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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일게이들이 즐겨 쓰는 '아~ 언조비카이!'는 많은 일게이들이 알다시피 노무현 전 대통령이 5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봉하마을로 내려가 퇴임 연설을 하면서 외쳤던 '야 기분 좋다!'를 거꾸로 돌려서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둘을 분해해 보면 너무나도 다르지 않은가?

 

 야기분좋다     = ㅇ ㅑ ㄱ ㅣ ㅂ ㅜ ㅈ ㅗ ㅎ ㄷ ㅏ

 아언조비카이 = ㅇ ㅏㅇ ㅓ ㄴ ㅈ ㅗ ㅂ ㅣ ㅋ ㅏ ㅇ ㅣ

 

 글자 수도 이상하게 거꾸로 돌린 것이 더 많은 데다가 '야기분좋다'에는 없는 'ㅓ'나  'ㅋ'같은 글자가 나타나고 있다. 그냥 잘못 들어서 '아언조비카이'가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찜찜하다. 하나하나 따져 보도록 하자.

 

 일단 '야기분좋다'를 분석해 보자. 위에 써 놓은 것처럼 자음과 모음을 흩어 놓는 것은 무의미하다. 우리가 저것을 발음할 때 실제로 글자 그대로 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야기분좋다'의 발음은 [야기분조타]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몇 가지있다.

 

1)'야'의 ㅇ에는 소리가 없다.

 '양'에서 초성자리의 ㅇ과 받침 ㅇ은 같은 기호로 쓰여 있지만 같은 소리로 생각하면 안 된다. 모음 ㅏ를 우리가 '아'라고 부르는 것처럼 초성자리 ㅇ은 음절에 모음 하나만 있을 때 비어 있는 자음 자리를 채워 주는 역할만 한다. 즉, '가'에서 ㄱ이 ㅏ가 발음되기 전에 앞서 입 안에 장애를 만들어 새로운 소리를 만드는 것과는 달리 같은 자리에서 ㅇ은 어떤 소리도 더해주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엄연한 의미에서 초성 자리에 나타나는 ㅇ은 자음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억'을 거꾸로 돌린다면 [겅]이 아니라 [거]가 된다.

 한편 받침 ㅇ은 영어의 ring이나 중국어의 xing처럼 여린입천장에 혀 뒤쪽이 닿아 만들어지는 유성자음(그 중에서도 비음)이다. '구'와 '궁'을 비교하면 받침 ㅇ의 유무로 발음과 뜻이 달라지므로 받침 ㅇ은 어엿한 자음으로 인정됨을 알 수 있다.

 

2)'야'는 이중모음이다.

 모음 '야'는 처음에 '이'의 입모양으로 시작해서 '아'의 입모양으로 끝나는 이중모음이다. 간단히 말해 '이+아=야'로 이해하면 쉽다. 물론 완전한 '이'는 아니고 영어의 y정도로 생각해서 y+a=ya로 이해하면 무방하다. ya를 거꾸로 돌리면 ay, 한국어로는 [아이]와 비슷하다. 그러므로 '야'를 거꾸로 돌린 것은 그대로 [야]가 아니라 [아이]가 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3)초성 ㄱ은 [k]에 가깝다.

한국어의 ㄱ은 [g]에 가까울 것 같지만 오히려 [k]에 가깝다. [g]는 유성음이고 [k]는 무성음인데 ㄱ이 바로 무성음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ㄱ이 '가'에서처럼 초성이 되거나 '악'에서처럼 받침이 되는 경우 무성음이 되고 '아기'에서처럼 모음과 모음 사이에 끼는 경우만 유성음이 된다.  '야기분좋다'에서는 '야'와 '기분좋다'사이에 휴지가 한 번 있기 때문에 '기분'의 ㄱ은 무성음, 즉 [k]가 된다.

  [k]이 된다는 건 'ㅋ'으로 들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공하는데 솔직히 ㅋ과 ㄱ을 구분하는 게 크게 의미 있는 일은 아니다. 음성학적으로 ㄱ과 ㅋ은 성대를 통과하는 공기가 많고 적음의 차이(유기성)만 있을 뿐 다른 조건은 동일한 아주 가까운 자음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귓속말로 '골라'와 '콜라'라고 말할 때 듣는 사람은 둘 다 [콜라]처럼 인식한다.

 

4)ㅎ은 ㄱ,ㄷ,ㅂ,ㅈ과 만나면 축약현상을 일으킨다.

 ㅎ은 목청을 조음위치로 하는 자음인데 이 녀석은 성대를 통과하는 공기를 더 많아지게 하는 '유기성'을 가지고 있다. 그때문에 ㅎ은 흔히 예사소리라고 하는ㄱ, ㄷ, ㅂ, ㅈ을 만나면 자신이 가진 '유기성'을 주고는 사라져 버린다. 그 결과 ㅋ, ㅌ,ㅍ,ㅊ과 같은 유기음(거센소리)이 생겨나게 된다. '야기분좋다'의 '좋다'가 [타]로 발음되는 것도 이런 이유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럼 이제 '야기분좋다'가 '아언조비카이'가 되는 과정을 살펴 보자.

 

1. 야, 기분 좋다의 발음은 [야기분조타], 음성기호로 표기하자면

⇒  [ya kibunjota]

( '야'를 국제음성기호로 표기하면 ja로 써야 하지만 ㅈ과 헷갈릴 수도 있어서 편의상 ya로 썼다. ㅈ 또한 3과 비슷하게 생긴 기호로 써야 하지만 편의상 j로 씀.)  

 

2.음성기호 배열을 거꾸로 배열하면 [atojnubikay]가 되는데 이것을 한국어에 맞게 음절로 쪼개면 

⇒ [a toj nu bi kay]

 

3.그런데 ya가 뒤집어진 ay라는 이중모음은 한국어에 없기 때문에 a + i로 나뉘어 들린다. 

⇒ [a toj nu bi ka i]

 

4. 한글로 옮기면 [아 톶 누 비 카 이]가 된다. 그러나 [톶누]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발음할 일도 거의 없다. 결국 익숙한 소리로 만들어 인식할 수밖에 없다. [톶]의 ㅌ은 [아] 뒤에 붙어서 [앝]이 되고(그나마도 희미해진다), ㅈ은 맞닿아 있는 ㄴ과 자리를 바꾼다. 물론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아(ㅌ) 온 주 비 카 이]

 

5. 모음이 입 안에서 만들어지는 상대적인 위치를 보면 ㅓ, ㅗ, ㅜ의 위치가 매우 가까운 것을 알 수 있다.

        ㅣ    ㅡ     ㅜ 

        ㅔ    ㅓ     ㅗ

        ㅐ    ㅏ

즉 [온]은 [언]으로, [주]는 [조]로 바뀌어 들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발음이 유사하다.

⇒[아 언 조 비 카 이]

 

 

 얄팍한 지식이지만 최대한 '야기분좋다'가 '아언조비카이'가 되는 과정을 내 나름대로 설명해 보려 애썼다. 그냥 읽고 지나치기에는 힘들 정도로 부실한 글이 '정보글'로 올라와 많은 추천을 받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써 본 글이니 한 번은 읽어 주길 바란다!


두시간 걸려서 썼더니 밑도 끝도 없이 복붙 ㅁㅈㅎ 받았다. 억울하다.