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3살 여자입니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을 겪고,
왜 내가 이런일을 겪어야 하는지 의문이 생겨 글을 한번 남겨봅니다.

한남자를 만났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만난 남자였는데,
키도 크고 잘생기고 하여튼 제 이상형과 흡사하고
굉장히 호감이 가는 남자였어요
제가 지방에 국립대를 다니고 있는데,
도서관에서 자주 마주치던 남자였어요.
친구들도 저 남자 괜찮다 - 라고 말할 정도로
꽤 미남형이였죠,
몇개월동안 도서관에 갈때마다
오며가며 자주 봤던 그남자 -
그냥 괜찮네 - 라고 생각만 속으로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 남자가 저에게 먼저 말을 걸더라구요.

도서관 자주 오시나봐요 -
무슨 꽈세요 -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남자친구 있으세요 -
처음 봤을때부터 인상이 좋았는데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
등등 그 남자는 경영학과 라고 했고,
저보다 2살 많은 25살 오빠라고 했어요,
군대 제대후 복학 했다고 하면서,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

그후, 도서관에서 만나 함께 공부도 하고,
더 발전해서 함께 술도 먹고,
영화도 보고 데이트도 하고,
무박으로 바다 보러 여행도 다녀오고,
찜질방도 가고,
점점 친해지다가 오빠가 먼저 고백을 해서 사귀기로 했어요

하여튼 다른 평범한 연인들과 별다를것 없이 지냈습니다.
꿈만 같은 하루하루 였죠.
저한테 어찌나 잘해주는지,
항상 집앞에 데려다주는건 물론이고,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나서 직접 싸온 도시락을 펼치기도 하고,
정말 자상하고 정말 멋진 남친이었어요...

사귄지 6개월이 지났을때쯤,
그때까지도 서로 넘 좋아했지만
지킬건 지키자 해서 키스 이상의 스킨쉽은 없었는데,
아, 참고로 저는 아직 처녀입니다.
남친도 그 사실을 알았구요. 그래서 더욱 지켜주겠다고 약속한거고,
제가 허락하기 전까지 절대 관계는 바라지 않겠다고
꼭 아껴주겠다고 하면서,
6개월동안 한번도 관계를 요구하거나 한적이 없었는데,

문제는 바로 그날 그날 그날!!


남친이 기분이 별로라면서 술 한잔 하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단둘이 먹는건 그날이 처음이 아니였고,
몇번 있었으니 이상한 일이 아니죠.
그리고 사귀는 사이에,
사랑하는 사이에, 연인사이에,
단둘이 술먹는다고 더더욱이 이상한 일이 아니죠
한치의 의심이나 이상한 낌새같은건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술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자주 먹지도 않구요,
타고난 주량이 있어서 취하거나 한적도 없습니다.

그날도 남친과 나랑 소주 2병을 마셨는데,
저보다는 남친이 더 먹었을꺼에요.
저는 먹어도 원샷을 잘 안하고 반정도 남기면서
홀짝 홀짝 깨작 깨작 먹는 스타일이라서요.

근데.

필름이 끊긴건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소주 3병정도 혼자 먹어도 끄덕없는 저인데,
그날은 2병...남친과 저랑 둘이 1병씩 먹었다쳐도
1병 가지고 취할 저도 아닌데,
어찌된건지 필름이 끊겨버리고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네요.

다음날 일어나보니 낯선곳.
그곳은 MT 였습니다.
저 혼자 누워서 자고 있었구요.
옆에 남친은 없었습니다.
메모따위도 없었구요.
먼저 나갔나....여긴 왜 데리고 왔지.
오빠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제 옷이 홀딱 벗겨져서 저는 알몸인 상태였습니다.

헉 이게 무슨일이지.
하고 침대 밑으로 내려왔는데 저는 소리를 지를수 밖에 없었습니다.
침대 밑에 가득한 까만것들....
그것은  머리카락 이었습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겨우 살펴보고
웬 머리카락이야 하면서
놀란가슴으로 고개를 들었는데
무심코 본 거울에 저는 더욱 놀랄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빡빡이...인것입니다..
허리까지 오는 긴생머리는 어디로 가고
듬성 듬성 자른것도 아니고 아주 빡빡 밀어
머리가 갓 민 회색..........
급하게 밀었는지 살짝 베인 자국까지...베인 상처에 살짝 굳어있는 피...
놀라서 몸을 살펴봤습니다.
중요부분인 내 그곳 -
제 성/기에 털도 깨끗하게 완전 밀려있었습니다.

