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전 보훈처장에게 덧 씌워진 직무유기 혐의

장자방 2017.12.21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보훈처장을 지낸 박승춘 전 처장이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피우진 현 처장이 임명된 이후 적폐를 찾는다고 몇 달간 파헤쳐 찾아낸 혐의가 겨우 직무유기 혐의라니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더구나 본인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어 보이는데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니 정치보복치고는 참으로 치졸하다는 느낌이 든다.

 

박승춘 전 처장은 우파 정부시절, 숱한 각료 중 가장 우파다운 모습을 보여준 몇 안 되는 장본인이었다. 많은 국민들은 박승춘이 보훈처장으로 재직 당시 민주당의 거친 공세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던 장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끝까지 반대한 것이었다. 이런 이유가 정권이 바뀌면 가장 먼저 목을 쳐야 했던 제거 대상 우선순위에 박승춘의 이름이 올라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게 바로 좌파가 작성한 blacklist다.

 

임명권자인 문재인에 의해 보훈처장에 임명된 피우진은 여군 예비역 중령 출신이지만 2008년 좌파정당인 진보신당에서 비례대표 3번을 배정받은 경력이 있었을 정도로 문재인과는 코드가 잘 맞아 떨어지는 당사자였으니 박승춘은 언제든지 표적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좌편향된 피우진 같은 자가 보훈처장 자리에 앉았으니 지난 6개월 동안 국가의 미래 보훈정책 설계보다는 전임자인 박승춘에게 적폐라는 올가미를 씌울 증거를 찾느라고 매우 분주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아무리 파헤쳐도 나오는 것이 없으니 새로운 창조물 하나가 필요했을 것이고 그래서 만들어 낸 것이 치사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직무유기라는 혐의였을 것이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번쯤 겪었겠지만 직무유기라는 혐의는 그야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에 해당되는 징벌이다. 직장에서도 미운 털이 박힌 대상자들에게 덮어씌우는 혐의가 바로 직무유기다. 직무유기란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이 될 정도로 경계가 애매모호한 징계에 해당된다는 뜻이다.

 

보도에 따르면, 박승춘이 받고 있는 직무유기 혐의는 보훈처 산하단체에서 일어난 비리 혐의 5가지 때문이라고 한다. 보훈처가 문제 삼은 사건은 함께하는 나라사랑 재단 비리, 나라사랑 공제회 비리, 고엽제전우회 비리, 상이군경회 비리, 호국, 보훈 교육자료집(DVD) 배포 등 5가지다. 이처럼 보훈처 산하단체에서 발생한 비리들로서 박승춘 자신이 직접 연루되어 받고 있는 혐의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이들 단체에 감사를 소홀히 했다고 박승춘에게 직무유기 혐의를 걸어 수사를 의뢰했으니 이것은 문재인 정부가 박승춘을 잡아넣기로 작정하지 않았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과거 유사한 사례에서도 있었듯이, 산하 단체에서 일어난 비리라면 산하단체의 장에게 책임을 물었지 관할 부처의 장에게 정치적 책임 외에 형사적 책임을 묻는 사례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예를 들면 노동부 산하기관인 산업인력공단에서 발생한 비리 사건이라면 당연히 최종 책임자는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책임을 지게 되고 노동부 장관은 정치적 책임은 물을지언정 직무유기로 고발당하지 않는 이치와 같다. 또한 인천공항공사에서 비리가 발생하면 공사를 대표하는 사장이 책임을 지는 것이지 관할 부처인 국토부 장관이 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걸 보면 문재인 정부에는 ‘십인지수 난적일구(十人之守 难敵一寇)’라는 말뜻도 모르는 맹꽁이들만 모여 있는 집단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피우진 체제의 보훈처는 전임자에게 직무유기라는 혐의를 걸어 검찰에 넘겼으니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권력의 보복행위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설령 정권에 맹종하는 검찰 수사팀이 박승춘에게 억지 김밥을 말아 기소하여 재판에 넘긴다고 해도 이 재판을 담당한 판사가 정신 이상자가 아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무죄로 판결 내리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아무리 박승춘이 문재인 정부에 밉보였다고 해도 직무유기 혐의까지 덮어 씌워 수사를 의뢰하는 행위야말로 치사하고 야비한 정치보복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