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위 운용사 아문디 뱅상 모르티에 CIO 인터뷰
美 주도주, 10년마다 급변
현재 기준 승자 '올인'은 위험
유럽 잠재력 현재 과소평가
부채 수준 미국보다 낮아
지역·산업별 분산투자 필요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매그니피센트7(M7)'을 포함해 미국 대형 기술주에만 맹목적으로 베팅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2030년 글로벌 시장의 진짜 승자는 미국이 아닌 유럽·중국·인도 등에서 등장할 것입니다."

유럽 1위이자 세계 10위권 대형 자산운용사 프랑스 아문디(Amundi)의 뱅상 모르티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매일경제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 중심의 자본시장 편중 현상 문제를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모르티에 CIO가 미국 시장의 영원한 독주에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는 역사적 통계다. 그는 "미국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 명단을 살펴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MS)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10년마다 그 구성이 통째로 급변해왔다"며 "과거 혹은 현재의 승자들에만 베팅하는 것은 인공지능(AI) 같은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산업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지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AI와 양자컴퓨팅 등 고도화되는 기술 트렌드가 오히려 미국 독주체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오늘 구축되고 있는 일부 인프라는 내일이면 곧바로 구식이 될 수 있으며 양자컴퓨팅의 부상과 결합된 사이버 보안 위험은 예측조차 쉽지 않다"면서 "미국은 이번 위기의 표면적인 승자일 뿐이며 2030년의 승자들은 2026년 현재 우리가 찬양하는 기업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단언했다.

반면 유럽의 잠재력이 과소평가돼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모르티에 CIO는 "유로존은 평균 부채 수준이 미국보다 낮고 무엇보다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며 "여기에 산업 주권 강화,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 저축과 투자 연합 등 구체적인 정책 어젠다가 더해지고 있어 철학적 변화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중동 전쟁 등에 따라 글로벌 시장 위기가 남긴 교훈으로 '전통 안전자산의 배신'을 꼽았다. 그는 "위기의 정점에서 국채는 부진한 성과를 보였고 달러 역시 잠시 상승했을 뿐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왔다"며 "견조했던 것은 우량 회사채와 일부 글로벌 대기업 주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금'의 가치와 관련해 위기 초기에 가격이 동행하지 못해 전통적 관점의 안전자산으로서는 낙제점을 받았지만 장기적으로 최고의 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모르티에 CIO는 "미국 정부가 장기 금리를 10년물 기준 4~4.2% 수준에서 관리 가능한 범위로 유지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갖고 있어 결국 조정 변수는 달러가치 저하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금을 단순 원자재로 분류해서는 안 되며 현재 같은 통화가치 하락 환경 속에서 달러를 대체할 강력한 '통화'로서 보유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공포나 '과도한 낙관'에 빠질 때가 아니라 '냉철한 낙관론'을 바탕으로 판을 다시 짜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모르티에 CIO는 "지금은 변화한 세계 질서에 맞춰 지역·산업·기업 규모·통화별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며 "현실 세계에서 AI 혁명은 시장 판도를 재편할 것인 만큼 철저히 장기적인 확신에 기반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