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안 된 친일파 후손… 홍영표 與 원내대표였다


입력 2019-03-20 18:15
 

조부 홍종철, 총독부 중추원 참의 지낸 '거부'… 신기남, 김희선, 유시민도 친일파 후손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공준표 기자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무산과 친일정신의 청산이 두고두고 짐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다. 친일 잔재(처리)의 중단이 우리 민족주의의 중단과 좌절을 낳았고,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의 많은 왜곡을 낳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는 것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관련 발언에 대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견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현재, 정치권에서 친일파 청산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편향적 독립유공자 재조사를 반대하면서 1948년 반민특위 활동 당시 국민이 분열된 부분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하자, 집권 여당은 즉각 '친일파 프레임'을 씌웠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회의원 가운데 진짜 친일파 후손으로 버젓이 활동하는 사람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겉으로는 친일 청산을 외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일제에 협력한 후손들이 정권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영표 조부 홍종철은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
 
홍영표 원내대표의 조부 홍종철(창씨개명: 洪海鍾轍, 코우카이 쇼와다치)은 전북 관료 겸 기업인으로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에 협조하는 등 친일 행위로 반민특위에 체포된 지 25일 만에 풀려났다. 민주당이 "친일파가 득세하고, 정의가 무너지고, 굴절된 비운의 역사가 되풀이된 근본 원인이 됐다"고 토로한 반민특위 활동 좌초로 혜택을 본 셈이다. 홍 원내대표는 조부의 친일 행적을 인정하고 공개사과한 바 있다.
 
홍종철은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관련자 명단 704명에 포함됐다. 친일인명사전은 홍종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금과 미곡 등을 기부해 1915년 다이쇼 천황과 1928년 쇼와 천황 즉위 기념 대례기념장을 받았으며 1930년 조선총독부의 자문기구인 중추원의 주임관 대우 참의에 임명됐다. 1941년 9월 전시 최대의 민간 전쟁협력단체인 조선임전보국단이 결성될 때 전라북도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1944년부터 고창군 부안면장으로 재직하면서 무리한 공출과 선산의 목재를 군용으로 벌채하여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해방 후 본국으로 철수하는 일본군에게 자신의 집을 숙소로 제공했다."
 
 
법원 "중추원 참의는 일제에 적극 협력한 자들"
 
서울고법은 2010년 12월 "조선총독부 중추원은 일제에 협력한 대표인물들로 구성됐으며, 그 간부에 해당하는 참의는 일제의 총독정치에 적극 협력한 자들"이라며 "반민족적 자문기구로서의 성격과 기능, 발탁 경위, 활동 내용에 비춰보면 일제 식민지배에 중추적 역할을 한 참의활동행위 자체만으로 친일반민족행위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홍종철은 광복 이후인 1949년 8월6일 반민특위에 체포됐으며, 같은 해 8월31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반민특위는 1949년 초부터 친일파들을 대량으로 검거하기 시작했지만, 방해를 받아 이미 1949년 6월부터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 홍종철에 대한 반민특위 피의자범죄보고서.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 DB

반민특위는 1949년 5월 피의자범죄보고서에서 홍종철을 이렇게 설명한다.
 
1. 피의자는 일제의 도 결의기관인 도회의원에 민관 양선으로 4회 13년간 근속하여 말단행정에 일제침략의 흉계를 조장시켰고  2. 일제의 한국 말살 최고자문기관으로서 설치된 중추원에 참의로서 의식적 부일협력을 감행하고  3. 말단 행정 책임자인 면장 재임을 기화(奇貨)로 아세(我勢) 확장에 급급한 나머지 일제전쟁 추진의 목적으로 민중의 선산 송백(松栢)까지 군용재로 강제 공출케 하여 충성을 다하고  4. 일제의 2천6백년 기념식에 자진 출석하여 일황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고 일황의 기념상급 왜정 식민지교육 공로자의 표창을 받고 은배(銀盃)를 수령하고  5. 고창고보 전임이사로서 재임하며 민족주의자 유찬식, 이병학, 정인승 3교원을 추방하고 왜식 교육에 공헌하고  6. 일적 패망후 일군 주둔부대 철퇴에 앞서 성대한 송별연을 설연(設宴)하여 민족혼을 오손시킨 자임. (상기) 사실은 반민법 제4조 2, 8, 9 각항에 해당한 범죄임.
 
홍종철은 1937년 약 111만 평의 땅을 소유해 일제강점기 '고창의 거부'로 알려졌다. 해방후 땅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기도 했다. 그의 큰아들 홍순희는 일본 메이지대학에 유학을 다녀와 1958년 고창을에서 제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차남 홍순범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했다 낙향해 고창북중학교 교장을 역임한 교육자였다. 홍순범의 아들이 홍영표 원내대표다. 1890년생인 홍종철이 1973년 8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 홍 원내대표의 나이는 17세였다.