다리털과 겨드랑이 털은 제가 여자인지라,
관리를 해서 제모를 하니까 털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털이 있던 없던 상관하지 않고 밀었는지
다리에도 베인 상처가 조금 있고
겨드랑이에도 베인 상처가 있구요.
심지어 눈썹까지 싹 밀었더라구요...

그니까 침대 밑에 있던 머리카락들은
제 머리카락과 몸에 있던 털들이죠.

제가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 하시겠나요?
정말 기절이라도 할 지경으로 멍하니 거울을 한참을 보고 있었어요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제가 아닌것 같고
무슨 외계인이 하나 있는것 같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빠짝 차렸습니다.
주위를 보니 옷도 없고 핸드폰도 없고
제 핸드백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모조리 가져가버린거죠.
우선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걸칠것이 하나도 없으니 눈앞이 깜깜하더라구요..
핸드폰도 없으니 누구에게든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우선 모텔 카운터에 전화를 걸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습니다.
전화 한통만 쓰게 해달라고 핸드폰좀 가지고 올라와주세요 했지요.
모텔방에 있는 전화는 시내통화만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알몸을 가린후
모텔주인에게 핸드폰을 받아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부모님께 전화를 할수도 없는 노릇이니 가장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옷 좀 챙겨서 와라. 했습니다.
이 모텔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 모텔 주인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니까
글쎄....제가 어제 술을 먹었던 곳과 무려 1시간 30분이나 떨어져 있는
타지역 이더군요..........
친구에게 간신히 설명을 하고 친구가 옷과 모자를 가지고 와서
그렇게 집에 돌아왔습니다.
첨에 친구는 너 무슨 소리 하는거냐 하며 잘 알아듣지를 못하더니
내가 엉엉 울면서 무조건 빨리 오기나 해달라고 하니
걱정되는 맘에 오긴 왔는데 제 몰꼴을 보더니 무척 놀래더군요.
놀랠만도 하죠. 저도 제 자신을 보고 하늘이 노래졌으니까요.

글이 길어지는것 같아서 조금이나마 요약을 하겠습니다.
집에 돌아오는길에 남친 (이젠 남친도 아니지요..)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번호가 없는 전화번호로 나옵니다.
번호를 바꾼것이지요.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참고로 저는 지방대에 다니느라 자취를 합니다 )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제 오빠랑 술을 먹은것 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필름이 끊기고 다음날 일어나보니
술먹은 곳과 1시간 30분 걸리는 타지역의 모텔에 누워있었고,
겨드랑이 털, 성//기털, 머리털, 눈썹까지 몸에 있는 온갖 털들이 밀려있었다.
그 모텔에는 누가 데려간것일까.
당연히 남친이 데려간것이겠지. 전화번호까지 바꾼거 보면 확실하다.
라고 생각하다가도 혹시 남친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소행이진 않을까.
별의 별 생각을 다하다가

우선 성폭행을 당했을수도 있으니 병원부터 가보자 하고
병원엘 갔습니다.
성관계가 있었다면 느낌이 난다고 하는데,
관계가 있었던 느낌도 전혀 없고...그렇지만 혹시 모르는것이니
가보자 하고 갔는데,
성관계의 흔적은 없다고 하고, 처녀막도 손상이 되거나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성폭행도 없었고,
온몸에 털이 구석 구석 밀렸다는거 외에는 이상한 흔적은 없었구요.
남친에겐 전화를 암만 해봐도
없는 번호라고 나올뿐....

이틀정도 집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나오지도 않고
엉엉 울기만 하다가
가발을 쓰고 모자를 뒤집어 쓰고 우선 학교로 가봤습니다.
남친이라는 그 새♡를 찾는게 우선인거 같아서요.
대체 뭐가 어떻게 된일인지....저도 알아야 하니까요.

