"  "감시(감성돔)가 오래 살면 메기처럼

턱 밑에 수염이 나는 데 오늘 저녁 털감시나 잡으러 가자" "아니 그렇게 오래 사는 감시도 있나요?

"당연하지"

"난 뭘 준비해야 되지요?" "넌, 준비할 것 없다. 내가 준비 다 해 놨어.  그냥 따라오기만 하면 돼."

'그럽시다"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늘 공짜로 낚시 한 번 가는구나!"


 그런데, 그 형 말씀이 심상치가 않았다. "바다 감시는 크면 클수록 좋은거야. 힘도 좋지. 육질도 단단

해서 맛도 있지. 그런데 털감시는 크면 클수록 안좋아"  아니  형이 오늘따라 무슨말을 하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러면서 털감시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늘어 났다.

"우리가 25cm를 기준으로 방생싸이즈를 결정하듯이 털감시도 1짜는 쳐다보지도 말아야 해. 잘못

낚았다간 주위 낚시꾼에게 쪽팔리고,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야"  "그럼 2짜는요?"


  2짜는 갈등의 기로에 서게 되지. 방생하기엔 아깝고, 가지고 가기엔 찝찝하단 말야!  그때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던터라 맞장구를 쳤다. "그건 맞아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

"털감시는 뭐니뭐니해도 3짜를 최고로 친다구!  참 고것들 살이 오동통하게 붙어서리 맛있지.

낚시의 맛도 어느 정도 아는터라 바늘 주위에서 꼬리를 살살 흔드는 게 사람 미치게 한다니깐."

"그래요!" " 난 물속에 안들어가 봐서 잘 몰랐는데 3짜는 바늘옆에서 진짜 꼬리를 살살 흔드나요?"


 그러자 형이 언성을 높였다. "야!, 스승이 그렇다면 그런 줄 알지. 왜 의심을 하구 그래!"

"죄송해요. 몰라서 물어 볼 수도 있지. 뭘 화를 내고 그래요!"  "그러냐!" 형도 이젠 술이 한 잔 됐다.

"4짜는 말야. 4짜부턴 낚을려고 애쓰면 안 돼!. 그 뭐냐. 마음을 비우란 말야!  알겠어?"  "녜에"

문자를 써서 미안한데 4짜는 자원봉사야! 희생한단 마음으로 낚시해야 돼. "너, 4짜 낚아 봤어?"

"아니요."  "그~어래야지  암!"


 " 나는 5짜까지 낚아봤는데 이건 완전히 효도관광이야" "형 그게 무슨 말이에요?" "듣기나 해" "녜에"

"꿈의 6짜. 6짜는 이 형도 낚아보진 못했지만 낚아 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깐 "장수만세"란다"

그러면서 형이 하는 말 "이론은 이정도면 됐고 실전에 임해 보자" "형 술먹고 무슨 낚시를 해요? 그냥

집에 가요."  "아니 이 녀석이 따라오라면 따라 올 일이지. 뭔 말이 많아!  너, 낚시 배우기 싫어?"

"아뇨!" 형이 그러면서 하는 말에 털감시의 의미를 알았다.

"오늘 미끼는 양주 한 병이고, 장소는 ㅇㅇㅇ나이트클럽이다!  자  가자! 너 오늘 4짜하나 걸어봐라!

바다와는 달리 미끼만 쫗으면 마릿수 조과도 보장된다. 바다 감시는 목줄, 바늘을 많이 타지만

털감시는 낚시복, 얼굴, 덩치를 많이 타는데 그 덩치 가지고 돼것냐?  "허걱"


 4짜라면...?   사십대 아주머니란 말인가?   그 형 다음 말이 가관이다.

"금요일 저녁이라 물때는 쥑인다만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길 잃은 3짜들이 많아야 할텐데...."


 그 날 그 나이트클럽 우리형의 독무대였다. 역시 고기낚는 실력은 내가 보기에 최고다.

멍하니 앉아 양주에 맥주에 술만 먹고 있는 나를 보면서그 형이 그랬다.

"조류가 없으면 원줄을 잡아 댕겨주고 미끼를 움직여줘야 고기가 오지! 죽은듯이 있는 미끼에

감시가 찾아 오냐?"

존경하는 그 형 순식간에 3짜를 걸어 놓고 하는 말 " 털감시는 한 마리면 족해. 더 낚으면 부담이

된단 말야!. 지구력이 중요해. 끝까지 열심히 해서 3짜 해라! 나 먼저 간다아~~


 그날 밤 미끼 값 30만원 줬다. 갯바위 갈땐 선비는 카드 안돼더니만 정원초과 그 나이트클럽

선비도 카드 돼네. 닝기리~~


 집으로 가는 길목.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며 오늘 하루를 되돌아 봤다.

남이 보기엔 "어복 없는 놈, 여복도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형은 모르는 게 있다.

난 10년전에 벌써 잡아놓은 털감시가 새끼도 암숫놈 골고루 한 마리씩 낳아 이쁘게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