▲ 홍영표 원내대표가 소유하고 있는 전북 고창군 부안면 오산리 일대 토지. ⓒ네이버 지도

홍영표, 친일파 땅 100만 평 중 일부 물려받아
 
홍 원내대표의 재산을 살펴보면, 현재까지도 선친의 고창 땅 일부를 물려받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2018년도 국회의원 정기 재산공개'에 따르면 홍 원내대표는 고창군 부안면 오산리 일대에 모친 소유 포함 총 1523평(5037.75㎡)의 토지를 소유했다. 기준가는 3733만원이다. 2004년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설립된 후에도 그가 선친의 땅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은, 친일행위의 대가성으로 받은 재산이라는 근거가 없는 이상 국가가 환수할 수 없다는 위원회의 조항 때문으로 분석된다.
 
홍 원내대표는 2015년 광복절을 나흘 앞두고 페이스북을 통해 "민족 앞에 당당할 수 없는 저는 친일 후손"이라며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행적들은 잊지 마시되, 그 후손은 어떤 길을 걷는지 지켜봐 달라. 저는 조부의 행적을 원망하지만, 조국을 더 사랑하며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참회의 의미로 독립유공단체들을 돕는 등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지원하는 행보를 보였다.
 
현재 민주당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발언을 두고 연일 정치적 공세를 가하고 있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는 정말 기가 막힌 반민적 언동을 하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명확하게 반민족행위를 일삼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 18일 최고위원회의)
 
"나경원 대표, 그 입 다무시길 바란다. 반역사적 인식과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애국열사와 순국열사에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안겨준 것이다. 일제 청산을 위한 반민특위가 저항과 훼방으로 일제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는 지금,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 눈에는 어떻게 보여질까 두렵다" (박완주 민주당 의원, 15일 페이스북)


 
한국당 "지지율 떨어지니 친일 프레임 이용… 천박한 사고 벗어나길"
 
하지만 민주당은 자당 원내대표 조부의 친일행적에 대해선 침묵했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5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친일파 후손임을 자인하며 사죄까지 한 적이 있는 홍영표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것인가"라며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지지율 만회의 수단으로 친일 프레임을 이용해 손쉽게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천박한 사고에서 이제 벗어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 대표적 친노·친문 계열이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지냈고, 2017년 대선 때는 공동선대위원장과 일자리위원장으로 선거를 지원했다. 지난해 5월 친문계의 지원을 받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지난 12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외신을 인용해 비판하자 고성으로 항의하며 중단시키기도 했다.


 
신기남·김희선·유시민… 친노 세력의 '흑역사'
 
진보·개혁을 강조하는 친노 세력의 '친일파 청산 역풍'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양수 한국당 대변인은 "국민들은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2004년 친일파 청산을 외치다가 당시 당 의장이었던 신기남 의장을 비롯해 김희선 전 의원 등 열린우리당 소속 인사 조상들의 친일행적이 대거 드러나자 다급하게 봉합했던 블랙코미디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2004년 8월 아버지 신상묵이 일제강점기 당시 헌병 오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 전 의원은 이를 부정하다 신상묵이 독립운동가들을 악랄하게 고문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역풍을 받았다. 결국 2005년 열린우리당 의장직을 사퇴했다. 당 의장이 친일파의 후손이었다는 사실은 노무현 정권의 친일 잔재 청산운동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같은 시기 김희선 우리당 의원의 부친도 만주국 공안국 특무경찰로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했던 김일련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김희선 의원은 부친이 독립운동을 지원했고, 본인도 한독당 특별당원으로 활동했다고 주장했지만 본관을 찾기에 실패해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독립군이었던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의 아버지를 김일련이 검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적 여론은 악화됐다.
 
좌파성향의 민족문제연구소는 2005년, 2008년 1~2차 친일파 명단 발표에서 신기남·김희선 전 의원의 부친은 제외했다. 이에 '제 식구 감싸기 행태'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튜브 정치를 통해 현 정권을 옹위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친일파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05년 유시민 우리당 의원은 아버지 유태우가 일제하 만주국 역사 훈도(교사)였으며, 큰아버지는 면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부친은 해방 이후부터 교사 생활을 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장관 청문회 때 면밀한 검증이 이뤄지자 "1943년 2월부터 1945년 7월까지 만주국 통화성 폐대무자촌 국민급학교에 재직한 기록이 남아있다"고 실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