제가 남친에 대해 아는것은,
이름과, 얼굴과, 25살이라는 나이와, 혈액형과 키와 몸무게,
같은 학교 학생이라는것과 경영학과라는것.
그리고 사귄지 한달째에
뭘 두고 왔다며 잠깐 들리자 해서 딱 한번 가본적이 있는 남친의 자취방.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남친에대해 모든걸 끄집어 내놔도 고작 이것 뿐이더군요.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알아보니, 우리 학교 경영학과에 그런 사람은 없다는것.
제가 민증을 확인해본적도 없으니,
이름도 정확하지가 않다는것.
나이 역시 정확하지가 않다는것.
내가 아는 모든것이 정확하지가 않다는것.

그래서 남친의 자취방을 가봤습니다.
이미 다른 사람이 살고 있더군요.
먼저 살던 남자분은 벌써 3달전에 이사를 간 상태라면서,
어디로 갔는지 알수가 없다고 하고,
주민번호라도 알아볼까 하는 생각에
자취방 주인 아주머니를 만나서 그 사람이
집에 들어올때 계약서 좀 보여달라고 하니
6개월 정도만 살다가 갈꺼라면서 선불로 6개월치를 다 내고
따로 계약같은건 하지 않았다고,
그러곤 한 2개월 남짓 살다가 방뺀다고 하면서 가던데,
남은 4개월치 방값 준다고 했는데도
선불로 드린거니까 됐다고 하면서 안받고 가더라고..

한마디로 튄거죠.


제정신이 아닌체 나왔던 그 MT도 다시 한번 가봤습니다.
MT주인이 말하기를,
아가씨가 취했는지 어느 남자분 등에 업혀서 왔고,
어찌나 취했는지 꼼짝도 안하고 인사불성 이더라고..

남친이 사진 찍는걸 워낙에 싫어해서 함께 찍은 사진 하나 없는데,
그 주인아줌마가 말하는 인상착의가 제 남친과 흡사하더군요
남친이 그날 모자를 쓰고 나왔는데,
모자를 썼다는것도 그렇고 키나 보이는 나이나...

핸드폰 대리점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지금은 없는 번호로 나오는 그 남친의 핸폰번호로 주민번호를 알아낼려고요.
첨엔 끝까지 안된다 미안하다 하는 친구를 설득해서
한번만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알아봤더니 그 핸폰 명의가 웬 아줌마 명의로 되어있더라구요.
알아보니 그 아줌마도 피해자이고,
명의가 도용되어있는 상태이며,
그 아줌마와 제 남친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였구요.

이것저것 수소문 해서 백방으로 남친 이 새♡를 찾아내 볼라고
암만 기를 써도 방법이 없네요...
매일 집에만 있다 시피 합니다.
이꼴로 학교도 못가겠어요....
사건이 있은후, 일주일 정도 지났을때 잠시 집앞에 나갔다 오려고
문을 열었는데
문 앞에 제 핸드폰이랑 핸드백이 있더라구요..
핸드폰은 밧데리가 없어서 나가져 있는 상태이고,
핸드백을 열어보니 제 물건은 그대로 있더라구요.
지갑도 그대로고, 지갑 안에 현금도 그대로구요.
또 한번 놀라서 주변을 살펴봤는데
그 미♡놈 흔적은 어디에도 안보이고
또 다시 동네를 미♡듯이 돌아다니면서 그 새♡를
찾았는데 어디에도 안보이고.
울 집앞에는 언제 왔다가 가고 이 물건은 왜 가져갔다가
지금은 또 왜 돌려주는건지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나요...
정말 답답하기만 합니다...
정말 창피해서 신고하기도 너무 겁이 나고....
학교도 휴학을 하려고 생각중입니다.
자취방도 옮겨야겠죠.

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것으로 보이는 그 남자.
이름도 나이도 학교도 학과도 모든걸 거짓으로 속이고
어찌보면 긴 시간 6개월 후에
성폭행도 없이, 현금이나 물건 갈취도 없이
털만 밀어버리고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이런 미♡놈..
저한테 왜 이런일이 일어나는지
받은 충격과 상처와 수치심은 이루말할수가 없습니다.

전 이제 어찌해야 할까요?
부모님께 말해야 하는지...근데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저 좀 도와주세요...조언 좀 해주세요..
장난스런 답글이나 악플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는 2006년 10월 2일 네이트 판에 올라온 이야기입니다.
 작성자의 뒷이야기가 없는걸로 보아 아직 남친은 찾지 못한거 같습니다.

 

 

 

 

 

 

 

 

 

 

 

우와 시발 할말을 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